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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트립] 우기에 만난 '청정 별밤', 충북 보은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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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트립] 우기에 만난 '청정 별밤', 충북 보은 (上)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2.08.26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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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진의 포토트립 1편] 세종가 가까운 근교, 보은에서 만나는 청정 자연
청정자연을 품은 충북 보은에서 만난 별밤. 정은진 기자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삶이 삭막하다 여길때는 자연에 발을 디디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풍성함에 환기를 부여받곤 한다. 마치 자연의 풍성함 속 일부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 때문.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떠난 충북 보은의 청정 자연에서 만난 독특한 숙소와 아름다운 별밤은 삭막한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경험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은 싫어 자연 속에 홀로 우두커니 놓여진 숙소와 충청북도의 한켠에 위치하고 있는 보은 수한면은 속리산과 더불어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곳이다. 인구는 많지 않은 아주 작은 마을이기도 하다. 

보은에는 다양한 특색을 가진 숙소가 마련되어 있어 '숙박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통나무로 만들어진 노이하우스. 정은진 기자

통나무로 만들어진 숙소는 독일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언론인이 한국에 정착하며 노후를 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세종시에서 약 1시간 30분 거리의 이곳에 도착하면 집앞을 제외한 모든곳이 잣나무와 전나무로 둘러쌓여 있어 피톤치드도 한가득 내뿜는다. 

첫인상은 확실히 이국적이다. 외국여행이 어려운 코로나 시대에, 왠지 북미나 독일의 외진 지역, 외국의 어느 숲속에 와있는 듯한 기분을 받는다. 

집안은 거의 모든 것이 통나무와편백나무로 되어있어 집 안에 들어오자마자 콧 속으로 상쾌한 나무 향이 훅 스며든다. 

또한 이 곳의 뒷편에는 그대로 보전되어있는 원시림이 숨쉬고 있어 편안하게 사색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데 숲으로 들어서자 무수한 새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청정자연을 품은 보은에서 만난 하늘. 정은진 기자
속리산 자락을 보며 만난 한 산새가 먹이를 들고 나뭇가지에 앉아 쉬고 있다. 정은진 기자

산책하다보면 저 멀리 속리산 자락이 보인다. 속리산은 해발 1058미터의 우리나라 대표 산 중 하나로,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줄기 가운데 뻗어있는 산이다. 

신라 선덕여왕 5년인 784년에 진표라는 인물이 이곳에 이르자, 밭 갈던 소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고.

이를 본 농부들이 짐승도 저러한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느냐며 속세를 버리고 진표를 따라 입산 수도하였는데, 여기에서 '속리'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희안한 전설이 내려져 오는 곳이다. 

늦여름의 여행은 언제 비를 만나도 이상하지 않다. 산책길에 만난 소나기. 정은진 기자
청정 자연을 가진 보은의 숲과 산자락 위로 빗줄기가 쏟아진다. 정은진 기자

갑자기 쏟아지는 비. 외부 나무 데크에 떨어지는 빗방울들. 파장의 크기가 밖에 오는 비의 거셈을 유추하게 해준다. 

괜히 센치해지는 기분에 멀리 바라보니 노이하우스를 둘러싼 외부 숲에 거센 비가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다. 도시에서 듣는 아스팔트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거대한 숲 속으로 내리는 빗소리는 사뭇 다르다. 

그 공간감도, 주파수의 소리도 달라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차분하게 가라앉게 만들어준다. 

잣나무, 전나무 숲에도 비는 계속 이어지고. 정말 북유럽의 숲에 온듯, 북미의 어느 깊은 산 속에 온듯한 청량함을 느끼며 이 비가 깊은 밤에는 그치기를 바라며 여행의 클라이막스인 '고기 파티'를 하기 위해 숯불을 피운다. 

나무 데크로 쏟아지는 빗줄기는 쉽게 그칠 줄 모른다. 비오는 날의 여행도 나름 운치가 넘친다. 정은진 기자
잣나무, 전나무 숲에도 비는 계속 이어지고. 정말 북유럽의 숲에 온듯, 북미의 어느 깊은 산 속에 온듯한 청량함을 느끼며 이 비가 깊은 밤에는 그치기를 바라며 여행의 클라이막스인 '고기 파티'를 하기 위해 숯불을 피운다. 정은진 기자

펜션 여행의 하일라이트는 풍경도, 경험도, 체험도 아니다. 누가 뭐라고해도, 백미는 '불에 구워먹는 고기'. 

사실 여행의 의미는 '먹는 것'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먹는 것은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또한 삶과 밀접하게 일어나는 경험 그 자체니까. 

그래서 그 경험을 고귀함 삼아, 비오는 로이하우스를 배경으로 굽는다. 고기를. 

정신없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먹다보니 빗소리가 점차 줄어드는 것도 모르고.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숲에 뜬 운해 위로 하늘이 말갛게 열려있다. <계속>

 

※ 해당 여행기의 모든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2차 사용 및 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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