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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워야 할 청년들 어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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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워야 할 청년들 어찌 할 것인가
  • 강수돌(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3.06.18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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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파·봄철 이상저온 과실수 피해 잇따라

이상기후, 온실가스 인간이 만든 재해
경제 이상기후, 대학생 동사 위험
청년실업 인재인 만큼 제도·정책 바꿔야


최근 언론에 따르면 과실수들이 지난 겨울에 있었던 극심한 한파와 봄철 이상 저온 현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한다. 충청북도에 따르면 최근 음성군 내 복숭아 단지 저온피해를 조사한 결과 전체 면적 880㏊ 가운데 30%가량인 240㏊가 피해를 입었다.

예컨대, ‘햇사레 복숭아’를 생산하는 감곡 단고을 탑푸르트 시범단지의 김종오 회장은 "작년 여름 태풍으로 나무가 약해진 상태에서 겨울 강추위와 봄철 이상 저온으로 동해가 급증한 것 같다"고 했다. 또 충주시의 복숭아 주산지인 앙성면에서도 전체 172㏊ 가운데 50여㏊에서 저온피해가 났다. 인근 노은면도 116㏊의 복숭아 과수원 가운데 30∼40㏊가 피해를 보았다. 옥천군에 접수된 과수 저온피해 면적은 복숭아 35.5㏊, 포도 16.6㏊, 배 4.7㏊, 사과 2.2㏊ 등 63.4㏊에 이른다.

이들 지역에는 지난 1월 영하 15도를 넘나드는 강추위가 여러 차례 되풀이된 데다, 봄철인 3~4월에도 이상 저온 현상이 반복되면서 복숭아, 포도 등이 큰 피해를 봤다. 복숭아나 포도 등은 영하 15도 이하의 강추위에 6시간 이상 노출되면 냉해 또는 동해를 입는다고 한다.

이 같은 사례는 충북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혹한으로 영천 500㏊, 김천 380㏊ 등 2000㏊ 복숭아와 자두, 포도 등의 과수나무가 동사했다. 특히 복숭아 등 일부 작목의 경우, 재래종은 멀쩡한데 지자체의 권유에 따라 심은 ‘경봉’ 품종만 80% 이상 동사한 것으로 드러나 농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례로, 영천시 임고면의 복숭아밭은 황폐 그 자체가 되고 말았다. 잎과 새순이 무성하게 뻗어야 하는데도 대부분 앙상한 나뭇가지를 드러내었다. 어쩌다가 잎이 난 곳도 열매는 없고 가지만 웃자랐다.

국내 최대 포도산지의 하나인 김천도 캠벨 품종을 주로 재배하다 수년 전부터 당국의 권유로 ‘자옥’이라는 신품종으로 발 빠르게 수종을 갱신하다가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가지가 마른 나무는 뿌리에서 새 순이 돋는 경우도 있지만, 접목부위 아래에서 나는 순은 쓸모가 없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대다수 농민은 동해 피해 여부를 알기 어렵던 지난 봄에 출하용 상자와 농약, 비료 등 1년 치 농자재를 모두 외상 구입한 상태라 이중고를 겪는다. 68세의 김천시 어모면 농민 김씨는 "올 매출 1억 원을 기대했는데, 완전 망했다."며 "지금 새 묘목을 심어도 수확이 가능한 5년간 해마다 비용이 들 수밖에 없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주지 않는 한 파산"이라 한탄했다.

결국, ‘농사는 사람이 짓는 게 아니라 하늘이 짓는다’는 어른들 말씀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갈수록 이상 기후가 기승을 부릴 터인데, 따지고 보면 이것 또한 온실가스 등 사람이 초래한 부분도 크다.

이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한창 인생의 꿈을 키우며 삶의 열정을 바쳐 꽃을 피워야 할 청년들이 ‘스펙’ 경쟁이나 취업 전쟁과 같은 경제의 이상 기후 현상으로 말미암아 냉해나 동사의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고액 등록금에 부채 증가, 최저 임금의 알바, 사실상 실업자 480만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청년 실업, 낭만과 연애의 기회 박탈, 결혼 주저 내지 출산 거부 등이 바로 그 증거다.

한편, 세종시는 작년부터 복숭아와 포도, 자두, 매실 등 4개 품목의 1000㎡이상 재배 농가로 가입금액이 300만 원 이상이면, 자연 재해, 조수해, 화재 등 모든 부문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 농업 재해보험을 들게 지원했다. 그런데, 보험이란 위험으로부터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위험 그 자체를 막진 못한다. 이를 청년 현실에 빗대자면, 지금까지 대학 졸업장은 청년의 취업이나 인생에 일종의 보험증서 같은 역할을 해왔다. 좋은 졸업장일수록 더 큰 혜택을 누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고교 졸업생의 85%가 대학 진학을 하고 청년 실업이 냉해를 예고하는 오늘날, 대학 졸업장은 보험증서 역할을 상실하고 말았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결코 청년들 자신 탓은 아니다. 또, 그 부모들이 자식 사랑에 ‘무조건 대학을 가라.’고 한 탓만도 아니다. 사회 구조가 문제다. 사람을 인격체로 보기보다 노동력으로 보는 사회경제 시스템이 핵심이다. 노동력을 경쟁적으로 활용하여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경제 원리가 청년들로 하여금 나름의 꽃도 피우지 못한 채 동사하게 만드는 이상 기후의 근원이다.

그렇다면 돌파구는 무엇일까? 농업에 피해를 주는 이상 기후가 어느 정도는 온실가스 등 인간이 만들어낸 것에 기인한다면, 청년들이 직면한 이상 기후는 사람을 노동력으로 보는 돈벌이 경제 시스템에 기인한다. ‘순수한’ 자연 재해가 아닌 만큼, 특단의 대책으로 사람, 제도, 정책이 변하면 희망이 생긴다.

첫째, 전 사회적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청년, 장년, 노년이 일자리를 나누어야 한다.
둘째, 대학 서열화를 타파해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맘대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 보람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넷째, 직업이나 직장, 직위와 무관하게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
다섯째, 직접임금을 보완할 사회임금을 확충해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한다.

결국, 경제 민주화를 내실 있게 추진하는 것, 이야말로 청년들이라는 꿈나무가 자본이 만든 냉해에 얼어 죽지 않게 만들 희망의 대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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