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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꽃의 바다...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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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꽃의 바다...오월!
  • 변상섭 기자
  • 승인 2023.04.21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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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호 작 사과밭
오지호 작 사과밭(1937). 540×432

[세종포스트 변상섭 기자] 오월의 사과밭은 꽃의 바다다. 흐드러지게 핀 꽃은 마치 호수의 물 비늘이 일렁이는 것처럼 신비롭다. 넘실대는 꽃 물결은 얄궂은 봄바람에 꽃비가 되어 흩날린다. 가을의 풍성한 결실을 예약하는 자연의 섭리고 신성한 의식이다.

오지호(1905-1982)의 '사과밭(1937)' 풍경이 그렇다는 얘기고 문득 떠오른 감상안(眼)을 적어 보았다.  그는 빛의 화가다. 한국적 인상주의의 선구자이자 기념비적 존재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마네.모네와 견주는 우리 근대화단의 보물같은 존재다. 

그는 '광(光)의 약동! 색(色)의 환희! 자연에 대한 감격에서 나오는 것이 회화'라고 주장할 정도로 빛을 중요하게 여겼다. 사과밭도 빛의 관찰을 통해서 나온 득의작이다. 사과꽃이 만발하면 오지호의 사과밭 풍경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과밭'은 동경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송도고보 미술교사로 근무할 때 그린 작품이다. 오지호는 '사과밭'을 그리기 위해 사흘간 아침부터 석양 무렵까지 과수원에서 직접 관찰해 광선이 사과나무에 닿아 그 고유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한 후 완성했다고 한다.

작업 후기에 '꽃이 피면서 시작된 작업은 그림이 거의 완성되자 꽃도 지기 시작했다'고 쓴 것을 보면 그가 빛의 변화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사과밭'을 보면 명랑하고 유쾌하다. 나뭇잎은 밝고 투명한 빛의 세례를 받아 색점으로 분산되어 발랄하고 역동적이다. 빛을 투사하는 방향에 따라 초록색과 흰색이 교차하면서 봄의 싱그러움을 더해 준다. 마치 물비늘이 이는 호수면에 햇빛이 비쳐 빈짝이는 듯한 리듬감을 주기도 한다.

나무 아래 그늘에는 분홍색과 보라색으로 처리했다. 과수원의 흙이 황토지만 나뭇가지와 잎 사이로 빛이 들어오면서 순간순간 변하는 모습이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다. 거칠고 요란스런 붓 터치가 곁들여지면서 역동성이 가미된다. 생명의 약동과 환희의 봄이 충만하게 느껴진다.

그는 일제 식민지 시대, 국민의 암울한 마음을 붓 하나로 밝고 명랑하게 해준 예인이다. '조선 향토색'에 대한 논란이 일 때도 그는 독자적이면서 한국적인 인상주의 미학을 펼쳐 근대 미술사에 인상주의 존재를 보다 선명하게 했다.

전남 화순 출신인 오지호는 광주에서 호남 예맥을 굳건하게 지켰다. 아들들도 부친의 영향을 받아 호남을 대표하는 화가가 돼 대를 이어 호남 화단을 풍성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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