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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적 고찰 담긴 판타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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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적 고찰 담긴 판타지 소설
  • 김재중
  • 승인 2013.07.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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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배 섬의 비밀 1 2’

▲ 빈 가오 풍경, 오르배 섬의 비밀 - 1.코르넬리우스의 여행, pp.188-189.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을 이을 판타지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국내에도 상당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프랑스의 세계적 일러스트 작가 프랑수아 플라스(François Place)의 <오르배 섬의 비밀>이 1순위 후보다. 1988년 그에게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도서전 대상 ‘라가치상’의 영예를 안긴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전6권, 이하 지도책)에 등장하는 코르넬리우스와 지야라가 주인공이다.

1권 코르넬리우스의 여행, 2권 지야라의 여행으로 구성됐다. 운명이 이끄는 대로 육지와 바닷길을 여행하던 남녀 주인공이 우연한 사건으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재미있는 건 그 과정과 결과가 각각 남자와 여자의 시점에서,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감정으로 그려진다는 데 있다.

▲ ‘오르배 섬의 비밀 1 2’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 공나리 외 옮김 | 솔 펴냄 | 각권 1만3000원
여행의 출발을 예고한 <지도책>에 이어 <오르배 섬의 비밀>은 본격적인 여행기다. 우리는 그 속에서 전설과 신화, 역사와 현실을 넘나드는 상상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구름천을 찾아 떠나는 코르넬리우스의 여행은 마치 고대 비단을 찾아 머나 먼 동방으로 떠나는 대상의 모습이 연상된다. 지야라가 항해하는 바닷길에서 향신료를 운반하던 선단의 모습이 떠오른다. 시간과 공간의 엑조티시즘(exoticism)이다.

비단길과 향신료길은 과거 미지의 세상에 있는 귀중한 ‘보물’을 찾으러 가는 신비의 여정이었으며 인생을 건 모험의 길이었다. 그 길을 따라가면서 사람들은 온갖 경이로운 만남과 진기한 풍물, 지리를 기록으로 남겼고, 그 자료들이 창작의 근원이 됐다.

<오르배 섬의 비밀>의 주요 무대는 ‘비취 나라’와 ‘오르배’인데 역시 작가가 만들어낸 다른 모든 나라처럼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하면서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작가는 비취 나라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안위와 욕구 충족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그 희생의 가치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인간의 이기심을 꼬집는다. 또 문명사회를 상징하는 ‘오르배’의 모든 계급 사람들이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자기도 모르게 모순된 삶을 사는 데 경종을 울린다. 그런 점에서 <오르배 섬의 비밀>은 인류학적 취향의 소설이다.

더불어 코르넬리우스와 지야라가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가는 여정을 통해 인생의 목적과 행복이란 도달할 수 없는 먼 곳이 아닌 바로 우리 눈앞, 우리가 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바로 그곳에 있다는 점을 말한다.
작가는 작품의 근간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볼 때 아시아는 신비한 문화를 간직한 곳이며, 아프리카는 모든 살아 숨 쉬는 생명체들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의 관심은 항상 잃어버린 세계, 아직 발견되지 못한 세계를 향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보여주는 환상의 세계들은 모두 현실에 기초하고 있다. <지도책>에 등장하는 26개 나라를 보면,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나라들의 문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창조됐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세계의 문화와 역사, 신화와 전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한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작가가 창조해낸 ‘조어(造語)’들이다. 독특한 표현으로 이루어진 조어들은 작가가 지닌 세계관을 여실히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그는 자연의 내면을 꿰뚫어보면서 사물이 지닌 본성과 그 속에 담겨진 신비성을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을 통해 끌어내고 있다. 한국어판에는 이러한 조어들에 대한 낱말풀이가 각 권 말미에 덧붙어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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