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향 감상 없이 마시면 절반 버리는 것
상태바
향 감상 없이 마시면 절반 버리는 것
  • 박한표(EU문화연구원 원장)
  • 승인 2013.08.26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와인아카데미 | 와인평가 ②향

‘아로마’, 포도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1차 향
‘부케’, 공기와 접촉해 올라오는 복합적인 향
평소 과일·야채 등 특유의 향 기억하면 도움

와인 향을 감별하기 위해 프랑스 장 르느와르가 개발한 와인 향 샘플 키트.
와인 향을 감별하기 위해 프랑스 장 르느와르가 개발한 와인 향 샘플 키트.

와인의 향을 잘 식별하고 표현하려면, 일상적으로 먹는 과일이나 야채 특유의 향을 확실하게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기억된 향을 가지고 와인의 향을 평가할 때 참고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평소에 흔히 접하지 못하는 과일이나 야채 등을 만나면 그 향을 의식적으로 기억하도록 노력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더 관심이 있다면, 와인 향 샘플 키트(le Nez du Vin)를 구입한 후, 반복해서 향을 맡음으로써 향들을 기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뇌의 기억 창고에 향이 많이 저장돼 있어야만 와인을 마실 때 유용하게 꺼내 쓸 수 있다. 와인의 향을 잘 식별하려면 반드시 그 향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와인의 향을 사람의 ‘코(nose, 프랑스어로는 le nez)’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와인을 마시면서 ‘big nose(큰 코)’라고 말하면, 그 와인이 매우 자극적이고 강한 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작은 코’란 표현을 썼다면, 향이 뚜렷하지 못하고 약하게 느껴지는 경우이다.

와인의 향은 포도품종, 산지별 토양과 기후, 빈티지, 양조방법, 효모의 종류, 저장 및 숙성조건 등에 따라 각각 그 개성을 달리한다. 그러나 와인의 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포도품종이다. 그리고 와인의 향은 와인의 고향인 대지의 흙과 그 곳의 태양이 빚어낸 대자연의 향기이다. 와인의 그 향을 통해서 우리는 그 곳의 과일과 꽃 그리고 풀들을 만나는 것이다. 와인을 마시는 것은 곧 향기를 마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와인의 향은 와인의 생명이다. 와인의 향을 묘사하는 용어로는 아로마(Aroma)와 부케(Bouquet)가 있다.

아로마는 희랍어의 ‘양념’이나 ‘향료’를 뜻하는 말에서 유래되었는데, 이후 ‘기분 좋은 향기’를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다. 부케는 프랑스어로 ‘꽃다발’이란 뜻인데, 와인의 용어로는 ‘와인의 2차 향기’를 묘사하는데 쓰이고 있다. 결혼식에서 신부가 입장할 때 손에 든 꽃다발을 또한 부케라고 부른다. 이 부케는 향기가 좋은 여러 종류의 꽃으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개개의 꽃은 아로마로, 또 이들이 꽃다발로 한데 어울려 발산하는 좀 더 우아하고 복합적인 향을 부케라고 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아로마는 와인 잔에 와인을 따르면 즉각적으로 올라오는 1차향을 말한다. 와인의 원료로 쓰인 포도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적인 향기이다. 예를 들면 과일 향, 야채 향, 꽃향기 향, 풀잎 향, 약초 향, 흙냄새같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향이다.

부케는 와인이 공기와 접촉해서 올라오는 복합적인 향이다. 부케는 발효와 숙성과정에서 일어나는 와인의 화학적 변화에 의해 형성된다. 특히 포도즙에 있는 설탕성분이 알코올로 변하는 발효과정에서 많은 부케가 생긴다. 그리고 오크통 숙성을 거친 와인에 배어 있는 바닐라, 구운 토스트 등의 향도 부케다. 일반적으로 발효 후에 정제와 여과, 저장 과정 등을 거쳐 병입된 와인은 아로마가 강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로마는 약해지며, 부케가 점차 와인의 향을 지배하게 되면서 과일 향을 잃게 된다. 마른 잎, 홍차, 버섯, 부엽토, 담배, 손질된 가죽 냄새, 버섯, 건초, 말린 과일 등 좀 더 복합적이며 다양하게 숙성된 향이 와인의 부케다.

초보자는 와인의 향을 감별하고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와인의 향인 아로마를 쉽게 식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아로바 바퀴(Aroma Wheel)’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사람의 후각을 통해 감지될 수 있는 100여 개의 향을 대, 중, 소그룹으로 나누어 이를 하나의 원에 체계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한 것이다.

와인을 마실 때 가장 많이 느끼는 과일향의 경우를 예로 들어 ‘아로마 바퀴’를 활용하는 법을 살펴본다. 와인에서 과일향이 느껴지면, 그 과일 향을 다시 감귤 향, 딸기 향, 나무열매과일 향, 열대 과일 향, 마른 과일 향 등으로 구분해 본다. 또 다시 감귤 향은 그레이프푸르트와 레몬, 딸기 향은 검은 딸기(블랙베리), 나무딸기(레즈베리), 일반 딸기, 까막까치밥나무(블랙커런트), 나무열매과일 향은 체리, 살구, 복숭아, 사과, 열대과일 향은 파인애플, 메론, 바나나, 마른과일 향은 딸기잼, 건포도, 말린 자두, 무화과 등으로 각각 세분화된다.

와인의 향을 감상하지 않고 와인을 바로 마시는 것은 와인의 반을 버리는 것과 같다. ‘아로마 바퀴’를 참고하면서 다양하고 복잡 미묘한 와인의 향을 감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은 색깔과 향 그리고 맛을 최대한 감상하고 느끼는 데 있다. 이 중에 감상하기가 제일 어려운 것이 향을 감상하는 것이다. 향은 매우 종류도 많고, 그 속성이 복잡 미묘할 뿐만 아니라 공기와 접촉 시간, 마시는 온도, 잔을 소용돌이치는 정도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지배적으로 감지되는 향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와인 향의 대가인 프랑스의 장 르누아르(Jean lenoir)에 의하면, ‘와인은 포도나무로부터 직접 향의 유산을 물려받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까베르네 쏘비뇽의 경우 숙성이 덜 된 와인에서는 블랙커런트나 나무딸기 등 주로 붉은 색 과일 향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러나 숙성이 되면서 후추나 생강 등의 자극적인 향이 첨가되며 송로버섯(truffle)의 은은한 향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와 함께 오크통 숙성을 할 경우에는 구운 빵, 연기, 초콜릿 냄새 등이 추가로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주장에 따라, 와인의 향을 잘 감상하려면 각 포도품종별 향을 기억해 두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와인의 향을 잘 식별하기 위해, 와인을 마시는 주제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한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집중적으로 마셔보고, 그 다음으로 서로 다른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비교 시음하고, 그 다음으로는 한 포도품종이지만 산지가 다른 와인들을 비교하며 시음하면 와인의 향을 감상하는 능력이 커질 것이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