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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번지르르, 반쪽짜리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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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번지르르, 반쪽짜리 공연장
  • 이충건
  • 승인 2013.04.19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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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청, 예타통과 위해 규모 축소 신청

"현재 첫마을과 건설 중인 아파트도 많은데 무엇이든 너무 근시안적으로 작게 만드는 것 같다. 세종시에 걸맞게 대극장을 최소 1000석 이상으로 건설해야 한다."(cby888)

"한 번 규격화해 놓으면 상황에 따라 그것을 키우기가 쉽지 않고 새로운 시설을 만들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pride)

"1000석 이하는 동원용 관급행사 규모에 불과하다. 기본 티켓 판매량을 요구하는 대규모 뮤지컬이나 인기 콘서트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toki)

세종시민들이 참여하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행복도시 아트센터(복합도시극장)의 규모를 원안보다 축소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시민들의 반발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건립규모 왜 줄였나

행복청에 따르면, 아트센터의 건립규모는 당초 대극장 객석 1100석 무대 1200㎡, 소극장 객석 500석 무대 1300㎡이었으나 2010년 11월 사업계획변경을 통해 대극장 객석 700석 무대 770㎡, 소극장 객석 300석 무대 750㎡로 줄었다. 이런 식으로 전체 부지면적과 건축연면적이 4만 7780㎡, 2만 500㎡에서 3만 5780㎡, 1만 5390㎡로 각각 감소했다. 사업비도 1032억 500만원에서 857억 3200만원으로 삭감됐다.

사실 행복도시 아트센터 건립사업은 이미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에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측은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해 행복청이 사업변경안을 수용했고, 연구진이 다시 최적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경제성 확보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적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대표적 문화시설 건립의 필요성이란 명분과 행복청의 사업추진 의지를 높이 사 국비지원을 확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타에서는 아트센터의 연간 방문객을 13만 4544명으로 추정했다. 거리 적용 시 70㎞ 이내를 단일지역으로 간주해 인근의 문화시설 현황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은 대공연장 1546석 중공연장 651석, 청주예당은 대극장 1493석 소극장 296석, 작년 9월 개관한 천안예당은 대극장 1642석 소극장 443석 등이다.

정작 문제는 규모가 아니라 시설

규모도 규모지만 문제는 시설이다. 행복도시 아트센터는 근본적으로 다목적극장으로 설계됐다. 다목적극장이란 음악, 뮤지컬, 연극 등 한 장르를 전용으로 하면서 여러 목적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질적인 ‘무(無)목적’ 극장인 셈이다.

아트센터는 일단 음악전용 극장이다. 오케스트라, 합창 등은 가능하지만 다막(多幕)으로 구성된 무용,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은 지금 계획된 시설로는 어림도 없다. 무대크기와 음향시설만 있으면 되는 공연이 있고, 무대시설까지 뒷받침돼야 하는 공연이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아트센터는 목적이 없는 겉만 번지르르한 극장이다. 근본적으로 명품 세종시의 문화다양성을 포용할 수 없다는 소리다.

대전예당만 하더라도 1막 무대 뒤편에 2막 무대가 미리 준비돼 있어 공연의 흐름이 유지된다. 아트센터에서는 단막극이거나 1막이 끝난 뒤 2막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20~30분의 휴식시간을 가져야 하는 구조로 돼 있다. 물론 제대로 된 공연이라면 이런 식으로 관객을 농락하지 않는다.

행복청은 아트센터 외의 전용극장을 지을 계획이 없다. 세종시민이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보려면 대전이나 청주, 천안의 예당을 찾아가야 한다는 소리다. 그래서 착공시기를 늦추더라도 처음 지을 때 제대로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공연전문가는 "지금 지으려는 행복도시 아트센터가 미래를 대비한 공연장인지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한다"며 "이런 곳에서 공연을 한다면 어떤 장르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일반 강당보다 세련된 외관의 무의미한 극장 하나 짓는 꼴"이라고도 했다.

이충건 기자 yibido@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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