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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때 나룻배 타고 미호강 건너는 장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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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때 나룻배 타고 미호강 건너는 장꾼들
  • 변상섭 기자
  • 승인 2024.06.2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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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작 '나룻배'와 '소녀'
작욱진 작. 나룻배. 1951.국립현대미술관.

세종시 출신 국민화가 장욱진(1917-1990)의 나룻터(1951)란 작품이다. 

6.25 전란 중 서울서 부산으로 피란을 갔다가 고향인 연동면 내판(송용리)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린 작품이란다. 작은 나룻배에 소, 가방을 맨 소년, 닭을 안고 있는 여인, 머리에 커다란 짐을 이고 있는 또 다른 여인, 자전거를 잡고 서 있는 소년, 노를 젓는 뱃사공, 그리고 소 한마리를 동화처럼 간결하게 묘사했다.

전쟁의 상흔이나 민초들의 고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목가적이면서 평화로운 분위기다. 나룻배가 떠 있는 강은 미호강으로 추정된다. 나룻배는 작가의 고향마을에서 미호천을 건너 오일장이 서는 조치원 읍내까지 가기위한 없어서는 안될 교통수단이다.

장이 설 때마다 동네 사람들은 장에 내다 팔 농산물을 이고 지고 미호천을 왕래했으며, 어린시절 작가는 나룻터의 풍경을 보고 자랐을 것이다. 그런 서정적인 강 풍경을 피란을 내려와 장날 나룻터 풍경을 보고는 화폭에 담은 게 분명하다. 

작가는 전쟁 통에도 변하지 않은 나룻터 평화로운 정경을 그림으로 묘사해 고통받는 민초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고 싶은 마음이 발동했을 것이다. 나룻배 풍경은 전쟁의 그림자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밝고 경쾌하고 그렸다.

하루 하루가 고통의 연속인 피난민 시절에 그린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작가는 '나룻배'를 통해 전쟁이 끝나고 곧 되찾을 행복한 일상을 역설적인 메시지를 대중에게 던진 것이다. 작가는 아마도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기위해 더 정겹고 평화로움을 강조해 붓에 힘을 주어 그렸을 것이다. 

그림은 단순, 심플하다. 원근법, 명암 등 기본적인 작법은 아예 무시했다. 단순화된 선과 색채에 '요약된 형체만 남겼다. 어린 아이가 그린 동화처럼 대상을 묘사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자신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 아껴던 작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 작가도 모르게 아내가 도움을 받던 친구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로 줬다는 말에 몹시 화를 냈다고 한다. 

장욱진 작 소녀. 1939. 국립현대미술관

비밀은 '나룻배' 작품의 뒷면에 ‘소녀(1939)’라는 또 다른 그려져 있고, 작품 속 주인공에 대한 남다른 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림속 소녀는 작가 집안의 선산을 관리했던 산지기의 딸이란다.

아마 가끔 고향집에 들러 만나던 동생같은 어린 소녀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맨발에 붉은 저고리에 어두운 색의 치마를 입은 소녀의 모습은 순박해만 보인다. 곧추선 모습에서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나마 배경을 어둡게 처리해 소녀의 모습이 돋보여 경직감을 누그러 뜨린다.  하지만 풍기는 분위기에서는 동생이나 누이처럼 친근감이 묻어있다. 모름지기 작가의 마음도 이러했을 것이다. 

양면에 그림을 그린 것은 전쟁 통에 캔버스를 쉽게 구하지 못한 내린 작가의 선택이다. 전쟁 통에 그림 재료를 구하기는 좀 어려웠겠는가. 

그런 탓인지 6.25 피란길에 작가는 이 작품을 늘 안고 다녔다고 전한다. 곤궁했던 시절, 고향마을의 추억, 고향사람과 집안 대소사 등 애틋한 추억과 옛 얘기가 고스란히 간직된 작품이니 왜 그러지 않겠는가.

세종시로서도 이 작품은 여간 귀한 존재가 아니다. 세종시를 가로지르는 미호천의 역사와 강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삶위 애기와 6.25와 관련된 많은 얘기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6.25 74주년을 하루 앞두고 그 시절을 그림을 통해 은유적으로 감상할수 있는 이 고장 출신 걸출한 화가 장욱진의 ‘나룻배’와 ‘소녀’를 소개해 봤다.

작가는 1917년 연기군(현 세종시) 연동면 송용리 대 지주집안에서 태어났다. 까치, 집, 가족, 나무 등을 아이콘으로 정감 있는 형태와 뛰어난 색감으로 마치 동화처럼 화폭에 담아내 누구나 공감하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화가이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과 한국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국민 화가로 손꼽힌다.

세종시가 어려운 재정난에도 장욱진 기념관 건립을 서두르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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