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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패러독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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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패러독스’의 비밀
  • 박한표(EU문화연구원 원장)
  • 승인 2013.07.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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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아카데미 | 와인과 건강(2)

프랑스인, 기름진 음식에도 심장질환 사망률 낮아
포도껍질·씨에 함유된 폴리페놀이 열쇠
육식 자주하면 물 대신 와인 두 잔 정도 좋아



‘프렌치 패러독스’라는 말은 1991년 미국의 CBS 인기 뉴스 프로그램 <60 minutes>에 보도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표현이다. 한국말로 해석하면 ‘프랑스인들의 역설’이다. 즉 프랑스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생활 습관이나 앞뒤가 안 맞는 사고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이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다른 나라보다 낮다는데서 나온 말이다.

1990년대 미국인들은 심장질환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코카콜라에 햄버거라는 미국 음식이 문제였다. 실제로 프랑스인들이 미국보다 훨씬 더 기름진 식사를 하는데,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프랑스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을 밝히려다 나온 표현이다. 프랑스인들의 일상적인 와인 섭취가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KBS의 <생로병사의 비밀>이란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어 잘 알려진 표현이다.

와인은 동맥경화를 예방해 준다. 적당량의 와인은 고밀도 리포단백질(HDL)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고밀도 리포단백질은 혈중의 불필요한 콜레스테롤을 운반하여 제거하기 때문에 고밀도 리포단백질이 많으면 동맥경화로 갈 위험은 그만큼 적어진다.

뿐만 아니라 레드 와인을 섭취하면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 혈소판은 출혈을 방지하는 중요한 기능이 있지만, 체내에서 불필요하게 응집하면 혈전증이 생긴다. 그리고 레드와인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여러 독성물질)은 저밀도 리포단백질(LDL)의 산화억제작용을 한다. 저밀도 리포단백질은 활성산소와 같은 것으로서, 이 단백질이 산화되어 변질되면 포말세포가 생긴다. 그리고 콜레스테롤 덩어리로 된 이 포말세포는 혈관에 부착되어 마침내 동맥경화가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인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이 ‘프렌치 패러독스’를 푸는 열쇠이다. 이 폴리페놀은 포도의 껍질이나 씨에 주로 함유되어 있으며, 탄닌, 카테킨, 안토시아닌, 레스베라트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랑스인들은 비교적 많은 흡연을 하며, 버터, 치즈, 육류 등 동물성 지방질 섭취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낮다. 와인 속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의 덕인 것이다.

폴리페놀은 레드와인의 경우 1ℓ에 1-3g, 화이트와인의 경우는 1ℓ당 0.2g이 각각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레드 와인이 건강 측면에서는 더 좋다. 건강한 와인의 식재료인 포도에서 이러한 폴리페놀이 나온다.

건강한 와인을 만들기에 좋은 포도가 되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슬픈’(?) 운명을 겪어야 한다. 뿌리 내기기 어려운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을 물을 찾아야 하는 운명, 포도가 지니고 있는 당분을 찾아 끊임없이 공격하는 해충과 박테리아와 싸워야 하는 운명,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여름 내내 내리쬐는 뜨거운 자외선을 온 몸으로 견디어야 하는 운명이다. 포도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껍질을 두껍게 하고, 속이 타듯이 껍질이 검어진다. 포도는 혼자 힘으로 천연 페놀류들을 자체 화학반응으로 만들어 자신을 보호한다.

여기서 인문학적인 성찰이 가능하다. 인간인 우리도 역경과 실패를 겪을수록 더 ‘향기로운’ 사람이 되는 이치이다. 물에서 자란 미나리와 물이 적은 산에서 자란 돌미나리의 향이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자식들도 편안하고 안락하게 기르면 쉽게 포기하고 좌절한다. 힘들게 키워야, 남의 고통을 공감하고 더불어 살아가게 된다.

와인은 이처럼 건강음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음식과 곁들여서 적당한 양을 꾸준히 마실 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하루에 적당한 양은 약 300㎖, 즉 와인 두 잔 정도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와인의 효과가 우리 몸속에서 하루 밖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는 매일매일 두 잔씩 늘 마시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고기를 좋아하고 많이 섭취한다면 식사 시간에 물을 대신하여 규칙적으로 와인을 마시면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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