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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서 새 중심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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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서 새 중심을 만들자!
  • 조규준(고려대 경영학부)
  • 승인 2013.06.10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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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서평

우리는 경쟁의 끝에,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안락한 미래와 행복이 있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끊임없이 경쟁으로 내몰리는 사회에서 우리가 허덕이는 이유다. 정말 아이러니 한 사실은 공중파 방송, 라디오, 신문 그 어떤 것도 국민 행복지수를 논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실제로는 그 모두가 경쟁 사회를 암묵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각종 자기 계발서도 경쟁사회를 노골적으로 당연시 하고 있다.

이 책 <팔꿈치 사회>에서 저자는 개성과 치열한 경쟁의 각축장인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왜곡되고 비틀어진 사고가 만든, 우리 교육이 다루지 않는 허와 실에 대해 논의한다. 그와 더불어 생계의 길과 꿈의 길을 대조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이 대조적인 시각을 낳은 뿌리는 단연코 자본주의 경쟁이다. 바로 이 경쟁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대안적 시각을 보여준다.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가 강요하는 ‘강자와의 동일시’ ‘경쟁의 내면화’와 더불어 자신의 참된 내면으로부터 우리가 점점 멀어진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겉으로는 살아 있으되 속으로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또한 겉으로는 부와 권력과 명예, 외모와 건강을 과시하되 속으로는 끊임없는 불안과 공포, 두려움과 불만족에 시달리는 표리부동한 우리 삶의 ‘헛됨’을 단언한다.

이러한 두려움 내지 불안감은 가정을 넘어 공교육체계에서도 여전히 존재할 뿐 아니라, 학교가 오히려 그런 두려움을 재생산하고 있다. 그러면 학교는 어떤 식으로 두려움을 재생산하며 경쟁을 내면화하도록 만드는가?

학교는 우애와 협동을 가르치기 보다는 경쟁과 성공에 대한 욕망을 부추긴다. 숱한 시험과 상대평가는 아이들을 경쟁의 내면화로 몰아간다. 그 가운데 상중하로 구분된 사다리 질서는 강화되고 아이들은 성장하는 인격체가 아니라 예비 인적자원으로 대상화된다. 상중하로 등급 분류된 대학조차 진리를 탐구하며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큰 배움터가 아니라 기득권 경쟁의 각축장이 되었다. 학교에서 이어진 직장이라는 삶의 공간 역시 경쟁과 분열의 공간이다. 상중하의 사다리 질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나아가 승진하고 출세하기 위해선 옆 사람을 팔꿈치로 치고 나아가야 한다. 일중독과 고용불안은 동전의 양면이다.

이런 여러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면서 내적으로 갈등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생계의 길을 갈 것이냐, 아니면 꿈의 길을 갈 것이냐? 저자는 ‘산입에 거미줄 치랴?’는 말을 기억하고 ‘꿈의 길’을 갈 것을 권유한다. 그러면서 꿈의 길을 가는 사람은 일류대학이나 일류직장에 목숨 걸지 않고 ‘일류인생’을 살게 된다고 말한다. 이 일류인생, 즉 멋진 인생은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이고 그를 위해서는 꿈의 발견, 실력 증진, 사회 헌신 등 세 요소만 갖추면 된다. 꿈의 길을 걷는 자는 꿈도 이루고 생계도 해결한다.

이에 덧붙여 필자는 꿈의 길을 향하는 이들에게 "변방으로 가라"고 말하고 싶다. 변방이란 사전적 의미로 중심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을 뜻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피하는 단어이다. 하지만 여기에 가장 핵심적인 의미가 숨어 있다. 그 의미를 <변방을 찾아서>의 저자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중심부가 쇠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변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변방이 새로운 중심이 되는 것은 그곳이 변화의 공간이고, 창조의 공간이고, 생명의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변방은 극복해야 할 공간이 아닌 새로운 창조의 공간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얘기다.

변방으로 간다는 것이 중심부로부터 멀어져 걱정과 불안감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이러한 고민에 신 교수는 오히려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들이 다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것은, 얼핏 나 혼자만 유난을 떠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세상은 더욱 자세히 보면 모두 같은 길을 가지 않는다. 다 다른 것도 아니지만 다 같지도 않다. 이런 사람들도 많고 저런 사람들도 많다. 대다수가 간다고 하는 것도 상대적 다수에 불과하며, 극소수가 하는 일이란 것도 상대적 소수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마음 깊은 곳에서 정말 절실하다고 느끼는 길, 정말 가고 싶다고 느끼는 길을 찾고 꾸준히 걷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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