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란 무리한 대출로 집을 마련했으나 대출금 상환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 빈곤하게 사는 가구를 의미한다. 수도권 신도시 일부 지역에서는 집을 팔아 대출금을 모두 갚고 단 한 푼도 건질 수 없거나 오히려 빚만 남게 되는 ‘깡통주택’이 수두룩하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주택보유에 나섰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대부분이다.
세종지역 주택대출, 가파른 상승세
하우스푸어나 깡통주택 모두 ‘무리한 대출’이 원인이다.
한국은행 대전·충남지역본부가 발표한 세종지역 예금은행 여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지역 기업대출액과 가계대출액을 포함한 총 여신액은 3609억 원에 이르렀다. 그런데 전체 여신액의 75% 정도가 가계대출액이고 가계대출액의 90% 정도를 주택관련 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관련 대출액 총액은 2456억 원에 이르렀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주택대출액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 초부터 지난 3월까지 신규로 발생한 세종지역 주택관련 대출액 규모는 1295억 원이다. 불과 석 달 만에 지난해 대출규모의 절반 이상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 "아파트 중도금대출 취급이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아파트 중도금을 내기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가구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신규아파트 분양이 속속 이어지고 있는 세종에서 이 같은 유형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세종지역의 이 같은 은행여신 추이를 과연 위험신호로 해석할 수 있을까. 지난 2010년 주택가격 상승세가 컸던 대전지역에서도 하우스푸어 양산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그해 대전지역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액 14조 5900억 원 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2%(8조 7900억 원)에 달했다. 비수도권 평균(52%)을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2008년말 57.5%에서 2009년 말 58.9%로, 2010년 60.2%까지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경고메시지를 보내기에 이른다. 당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임원회의에서 "대전과 부산 등 일부지역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며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재 시점, 가계대출에서 주택관련 대출액 비중이 90%에 이르는 세종시에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이가 없다.
하우스푸어는 무통증 환자
‘하우스푸어’는 주택담보대출금에 허덕이는 수도권지역 30∼40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택을 보유한 약 1000만 세대 중 15% 이상이 하우스푸어로 추정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신도시에 연령대로는 30∼40대에 집중된 경향을 보였다.
한 민간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하우스푸어’ 가구의 평균 대출잔액은 8373만 원이다. 이들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246만 원이었으며 은행에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은 월평균 102.3만 원으로 조사됐다. ‘하우스푸어’는 사용 가능한 소득액의 41.6%를 은행에 고스란히 납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연구원 측은 "급격한 집값 상승은 중산층 및 서민의 무리한 주택담보대출을 유도하고 그들을 하우스푸어로 전락시키기 때문에 가격안정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가격안정이 하우스푸어 문제의 근원을 치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하우스푸어’를 무통증 환자에 비유했다. ‘하우스푸어’를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전문가는 "부동산 호황기에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구입한 사람은 실질소득이 줄어도 조만간 이를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기 마련"이라며 "이 같은 기대감에 내 식탁의 반찬 수가 줄어도, 문화·여가 생활을 줄여도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