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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에 ‘행복심리’ 포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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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에 ‘행복심리’ 포함하자”
  • 이충건 기자
  • 승인 2016.11.24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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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 | 김항중 대전대 교수

우리는 행복한 삶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획일화된 목표를 지향한다. 유명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고 몇 평 아파트에서 살고 어떤 자동차를 타느냐가 행복의 기준이 되어버렸다. 소유하지 못하면 대열에서 낙오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아이를 정말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심리학 전문가인 대전대 김항중(56) 교수를 만났다. <편집자>

 

김항중 교수는?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5대학에서 교육학을 공부했다. 9년 전부터 ‘대전아부지학교’ ‘대전엄니학교’를 만들어 청소년 5만 명 이상을 만나 그들의 고민을 상담해왔다.

세종시 예정구역 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실시했는데 행복하다고 느끼는 응답이 40.5%에 불과했다. 어떻게 봐야 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놀랄 일도 아니고 세종시만의 문제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청소년들은 학교생활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끼가 발현되는 환경이 아니다. 성적 위주로 모든 학사가 이뤄지다보니 공부를 잘 해도 피로도가 높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마음 붙일 곳도 없다."

 

중학생들이 고교생에 비해 행복지수가 낮게 나타났다. 어떤 이유에선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전학하는 것은 생활지도 측면에서 부모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데 갑자기 단절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발달측면에서 사춘기는 자기 자신에 대해 관심이 높을 때다.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를 많이 의식한다. 주변사람으로부터, 또 학업성취 측면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면 행복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 대화가 줄어들었다는 응답은 중학생에게서 유독 많았다. 대화가 줄면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고민에 대해서도 부모나 교사와 대화를 하는 학생은 행복도가 높았다. 그만큼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데…

 

"대화는 고민을 토로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다. 대화를 통해 위로를 받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다. 자족감도 생긴다. 사춘기 때는 부모와 대화를 긴밀하게 하는 것이 아이의 정신건강을 위해 좋다. 부모도 아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실제로 오래된 통계이긴 한데 서울시교육청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부모님과의 대화시간과 학업성취도 간 연관성을 조사한 적이 있다. 부모와 대화가 많은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현저하게 높았다. 대화를 많이 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나와 다른 관점,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생각의 폭도 넓어진다."

 

모바일이나 인터넷 이용이 늘어난 학생일수록 불행하다고 느끼는 결과가 나타났다.

 

"긍정심리학에서 한 개인의 미래 행복지수를 예측할 때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 대인관계다. 초·중·고교 때 친구들과 자주, 지속적으로 교류한 사람이 중년·노년에도 행복할 가능성이 90%에 이른다. 대인관계가 행복지수에서 중요한 이유는 첫째, 정서적으로 힘들고 어려울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누군가로부터 위로받을 수 있다. 화병 환자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고 속내를 드러낼 사람이 없다.

 

두 번째는 어떤 문제가 닥칠 때 인간관계가 많아야 정보나 해결책, 지혜를 얻기 유리하다. 아이들이 카톡으로 주고받는 문자 내용을 보라. 단문 중심이고 정서를 표현하는 한계가 있고 내용도 가볍다. 마음의 교류를 하는 수단이 아니란 뜻이다. 게임중독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중독이 요즘은 더 큰 문제다.

 

다른 사람을 진지하게 만나고, 자기 스스로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 공부든 생각이든 경험이든 인간관계든 자기발전을 원천적으로 방해한다.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을 폐기처분할 수 없겠지만 자기조절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훈련시켜야 한다."

 

문화여가생활이 줄어드니 모바일이나 인터넷 이용이 증가하는 것 같다.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나 학교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선진국은 행복심리가 중·고교 교과과정에 들어가 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 아니겠나. 일찍부터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흥미, 관심, 능력을 찾아서 만족도가 높은 진로선택을 할 수 있다. 고입·대입을 향해서만 줄달음질치게 만드니 끼나 적성을 살릴 수 없지 않겠나. 동아리활동을 할 기회도 전혀 없으니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교우관계도 맺기 어렵다. 청소년 동아리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학교와 각종 사회단체,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방학 때 사회활동(Social Activity)을 체험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모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

 

"부모는 자녀의 인생을 길게 보고 성적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누구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자아존중감이 높아지면 언젠가는 도전하고 끝장을 볼 수 있는 내적 힘을 갖고 있다. 오히려 유명 대학에서 자살을 생각해본 학생들이 훨씬 많다. 대입이 가까운 고교생들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초·중학교에서만큼은 아이들이 마음껏 끼와 적성을 살릴 수 있도록 부모들부터 의식을 바꿔야 한다.

 

풍요로운 경제성장이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미 틀렸다는 것이 확인됐다. 근본적으로 개인의 성공과 출세만 강조할 게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회성을 길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외로운 섬에서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 위험성이 커질 것이다.

 

부모 한 사람 한 사람이 결국 좋은 부모가 되어야 우리사회의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다. 행복심리학의 많은 연구결과를 봐도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기준에 따라 사는 사람이 행복하다. 성적부터 남과 비교하고 남을 의식하면서 살도록 어려서부터 길들여지니 어떻게 자기 기준을 세울 수 있겠는가."

 

이충건 기자 yibido@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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