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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상에서 경작희망자-토지소유자 연결
  • 지태관(한국공공행정연구원)
  • 승인 2013.07.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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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역사, 공유지 몰수 서민보상차원서 본격화

영국의 도시농업은 오랜 전통과 체계화를 거쳐 생활주변에 정착했다. 산업농업과 반대되는 개념, 혹은 산업농업에 대한 부분적 대안이란 인식이 확산돼 있다.

영국의 도시농업 형태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얼롯먼트(allotment)다. 분할 대여된 농지라는 뜻이다. 작물재배를 목적으로 개인에 임대해 주는 시민농장, 주말농장이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얼롯먼트는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도시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규정된 크기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10로드(253㎡)를 기본으로 한다. 임차방식은 지방정부나 토지주인으로부터 임대받은 시민농원조합이 시민에게 이용권을 부여하는 형태다. 영국은 1908년 얼롯먼트법 제정 이후 수차례 법 개정을 통해 이용자의 권익 보호와 얼롯먼트의 기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얼롯먼트의 역사는 수백 년이라고 할만하다. 색슨족이 산림지대를 개간해 만든 들판을 공유지로 삼은 개념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귀족과 성직자의 토지몰수 및 사유화가 가속화됐다. 16세기 엘리자베스 1세는 빈민들이 식량을 재배하고 동물을 기르던 땅을 몰수했고, 그 보상 차원에서 소작인의 주거지 옆에 붙을 땅을 할당해 줬다. 이것이 역사에서 처음 등장하는 얼롯먼트의 개념이다.
17-18세기에도 공유지는 계속 사유화됐다. 이는 사람들의 도시이주를 가속화했고, 그 결과 도시인구가 증가하는 원인이 됐다. 특히 18세기 말부터 영국사회가 공업국가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사회보장연금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해 식량부족을 겪는 많은 빈민을 양산했다.

아울러 런던 교외에는 스프롤(sprawl) 현상이 나타났다. 스프롤 현상은 도시에 근접한 미개발지역으로 주택지나 공업지역이 무질서하게 확대되면서 농경지나 삼림이 잠심, 훼손되는 현상을 말한다.

더구나 공유지의 사유화법령으로 인해 토지 대주주들은 국회의 동의 없이도 공유지를 사유화했다. 시민의 불만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1845년 법 개정을 통해 소지주와 빈민을 위해 사유지의 25%를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제공했다. 필드 가든(Field gardens)으로 불리는 이런 조치가 현대적 개념의 얼롯먼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공유지에서 사유화된 토지의 아주 미미한 수준(약0.35%)만이 얼롯먼트로 만들어졌다.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말-19세기 초에 들어서다. 대도시의 무질서한 팽창을 막기 위해 위성도시를 설정하고 그곳에 얼롯먼트를 개설하기 시작했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뒤따르면서 빅토리아 시대에 얼롯먼트의 수가 150만개에 달했다. 1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의 봉쇄정책으로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얼롯먼트가 광범위하게 보급됐다. 전후에는 주택수요 증가로 인해 그 수가 점차 감소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얼롯먼트가 다시 급격히 증가했다. 부족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공원조차 얼롯먼트로 바뀌었을 정도. 1943년에는 175만개소가 조성됐다. 전후 도시개발로 인해 1970년에는 53만개소로 줄었고, 산업농업이 발전하면서 얼롯먼트의 필요성도 쇠퇴했다. 지방정부도 얼롯먼트를 주택개발업자에게 매각하면서 1999년에는 약 25만개소까지 감소했다.

그 수가 감소했음에도 대안농업이란 인식의 확산과 도시민들의 자연에 대한 갈구, 도시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해 얼롯만트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현재 30만여개로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많은 시민들이 얼롯먼트를 임대하기 위해 몇 년씩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그동안 얼롯먼트에 적대적이던 지방정부들도 적극 장려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임시적 형태의 랜드셰어(Landshare)가 운영되고 있다.

랜드셰어는 웹상에서 경작 희망자와 토지소유자를 서로 연결해 주는 이메일 시스템이다. 자신의 거주지와 함께 경작하고자 하는 토지 등에 관한 사항을 올리면 이메일로 문자를 주고받은 뒤 표준계약서 양식을 활용해 협약을 맺고 농사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가 랜드셰어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현재 참여자가 6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경작지가 부족한 런던에서는 최근 상자나 자루를 이용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위에서 농사를 짓는 사례도 늘고 있다.

‘홧이프’(What If)라는 기업은 런던 도심부의 한 공한지에 0.5톤 정도의 흙을 담은 자루 70개를 설치하고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채소와 꽃을 심을 수 있도록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텃밭 인근 또는 주변에 빗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집수시설을 설치해 관수 시 활용하고 있고, 음식물쓰레기, 농작물 잔재물 등을 활용한 퇴비제조 등도 이뤄지고 있다. 자원재활용 측면에서 시사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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