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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륜적 ‘출생의 비밀’ 가득한 안방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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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륜적 ‘출생의 비밀’ 가득한 안방극장
  • 정하길(목요언론인클럽 사무총장)
  • 승인 2013.05.0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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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 왜 판치나

우리나라 TV드라마가 온통 ‘출생의 비밀’로 뒤범벅되어 있다. 그것도 ‘눈물의 불륜’, 혹은 ‘한 순간의 바람기’에서 잉태되는 정도가 아니라 천륜을 거스르는 반인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짜증을 넘어서 화가 치밀 정도다.

요즘 주말연속극으로 뜨고 있는 <최고다, 이순신>(KBS). 남편이 옛 애인을 만나 바람을 피워 태어난 아이가 주인공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오히려 애교(?)로 봐줄 만하다. 일일드라마 <오자룡이 간다>(MBC)는 극 속에 ‘출생의 비밀’을 하나로는 부족해 둘이나 숨겨놓고 있다. 한 여인이 죽은 여자 친구 아들(오자룡)을 친아들처럼 여기고 키워 결혼까지 시키고, 그 사실을 아들이 알고 상심할까봐 마음 졸이는 양부모 이야기는 눈물을 훔치게 만든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또 다른 한 축인 그룹 회장 집으로 장가간 사위 쪽 사정은 완전 다르다. 사위는 다른 여자(김 비서)와의 사이에 혼전 출산한 아이를 ‘업둥이’로 속여 아예 대놓고 데려다 키운다. 아내의 불임이 핑계다. 결혼을 약속했던 전 약혼녀와 두 집 살림도 한다. 이 사위의 어머니는 그런 아들과 공모자다. 오로지 제 자식을 위해서라면 인륜이고 천륜이고 없다.

복수심과 헛된 야망으로 점철된 한 여인이 저지른 끔찍한 선택이 불러온 비극을 다룬 <사랑했나봐>(MBC). 미혼모(아이 아버지는 군복무 중)인 그녀는 병원에서 같은 날 낳은 자신의 아기와 친 자매처럼 한 집에서 성장해온 친구가 낳은 아기를 몰래 바꿔치기한다. 그리고는 친구의 남편(그룹회장의 아들)을 부추겨 이혼하게 만든 뒤, 자신이 그와 결혼한다. 모든 것이 계획적이다. 그녀는 오직 자신만 알고 있는 출생의 비밀을 숨긴 채, 재벌가의 며느리로 친구의 딸(실제로는 자신의 딸)을 키우며 살아가다가 기어이 들통이 나면서 모든 것이 꼬이게 된다. 특히 제 딸을 위해서라면 남의 딸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그녀의 황당하고 기막힌 언행 하나하나가 분노를 치밀게 한다. 대사 한마디, 표정 한 가지, 말초신경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 악독한 모성애에 절대 뒤지지 않는 부성애도 있다. 역시 아침부터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또 다른 아침드라마 <삼생이>(KBS). 60-70년대 시대적 배경만 <사랑했나봐>와 다를 뿐, 한 가난한 남자가 하룻밤 불장난으로 생긴 제 딸을 부잣집(한의원 원장) 딸과 바꿔치기한 것은 똑같다. 그런데 그 딸은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원장을 "아버지", 실제 아버지인 그 남자를 "아저씨"라고 부르며 함께 살아간다. 도덕이고 양심이고 뭐고 없다. 앞으로 물려받을 한의원의 재산 때문이다.

또 다른 공중파의 아침드라마 <당신의 여자>(SBS)와 얼마 전 시작된 새 주말드라마 <원더풀 마마>(SBS)도 ‘출생의 비밀’은 공통사항이다.

‘출생의 비밀’과 함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것이 ‘기억상실’, 아니면 ‘혼수상태’다. 비밀을 감추기에 너무도 편한 방법이다. 보는 사람입장에서 식상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입으로는 지탄을 하면서도 궁금해 하고 또 보게 된다. 그래서 작가도, 연출가도 그런 유혹을 떨쳐낼 수 없는가 보다.

논픽션인 드라마는 글자 그대로 허구다. 반면 극의 전반적인 흐름은 당시의 사회세태를 반영하게 되어있다. 만약에 이 같은 막장 사례가 우리 사회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건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모름지기 시청률은 높여야겠으나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말초신경만을 자극하려는 값싼 의도로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이제 우리 TV드라마들도 이런 편의적이고 선정적인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야한다. 한 주 동안 안방으로 날아드는 연속극이 온통 ‘반천륜, 비인륜, 불륜’으로 가득 채워진 이 세태를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의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수 없다면 시청연령대를 ‘19금’으로 상향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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