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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을에서만 최소 200명 갈 곳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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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을에서만 최소 200명 갈 곳 없어
  • 이충건
  • 승인 2016.11.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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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점검 | 행복도시 보육·교육대란

10학급 미르유치원 신설불구 수요충족 불가능
민간시설 사실상 차단, 맞벌이부부 ‘발 동동’

 

"아이가 아직 학교를 다니지 않아 편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적게 잡아도 100여명의 아이들이 갈 곳이 없습니다. 우리 같은 맞벌이는 세종시를 떠나라는 얘기밖에 더 됩니까."

지난 1월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6단지로 이사 온 연구원 부부 A씨네의 하소연이다. 세종시에서 만3~5세 아동의 보육·교육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취재를 해봤더니 유치원 부족문제는 훨씬 충격적이었다. A씨네 자녀처럼 유치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이 첫마을에서만 200명 이상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첫마을 3개 유치원 불합격 426명

 

세종시 첫마을에는 참샘유치원과 한솔유치원, 그리고 내년 3월 개원 예정인 미르유치원 세 곳의 공립 단설유치원이 있다. 이들 유치원이 최근 잇따라 내년도 신입생 원서접수를 마감하고 공개추첨을 했다. 모집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아 추첨을 한 건데 탈락자가 무려 426명에 달했다.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추첨이 이뤄진 한솔유치원은 불합격자가 만3세반 122명(45명 모집 167명 지원), 만4세반 99명(52명 모집 151명 지원)이나 됐다. 그 다음날 추첨이 이뤄진 미르유치원도 만3세반 105명(45명 모집 150명 지원), 만4세반 68명(80명 모집 148명 지원)이 각각 탈락했다. 16일 참샘유치원 추첨에서도 만3세 32명(36명 모집 68명 지원)이 합격 구슬을 뽑지 못했다. 한솔(79명)-미르(65명)-참샘유치원(38명)의 만5세 지원자만 전원이 합격했다.

당혹스럽긴 교육청도 마찬가지다. 중복지원이 많아 이중합격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확한 숫자 파악조차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통학거리를 볼 때 중복지원자의 대부분이 한솔-미르 유치원 희망자일 것으로 파악돼 최소 200명가량이 ‘유치원 찾아 삼만리’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한 유치원 교사는 "첫마을 2단계 유치원 부족이 심각해 10학급 규모의 미르유치원을 신설한 건데 지원자가 이렇게 많을지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남면 쪽 병설유치원으로 보내줄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맞벌이부부에게는 어려운 일"이라고도 했다.

송원·나성어린이집도 대기자 많아

 

첫마을 송원과 나성 등 국공립어린이집도 실상은 누리과정(만 3~5세아에 대한 유아 공통과정)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상의 유치원이나 마찬가지. 유치원 불합격자들이 일단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곳들이다.

현재 송원-나성어린이집은 보육과정(만1~2세)을 13명씩, 나머지 81명과 82명을 누리과정으로 선발해 개설 중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은 행복도시건설청이 건립해 세종시가 수탁업자를 선정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누리과정 수요 대상자 중 만3~4세 학급은 이미 적정인원을 초과한 상태다. 게다가 대기수요자가 많아 유치원 불합격자들을 수용할 여지가 크지 않다.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무상’ 누리과정의 혜택은 고사하고 첫마을에서만 최소 200명 이상이 자기 돈을 들이고도 아이 맡길 곳이 없는 셈이다.

 

1생활권 사정은 ‘더 심각’

 

1생활권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포스코 레이크파크 입주가 한창인 연세유치원은 상황이 첫마을 ‘복사판’이다. 만3세는 재원 아동 2명을 제외한 13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63명에 달했다. 만4세도 40명 정원에 이미 18명이 재원 중이어서 22명을 추첨으로 선발했다. 각각 50명, 24명이 불합격된 것.

도담유치원은 만4~5세의 경우 지원자가 모집인원을 초과하지 않아 전원 합격했지만 만3세는 추첨이 이뤄졌다. 내년 3월 개원 예정인 가온유치원도 똑같은 상황이다.

1생활권 입주가 가속화되면 현재의 시설과 계획된 시설만으로는 첫마을 유치원 대란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립유치원 대체 불가능한 도시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한 마디로 수요예측이 잘못돼서다. 입주세대수, 유아교육 대상자에 대한 법정기준(초등학교의 1/4), 출산율 등을 고려했겠지만 빗나가도 너무 빗나갔다. 누리과정 대상 자녀를 둔 젊은 세대들의 전입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도 원인이다.

게다가 행복도시 자체가 공립형태로 거의 모든 교육이 이뤄지도록 계획됐다. 여느 도시에서는 국공립유치원 탈락자들이 사립유치원으로 눈을 돌릴 수 있지만 행복도시에서는 그런 선택의 여지를 사실상 차단해 놨다. ‘명품’으로 계획된 도시가 ‘조치원’보다 못하단 쓴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행복도시에서 국공립처럼 9~10학급 규모의 유치원을 지으려면 최소 200억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업시설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들어서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민간 자본유치가 불가능하단 얘기다. 교육청의 원거리 통원버스 지원 등 가능한 현실적 대책부터 건설초기 단계에서 민간교육기관에 문호를 개방할 수 있도록 대체용지 마련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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