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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에 둘러싸여 생존을 위해 토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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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에 둘러싸여 생존을 위해 토론하다
  • 안계환(독서경영연구원장)
  • 승인 2013.10.08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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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 | 인문학은 문제해결의 최종 솔루션
‘페르시아 원정기’ 크세노폰 지음 | 천병희 옮김 |  숲 펴냄 | 2만4000원
‘페르시아 원정기’ 크세노폰 지음 | 천병희 옮김 | 숲 펴냄 | 2만4000원

요즘 세상은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다. 인문학은 왜 알아야 하는 것일까?

인문학은 삶에 있어서 ‘문제해결의 최종 솔루션’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는 온통 문제의 세상에 살고 있다. 정치·경제·사회적 문제들이다. 여기서 문제라고 하는 게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사람은 주변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라 할 수 있고 또 이것이 삶의 의미라는 것을 말해 준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는 세상은 천국일 것 같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자신의 존재가치가 없는 지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1차적인 해결책은 직접적인 해결이다. 알고 있는 대로 처신하면 된다는 얘기다. 제품이 안 팔리면 나가서 팔면 되는 것이고, 사람의 문제면 직접 만나서 소통하면 된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이에 해당하는 역사 속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페르시아 원정기>라고 번역된 <퀴로스 아나바시스(Kyrou Anabasis)>라는 책을 쓴 역사가 크세노폰의 이야기다. 기원전 402년 그러니까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 원정을 떠나기 60년 전이다. 페르시아 왕 아르타 크세르크세스 2세의 아우 퀴로스는 형을 왕위에서 축출하고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한다. 형이 국왕으로 있는 바빌론은 유프라테스강변에 있고 퀴로스는 소아시아 반도 서쪽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퀴로스는 형을 공격하기 위해 그리스인 용병을 모집하는데 유능하고 경험 많은 그리스 장군들을 통해 1만1000여 명을 모았다. 용병들에게는 왕명에 순종하지 않는 피시다이족을 응징한다는 핑계를 대고 뤼디아 지방의 수도 사르데이스를 출발해 내륙으로 행군하기 시작한다.

기원전 401년 봄 출발해 6개월간의 행군을 거쳐 같은 해 9월 퀴로스 군은 바빌론 근처의 쿠낙사에서 페르시아 왕의 군대와 마주치는데, 퀴로스는 이 전투에서 전사하고 만다. 용병으로 고용했던 주군의 전사로 말미암아 퀴로스를 따르던 그리스인 용병대는 졸지에 적국의 한복판에서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다. 게다가 함께 부대를 구성했던 페르시아인들은 퀴로스가 죽자 곧장 페르시아 왕의 편으로 돌아선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협상에 나섰던 그리스 용병대 지휘관들은 페르시아 태수 팃사르페르네스에 속아 페르시아군 진영에서 붙들려 처형당하고 만다.

자신들의 고향으로부터는 수천 킬로미터를 떠나 왔으며, 적국의 한복판에 놓여 있는 1만 명의 군대는 지휘관도 없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리스인 특유의 토론 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무리를 지어 모여서 새로운 지휘부를 선출하는데 이 책의 저자인 아테나이 출신의 크세노폰도 그 중 한명이 된다.

크세노폰은 당시 20대 중반으로서 큰 부대를 지휘한 경험이 없는 소대장급이었다. 하지만 기존 지휘부가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나서서 이들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그들은 토론을 시작하고 크세노폰은 곧 리더가 된다. 그는 군사들을 이끌 절대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통해 방향설정을 해나간다. 이들은 밤마다 열띤 토론을 벌이고 낮에는 적들의 공격을 견디며 이동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왔던 서쪽 방향으로 이동할 경우 식량을 구할 수 없다고 여겨 훨씬 힘든 여정이지만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간다. 그들을 추격하는 페르시아인들은 집요하게 공격을 해대지만 토론을 통해 뭉쳐있는 그리스인들은 작은 손실만을 입을 뿐이다.

아나톨리아 반도 고원에 위치한 오늘날의 쿠르드족 등 산악의 호전적인 부족들의 집요한 공격을 받으며 천신만고 끝에 흑해 연안에 있는 그리스인 식민시에 도착한다. 그들이 테케스라는 산에 도착했을 때 군의 선두에 있던 대원들이 기쁨의 함성을 외친다. "바다다! 바다다!" 그들이 만나는 바다는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헤쳐온 고난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솔루션이었던 셈이다.

기원전 400년 1월말이 되어 그들은 트라페주스에 도착하고 같은 해 10월 비잔티온에 도착한다.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굶주리고 있지만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용병들을 쉽게 받아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들이 지녀왔던 용기와 문제해결의 능력들은 고향에 다가설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인문학 중에서 특히 역사 속에서 인물들을 만나면 그들로부터 탁월한 능력들을 전수받기도 하지만, 그들이 맞섰던 위기의 순간들을 어떻게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했었는지 배우게 된다. 사방에 적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생존을 위해 토론하고 있었던 크세노폰과 그리스 용병들을 상상해 보면 지금의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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