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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맛=신맛+단맛+떫은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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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맛=신맛+단맛+떫은맛
  • 박한표(EU문화원 원장)
  • 승인 2013.09.09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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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평가 ③ 맛-1

와인의 맛은 신맛, 단맛과 타닌(Tannin)의 쓴맛이 균형과 조화를 이룬 결과로서 나타난다. 와인 맛 수준의 높고 낮음을 평가하는 가장 큰 척도는 바로 이 ‘균형과 조화’이다. 즉 떫은 타닌 맛과 신맛, 단맛이 삼각형의 모양을 이룬다.

떫은 타닌 맛은 숙성되지 않았을 때 입 안쪽을 조이는 땡감의 느낌 또는 제대로 숙성되었을 때 느껴지는 실크처럼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쓴맛이다. 그렇게 좋은 맛도 아니고, 거칠고 꽤 오래 지속된다. 그러나 이 쓴맛이 다른 맛과 결합해 복합적인 맛을 더할 때 품질 좋은 와인이 된다. 이 쓴맛은 신맛과 어울려 쌉쌀한 맛을 내며, 단맛과 어울려 초콜릿 맛을 낸다. 화이트와인은 떫은 타닌 맛 대신 부드러운 맛(Softness)을 내야 한다.

신맛은 신선하고 청량감을 주는 신맛으로 대변되는 산도(Acidity)이다. 혀 양끝을 꽉 조이는 느낌을 동반하며 타액을 분비시킨다.

단맛은 부드럽거나 달콤하다고 묘사되는 단맛(Sweetness)이다. 이 맛은 와인의 잔류 당분과 질감, 알코올에서 나온다. 와인 시음에 있어서는 감미로움이라고 한다. 알코올 도수가 높으면 깊은 맛과 단맛이 느껴지지만 알코올 도수 자체가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삼각형의 각 축을 이룬다. 이 삼각형 축에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맛은 균형과 조화를 잃게 된다. 타닌이 너무 적으면 가벼운 와인이 되고, 타닌이 너무 많으면 날카로운 와인이 된다. 산도가 너무 적으면 밍밍한 와인이 되고, 반면 산도가 많으면 날카로운 와인이 된다. 포도의 당도에서 나오는 알코올이 너무 적으면 힘없는 와인이 되고, 너무 많으면 뜨거운 와인이 된다. 이 세 가지 성분 중 하나가 뚜렷하게 감지되지 않으면서 맛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기분 좋게 느껴질 때 ‘균형이 잡혔다’ 또는 ‘구조가 잘 잡혀 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다시 말해 한 모금 마신 와인을 혀로 굴려 맛볼 때 각각의 성분이 하나의 느낌으로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부드러운 감을 줘야 균형과 조화를 이룬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균형을 이룬 이 삼각형의 크기에 따라 와인의 값이 차이를 보인다. 잘 알려진 비싼 와인은 삼각형의 크기가 크고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이 삼각형의 크기가 작고, 와인의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그 작은 가운데서 세 꼭지 점이 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균형 잡혀 있다면 괜찮은 와인이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이다.

좋은 맛의 삼각형 크기의 크고 작음은 와인의 숙성과 관련이 있다. 떫고 쌉싸래한 맛은 세월이 흐르면서 실크처럼 부드러운 맛으로 변하고, 따가운 신맛은 기분 좋은 새콤한 맛으로 변한다. 다만 작은 삼각형을 가진 와인들은 그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와인의 수명이 짧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갓 병입되어 숙성이 덜 된 레드와인에서 떫은맛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와인 속에 들어 있는 타닌 성분 때문이다. 타닌은 오크를 비롯한 많은 나무껍질과 포도를 포함한 많은 과일 그리고 녹차 등에 들어 있는 약간 쓰고 떫은맛과 텁텁함을 느끼게 하는 물질이다. 포도의 경우 타닌 성분은 껍질이나 씨, 줄기 등에 존재하며 발효 과정에서 우러나온다. 또 오크통 숙성을 거칠 경우 오크에 들어 있는 타닌 성분도 추출된다.

일반적으로 레드와인에 타닌 함유량이 많다. 레드와인은 포도를 으깬 후 껍질과 씨 등이 섞인 상태에서 발효를 하기 때문에 타닌이 많이 우러나오는 것이다. 와인 속의 타닌은 일종의 방부제로서 와인 숙성과정에서 와인을 지탱시켜 주며, 와인의 상태를 끌고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프랑스의 그랑크뤼(Grand Cru) 급 와인들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서서히 숙성되면서 특유의 복합적인 향과 부드러운 맛을 낸다. 이는 와인이 지니고 있는 타닌 성분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와인에 타닌 성분이 부족하면 병 속에서 향이 복합적으로 발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맛이 나아지지 않는다. 그만큼 깊은 맛은 와인이 숙성되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가을철 겉절이’처럼 바로 만들어 즐기는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는 타닌 성분이 적어 와인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 숙성시켜 빨리 마시는 것이다. 이에 비해 ‘김장김치’같이 오랜 숙성을 필요로 하는 그랑크뤼 급 와인들은 갓 병입되어 숙성이 덜 된 경우 맛이 거칠고 텁텁해 거부감을 주지만, 시간이 경과되면서 타닌 성분이 와인을 부드럽게 변화 시킨다. 그러나 타닌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결정체가 되어 이것의 크기가 커지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병 속에서 침전된다. 실제로 와인 전문가들은 병 속의 침전물로 와인의 숙성 정도를 파악하기도 한다.

그 다음으로 와인의 맛에서 중요한 것이 산도이다. 산은 와인의 상큼한 맛을 내주는 원천이다. 특히 화이트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하고 상큼한 맛은 산의 작용에서 나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산은 레드와인보다 화이트와인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리고 산은 온도가 낮아야 특유의 새콤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맛이 잘 느껴진다. 화이트와인을 차게 해서 마시는 이유다. 와인을 차게 하면 향의 발산은 억제된다. 따라서 고급 화이트와인의 경우 복합적이면서도 섬세한 향을 즐기는 사람들은 레드와인처럼 실내 온도인 섭씨 16~18°C로 해서 마신다.

산이 와인 속에서 하는 역할은 다양하다. 우선 산은 와인의 신선도를 유지시켜 보존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유해한 박테리아로부터의 공격을 막아주는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한다. 두 번째로 산은 와인의 색깔과 향이 형성되는데 영향을 미치며 와인을 목에 넘겼을 때 느껴지는 뒷맛을 좋게 한다. 세 번째로 산은 당을 덜 느끼게 하고 타닌을 뚜렷하게 해주는 등 와인 맛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달콤하고 타닌 함유량이 적은 와인의 경우에 산을 더욱 더 필요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와인 속에 산이 과다하면, 맛이 시큼해지며 부께(Bouquet, 세종포스트 110호-와인평가②향 참고)도 약해진다. 또한 산이 적으면 와인 맛이 밋밋해진다. 그리고 당은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산이 결여되어 있으면 상큼한 맛을 기대할 수 없고 그야말로 설탕물 같은 와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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