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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혼란스러운 세상 ... 그림으로 '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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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혼란스러운 세상 ... 그림으로 '일갈'
  • 변상섭 기자
  • 승인 2024.06.0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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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신 작 출문간월도
김득신 作 출문간월도(18세기)

세상은 늘 시끄럽다. 권모술수와 헛소문이 난무하고 시기와 질투, 억지와 몽니가 다반사다. 명리와 출세, 지나친 욕심 때문일 게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고 입버릇처럼 내세우는 정치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기 달을 보고 이유 없이 따라 짖는 개를 헛소문을 확대 재생산하는 속된 인간들을 빚대 그림으로 그려 속물들에게 일갈한 작품이 시대를 뛰어 넘어 종종 회자되고 있다. 
긍재 김득신(1754-1822)의 '출문간월도(18세기)'다. 시끄럽고 어지러운 세상을 넌지시 경계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그림이다. 조선 중기 문신 이경전의 시, 더 멀리는 중국 후한 시대 왕부의 잠부론(潛夫論)을 그림으로 패러디한 작품이기도 하다.

잠부란 시끄러움을 피해 잠적한 사람을 이르는 말로, 나서지 말아야 할 사람이 나서서 헛된 말을 전하면 그 꼴이 흉해진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경전의 시는 '한 마리 개가 짖자, 두 마리 개가 짖고, 세 마리 개도 따라 짖네. 사람일까, 범일까, 바람소릴까. 동자 말이 산위에 달은 등불 같은데 뜰엔 언 오동잎만 버석거려요(一犬吠, 二犬吠, 三犬亦隨吠. 人乎虎乎風聲乎. 童言山外月如燭, 半庭唯有鳴寒梧)'라는 내용이다.

긍재의 출문간월도의 제발도 이와 흡사하다. 긍재는 '한 마리 개가 짖자, 두 마리 개가 짖고, 만 마리 개가 따라 짖네. 동자를 불러 나가 보라 하니, 오동나무 가지에 달이 걸려 있다고 하네(一犬吠, 二犬吠, 萬犬從此一犬吠. 呼童出門看, 月掛梧桐第一枝)'라는 뜻이다. 

시를 그림으로 옮겨 그렸으니 설명이 필요없다. 긍재는 잠부론과 이경전 시의 교훈을 오롯이 전하면서 거기에 달밤의 운치와 시정을 더한 것이다. 눙치고 에둘러 표현하는 패러디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냈다.
그림을 살펴보자. 파격적인 구도다. 가운데에 오동나무를 배치 화면이 양분된다. 먹의 농담을 살려 잎을 속도감 있게 대담하게 그렸다. 오동나무 아래 양쪽에 삽살개와 어린 시동이 서서 하늘의 달을 쳐다보고 있다. 소슬바람에 오동잎이 흔들리면서 내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겹쳐 들리고 휘황한 달빛이 고고하다. 시골 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면 그 느낌을 안다. 

긍재의 작의(作意)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림 속의 짖는 개를 보고 잠부론을 떠올릴 것이다. 그림 속 개처럼 영문도 모른 채 따라 짖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만사를 자기식대로 보고 해석하고 말하는 세태가 당연시된 탓이다. 그래서 긍재의 출문간월도의 의미가 새삼 많은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이유도 모르고 따라 짖는 개념 없는 개가 되지 말고 세속을 경계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깊은 속내의 메시지다.

보름달이 뜨면 달이나 보지 달 가리키는 손가락에 시비 거는, 옆집 개 짖는 소리만도 못한 말은 삼가도록 하자. 긍재가 당리당략에 매몰돼 목소리만 높이는 정치판을 보다면 눈꼴이 사나워  '출문간월도 2탄'을 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22대 국회는 정쟁보다는 제발 국민을 위한 생산적인 정치를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그림을 소개해 봤다.  

긍재는 풍속화를 잘 그린 도화서 화원으로 정조 어진을 그리기도 했다. 부친(김응환)과 조카, 아들, 외손자까지 대를 이어 온통 도화서 화원으로 조선 후기 명문 화원가문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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