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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트립] 북위 68도, 더 깊은 오로라의 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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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트립] 북위 68도, 더 깊은 오로라의 숲으로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2.12.09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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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진의 포토 트립, 오로라 여행기 2편
북유럽 핀란드에서 만난 오로라 파노라마. 정은진 작. 무단 재배포 금지

 

"빛을 보려면 어둠이 필요하듯, 따듯함을 느낄려면 추위 속에 있어야 한다"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여기는 핀란드 라플란드 이나리, 사리셀카. 북위 68도. 온도는 영하 18도. 체감온도 영하 30도, 바람 없음. 하늘 대체로 청명함.

딱히 큰 준비없이 시작했던 북극권 여행의 막바지. 늘 하일라이트같던 풍경들이 즐비한 여행이었지만 왠지 결정적 한방이 부족한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우리는 결정적 하일라이트를 만들기위해 또 오늘같은 쾌청한 대기상태를 놓칠새라 낮에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밤에 본격적인 오로라 투어를 나서기로 했다. 숙소 옆에 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작은 가게로 가 직원의 영어로 된 설명을 자세히 들은 후 허스키썰매, 스노모빌 등 여러 투어 중에서 우리는 단연코 오로라 투어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오로라 투어를 선택하면 순록썰매를 타고 숲으로 들어가서 본다는 것이 아닌가. 오로라가 뜬 라플란드의 숲을 순록썰매를 타며 본다니, 이것이 이번 북극 여행의 결정적 하일라이트가 될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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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장비를 착용한 모습]

투어를 시작하기 전, 투어를 신청한 샵에서는 일상에선 볼 수 없는 두터운 방한복을 빌려준다. 방한 신발, 방한 모자 등등, 특수한 재질로 재작된 방한 장비는 무척 따뜻하면서도 쾌적한 편이었지만 이 방한장비 안에도 히트텍같은 옷을 겹겹이 껴 입었다. 

북극권의 밤은 영하 18도, 체감온도 영하 30도. 이처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척 추우니 든든하게 입는 것이 살 길이니까. 

이 투어를 대미로 장식할 세계 각국의 몇몇 사람들을 태운 버스는 광공해 하나 없는 숲 한가운데에 정차한다. 그리고 그 곳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순록 썰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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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하는 순록 썰매] 

불빛도 없는, 밤하늘엔 별과 나무와 숲으로 보이는 검은 그림자들뿐, 흰 눈조차 검게 보이는 풍경들. 

그리고 생각보다 무섭게 생긴 순록들의 생김새가 더해져 동방의 나라에서 온 이 작은 나를 무서운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섬뜩한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지만 바이킹족의 후예라는 가이드의 포스에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예의바른(?) 나는 의심을 접고 썰매에 안착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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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록 썰매에서 본 풍경들]

너무나 어둡고 적막해서 보이는 거라곤 희미한 불빛과 나무 그림자, 그리고 별빛. 들리는 거라곤 순록 목에 걸린 워낭을 닮은 딸랑이는 종소리와 그들의 발자국 소리 뿐. 움직이는 썰매에서 장노출로 찍은 사진들은 그 묘한 풍경을 신비롭게 재연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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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서의 캠프파이어] 

순록썰매를 타고 얼마즈음 타고 들어간 목적지. 푸른 밤, 별이 총총 뜬 침엽수림 안에 둥그렇게 둘러앉은 사람들 가운데서 가이드가 능숙하게 불을 피운다. 

그리곤 불 안에 금속주전자를 넣어 물을 끓여 따뜻한 커피를 내어준다. 아무리 방한복을 입었다지만 북극은 북극, 체감온도 영하 30도의 추위는 이 따뜻한 모닥불과 커피 한잔에 녹아든다. 

나는 문득 먼 과거, 편리한 현대 문명을 모르던 이들의 삶을 체험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빛, 썰매, 순록, 숲, 깜깜한 밤. 그리고 모닥불이 내어준 따뜻한 차 한잔. 

번거롭지만 아름답고 로맨틱한, 추웠지만 때론 그 속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삶이었겠거니,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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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프파이어 곁에서 대기하고 있는 순록들]

목적지에서 촬영한 밤 풍경들, 아직 희미하게만 오로라가 떠 있다. 기대했던 목적지에선 아쉽게도 화려한 오로라는 뜨지 않았다.

오로라 예보사이트 (Aurora forecast)를 보니 오늘 오로라 지수가 높을거라고 하는데 이 아름다운 숲에서 사진에서만 보던 화려한 오로라를 보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겠다는 아쉬움을 내비칠때쯤 아쉽게도 휴식을 취하던 순록을 타고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다시 순록 썰매를 타고 얼마즈음 갔을까, 갑자기 가이드가 소리친다. 

"look at that!" (저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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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록썰매 위에서 본 풍경] 

Aurora's forest, 2015,3 panorama 정은진 작. 무단 재배포 금지

드디어 길게, 마치 무지개처럼 동에서 서로 이어지는 오로라가 검은 하늘 위로 떠 있었다. 

같이 투어를 하는 사람들의 감탄섞인 환호성이 썰매 위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검푸른 밤하늘엔 무수하게 빛나는 별, 숲과 작은 오두막, 검은 침엽수림과 그것의 그림자. 순록 워낭의 딸랑이는 소리. 그리고 그 사이로 푸른색으로 이어지는 신비한 빛, 오로라. 

못보고 돌아가겠다 싶어 우울했던 찰나, 이렇게 신비한 빛이 어둠속을 비춘다.  

별을, 빛을 보려면 어둠이 필요하듯 조금 더 벅찬 감정을 더 느끼기 위해 아쉬움이 필요했던 걸까.  

이 빛나는 장면을 보게 해준 검은 어둠에, 잠시나마 추위를 녹여준 캠프파이어의 따듯함에, 벅찬 환희를 느끼게 해준 아쉬움이란 감정에 그들의 공존에 감사해하며. <끝>

 

*해당 여행기는 불법 배포 및 재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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