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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에서 영화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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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에서 영화를 즐기다
  • 송길룡
  • 승인 2013.06.18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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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어디든 극장이 될 수 있다. 뒤돌아 곰곰이 따져보니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나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고전영화들을 알려주고 알아서 찾아보라며 뒷짐만 졌었다. 볼 수 없는 영화를 소개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 고민 끝에 내린 한 가지 방법은 추천 영화를 바로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정기적으로 상영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최근에 커피쿰이라는 북카페가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고 이 북카페에서는 주민들의 문화 활동을 위해 열린 공간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 바로 이거다! 하는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쳤다.

커피쿰은 지난 5월 설립한 세종문화공동체협동조합이 조합원들의 뜻을 모아 지역사회의 문화발전에 기여하고자 개장한 문화휴식공간이다. 50명 정도가 커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아담하고 정갈한 느낌의 북카페다. 테이블 사이 작은 공간을 활용해 책장을 놓고 누구나 쉽게 도서를 기증하고 빌려볼 수 있도록 꾸몄다. 12명 정도가 들어가 토론과 회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세미나실이 있고 그 옆에 아이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놀이방도 마련돼 있다.

6월1일 커피쿰이 정식으로 개장한 직후 바로 운영 실무를 맡고 있는 권오선 총괄팀장을 찾아갔다. 단도직입적으로 주민들에게 무료로 고전영화를 즐길 수 있는 상영공간을 제공해달라고 했다. 권 팀장은 나의 제안에 흔쾌히 맞장구를 치며 바로 그런 주민문화프로그램이 커피쿰의 설립목적에 부합되는 일이라며 무한정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응대해왔다. 나는 그 순간 너무나 감동해서 눈물이 풍선처럼 매달린 만화 속 주인공이 된 듯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에 세미나실 공간을 이용해 영화상영공간을 만들고 ‘열린 수요극장’이라는 이름의 상영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드디어 6월5일 오후 3시 시범적으로 상영조건을 확인할 겸 첫 상영회를 열었다. 세미나실 한쪽 벽면에 스크린을 펼치고 그 하얀 화면 위로 영화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의 소녀 모습이 드리워질 때 느꼈던 황홀함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길 없다.

밝은 대낮인데도 커튼을 적절히 두르고 사운드 조절을 잘 하면 어느 극장 부럽지 않은 훌륭한 영화관이 마법처럼 생겨나는 것이다. 나 이외에 이날 동석했던 관객은 2명. 모두가 크게 만족했고 아마도 조만간에 지역의 명물이 될 것이라고 덕담들을 나눴다. 세미나실 창밖으로 새어나간 스크린 흑백 영상을 얼핏 본 손님들이 벌써부터 무척 궁금해 하며 관심을 나타냈다.

상영시간대를 오후 3시로 한 건 그 시간에 주부관객들이 시간을 내기 좋다는 판단에서였다. 40대 여성에게 추천할 영화를 고르다가 결국 ‘열린 수요극장’을 대낮에 즐길 수 있도록 방편을 마련하게 됐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앞으로도 쭉 40대 여성에 코드를 맞춘 영화들을 연이어 상영할 생각이다. 6월12일에는 젊은 날의 말론 브란도가 주연을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주변 여성인물들의 시선이 사뭇 인상 깊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6월 19일에는 결혼 후 연기생활을 시작한 아름다운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엘레나와 남자들>이 이어진다.

조치원읍 신흥리 농협건물 4층 커피쿰에서는 수요일 오후마다 40대 여성들을 위한 영화들이 커피향과 함께 펼쳐진다. 내가 추천한 영화들이 이제 매주 거기서 상영되는 것이다. 고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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