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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물든 칸을 지킨 용감한 ‘팀북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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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물든 칸을 지킨 용감한 ‘팀북투’
  • 라제기 기자
  • 승인 2016.05.26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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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에 대한 뒤늦은 단상

아프리카 이슬람 극단주의 수려한 영상미로 고발

호평 속에도 상 못 받자 수입업자들 지갑 닫아

영화 <팀북투>의 한 여인은 사소하지만 이슬람 율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공개 태형을 당한다. <팀북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행태를 고발한다.
영화 <팀북투>의 한 여인은 사소하지만 이슬람 율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공개 태형을 당한다. <팀북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행태를 고발한다.

지난달 열린 칸국제영화제에선 소리 없는 전쟁이 펼쳐졌다. 영화제의 꽃이라 할 경쟁부문 진출작 18편이 황금종려상(대상)을 두고 뜨겁게 경쟁했다. 감독이든 배우든 제작자든 언론과 평단의 평가에 민감했다. 9명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단이 수상을 결정한다지만 여론의 풍향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극장 밖 국내 수입업자들도 칸영화제 수상 결과에 마음이 쏠렸다. 자신들이 수입한 영화가 어떤 상을 받느냐에 따라 흥행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국내 수입업자가 영화 수입 계약서에 이미 서명을 했다 해도 상을 받으면 가격이 높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칸영화제 수상은 최근 국내 극장가에서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지난해 상을 받은 영화들이 줄줄이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인사이드 르윈>(심사위원대상)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심사위원상)만해도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다. 예술영화시장에선 1000만 관객에 해당하는 성과였다.

당연하게도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작에 매수가 몰렸다. 개막도 하기 전 70% 정도가 이미 한국에 팔렸다. 영화제 개막 뒤에도 수요가 공급을 압도했다. 칸영화제가 막을 내릴 무렵 거의 모든 작품의 한국 주인이 가려졌다. 수요가 몰리니 가격도 뛰었다. 뜨거운 수입 경쟁에서 외면 받은 경쟁부문 영화가 있다. <팀북투>(감독 압데라만 시사코)가 그렇다.

‘팀북투’의 공식 국적은 돈줄이 된 프랑스다. 실제 유전자는 영화 불모지인 아프리카의 말리다. 압덜라만 시사코 감독은 국내 관객에게 낯설고도 낯설다. 전작 <바마코>로 유럽 예술영화시장에서 명성을 얻었다. 바마코는 말리의 수도이고 팀북투는 말리의 고대 도시다. 귀에 설기만 한 지명들이다. 영화는 호평을 받았으나 상을 손에 쥐진 못했다. 국내 수입업자들이 <팀북투>에 지갑을 열지 않은 이유들이다.

<팀북투>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고통 받는 말리인의 현재를, 역설적이게도 수려한 영상미로 전한다. 영화에 묘사된 이슬람 극단주의의 횡포는 이런 식이다. 사람들은 음주는커녕 가무를 즐겨서도 안 된다. 여자들은 노출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생선 장수조차 여자라면 장갑을 끼고 장사를 해야 한다. 간음한 자는 땅에 몸이 묻힌 채 돌에 맞아 죽는다.

서방이 개발한 놀이인 축구도 금지다. 원리주의를 추종하는 민병대원들은 축구를 단속하면서도 정작 자기들끼리는 어느 나라가 진정한 축구 강국인지 수다를 떤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축구공 없이 축구 아닌 축구를 한다. 패스를 하고 슛을 하고 공을 막아내는 동작들을 취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서글프게 아름다운 장면이다.

<팀북투>를 보다 보면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벌어진 기겁할 일들이 떠오른다. 이슬람 무장과격단체 보코하람은 서구식 교육을 받는다는 이유로 여학생들을 납치했고 TV로 축구경기를 보던 시민들에게 폭탄 테러를 가했다. 이슬람 교리를 어기거나 욕되게 했다고 판단하면 폭력을 서슴지 않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고발한 <팀북투>는 용기 있는 작품이라 할만하다.

여느 해처럼 올해 칸영화제는 흥청거렸다. 파티가 매일 밤 곳곳에서 열렸고 성장한 남녀가 레드 카펫을 밟았다. 어느 외국 유명 여배우는 인터뷰 조건으로 2500유로(약 350만원)를 요구했고 어느 유명 감독도 적잖은 인터뷰 비를 바랐다. 이방인 같은 <팀북투> 덕에 돈에 물든 칸영화제가 영화제 본연의 모습을 그나마 지켰다고 할까. 하지만 영화제가 끝나고 자본의 논리는 엄연히 작동하고 있다. 축제가 끝난 뒤 <팀북투>가 돈 때문에 배척당하는 현실은 씁쓸하다. 올해 칸영화제에 대한 뒤늦은 단상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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