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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보시는 할머니, 소나무를 닮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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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보시는 할머니, 소나무를 닮았네요
  • 박석신(목원대 외래교수)
  • 승인 2013.07.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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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기행 중에 만나는 가장 이름다운 풍경은 삶속에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여행지의 대부분이 산촌과 강촌이다 보니 그곳에 서있는 아름다운 삶의 풍경 속 사람은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옹이 지고 등 굽은 관솔 마디진 소나무를 닮아 있습니다. 남도 강가 황토 붉은 밭에서 마늘을 뽑으시는 할머니의 손을 잡았습니다. 손마디 굵어지고 거친 손등은 영락없이 소나무 갈라진 둥치 같습니다.

"할머니! 마늘농사 어떠셨어요?" "사람 농사보단 나았지." 도회지서 고생스럽게 살아가는 자식을 걱정하시는 마음입니다. 밭둑에 앉아 강가 풍경을 스케치하면서도 자꾸 마음은 마늘밭 할머니께로 향합니다. 스케치하던 화첩을 접고 할머님을 그리기로 합니다.

"할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늙은이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 쑥스러워 하시면서 잠시 먼 산을 바라보십니다.

"순예, 이순예… 이름이 촌시럽지? 우리 아부지가 순하다고 예쁘게 살라고 지어준 이름이었지…" 또 한 번 먼 산을 바라보십니다.

붓을 잡고 단숨에 할머님을 그렸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분의 삶을 그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순하셔서 남편과 자식, 그리고 또 무언가를 꽃답게 바라고 사신 삶, ‘당신의 이름이 꽃입니다.’ 화제를 달아 그림을 할머니께 드리고 길을 나섭니다.

뒤돌아보니 아직도 할머니는 그림을 손에 들고 그 이름을 되뇌고 계십니다. "순례… 순례…" 글을 아시는지 묻지는 않고 드리고만 왔습니다. 멀어지면서 바라보이는 할머님의 모습이 꽃보다 소나무를 닮았다는 걸 아직도 먼 산 보시는 모습에서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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