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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극이면서 상생하는 물과 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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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극이면서 상생하는 물과 불처럼
  • 김유혁(단국대 종신명예교수)
  • 승인 2014.08.06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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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이야기 | ‘상생상극’의 사회학

난로 아래 물, 산소 발생시켜 불 잘 타게 해

상생원리, 아름답고 조화로운 삶 여건 마련

상극원리, 억제기능 통해 위해·재앙 막아줘

흔히 말하기를 상생(相生)은 좋은 것이고 상극(相克)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옳지 않은 생각이다. 오행(五行)의 기능은 한편으로 상생원리를 통해 서로의 조장가능성을 확대하고, 다른 한편으로 상극원리를 통해 서로의 멸실(滅失) 위협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물과 불은 상극이라고 한다. 불에 물을 끼얹으면 불이 꺼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시각에서 물과 불이 상극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물과 불은 가까이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옛날 학교교실에서 난로를 피울 때 위 칸에는 장작을 넣고 아래에는 물을 부어놓았다. 물에서 발생하는 산소로 불을 잘 타게 하기 위해서다. 이는 물과 불이 상극이면서도 상생의 관계를 지닌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사례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겨울철에 물을 데워먹기 위해서는 불을 이용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물과 불은 상생 및 상극관계이기 때문에 우리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다.

오행(五行)의 상생·상극관계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오행은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를 말한다.

오행의 상생관계는 수생목(水生木),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 금생수(金生水)이다. 수생목은 물이 수분을 공급하여 나무의 생장(生長)을 돕는다, 목생화는 나무가 서로 마찰하여 불을 낳게 하고 불을 잘 타개한다는 뜻이다. 화생토는 불이 모든 것을 태워 재로 만들어 흙으로 돌려보낸다, 토생금은 토양이 땅속에서 금이 형성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금생수는 금 있는 곳에 물이 나고 물 있는 곳에서 금이 난다는 말이다.

이에 반하여 오행의 상극관계는 수극화(水克火), 화극금(火克金), 금극목(金克木), 목극토(木克土), 토극수(土克水)이다. 수극화란 물이 불을 끄니 물이 불을 이긴다는 것이요, 화극금이란 불이 금을 녹이니 불이 금을 이긴다는 것이다. 금극목은 쇠도끼가 나무를 자르니 쇠가 나무를 이긴다, 목극토는 나무뿌리가 땅속으로 뻗으니 흙을 이긴다는 의미다. 토극수란 흙으로 된 제방이 물을 막으니 흙이 이긴다는 뜻이다.

이처럼 상생원리는 조장기능을 통해 보다 아름답고 조화로운 삶의 여건을 마련해 주며, 상극원리는 억제기능을 통해 위해(危害)와 재앙(災殃)을 막아준다.

이를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음미해본다면 상생원리와 상극원리를 본질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정치에서 정책 없는 당쟁으로 인한 국력 소모,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인한 반목과 대립 투쟁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수생목(水生木)을 사회학적으로 생각해보자. 물에는 네 가지의 덕이 있다하여 이를 수유사덕(水有四德)이라한다. 즉 인의예지(仁義禮智)가 그것이다.

물은 스스로 미칠 수 있는 데까지 모든 생류(生類)에게 수분을 공급한다. 인(仁), 즉 넓은 의미의 사랑이다. 특히 정치인은 편견 없이 모든 국민을 대하는 자애로운 정신을 지녀야 한다.

일어탁수(一魚濁水, 한 마리의 물고기가 큰물을 흐린다)가 된 옹달샘은 스스로 맑게 하는 자정기능(自淨機能)을 지닌다. 이는 물처럼 사회정의(社會正義) 실현의 능력을 지니라는 암시로 받아들여야 한다. 바로 의(義)이다.

물은 낮은 곳을 먼저 채운 다음 더 낮은 곳으로 쉬지 않고 흘러서 바다로 간다. 물이 지닌 예(禮), 즉 공공질서의 존중이다. 공공질서를 통해 공동의 목적 달성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어떤 물이든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지(智), 슬기로움이다. 물은 흘러가다 산을 만나면 저항하지 않고 돌아 흐른다. 바위를 만나면 바위머리를 돌아 지난다. 무저항 무충돌의 원칙이다. 고현들은 이를 민의존중의 원리로 터득했다.

수분공급에 힘입어 자란 나무는 7가지의 덕(七德)을 지녔다. 이를 목유칠덕(木有七德)이라 한다. 뿌리(根), 줄기(幹), 가지(枝), 잎(葉), 꽃(花), 열매(實), 그늘(陰)이다.

뿌리와 줄기와 가지는 근본을 잊지 아니하고 자아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정통성을 이어간다는 의미이다. 잎과 꽃과 열매는 번영과 문명과 확대발전을 약속하는 생명력의 보증이다. 그늘은 모두에게 음덕(陰德)을 베푼다는 뜻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목불택조(木不擇鳥), 나무는 스스로 새를 불러들이지 못한다는 겸허함을 깨닫게 한다. 새가 나무를 선택할지언정 나무는 새를 선택하지 못한다. 따라서 칠덕(七德)을 갖춘다면 새들이 그 나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정치인에게 있어 득인심(得人心) 한다는 것은 인심을 유도해서 끌어들이라는 게 아니라 인심의 동향을 터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곧은 나무 아래 굽은 그림자가 없다(直木之下 無曲影)는 논어의 구절도 있다. 국민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정치인일수록 정직해야 한다. 정직한 이에게는 모함과 음해가 먹혀들지 않는다. 곧은 나무의 그림자는 언제나 곧은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럼에도 굽은 나무가 그림자만큼은 굽지 않게 보이려고 꾸며대는 구차스러운 정치인들이 없지 않다. 첫째는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둘째는 자신의 처신을 위장하며, 셋째는 법의 정신을 오도하고, 넷째는 국민을 기만하며, 다섯째는 하늘을 속이는 여러 가지 죄를 동시에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류의 정치인은 예외 없이 상극의 원리로 다스려야 한다. 바꿔 말해 사회적 재앙에 대처한다는 처방논리를 동원하여 선순환(善循環) 사회로 회귀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상생적 상극원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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