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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진화과정에 다윈도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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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진화과정에 다윈도 감탄
  • 이충건
  • 승인 2013.04.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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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고립된 희귀 동식물의 보고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를 합친 것과 같은 크기의 면적을 가진 마다가스카르는 그린란드, 뉴기니, 보르네오에 이어 지구상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1억 750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고립된 이 섬은 하나의 놀라운 실험실을 형성하고 있다. 그 실험실 안에는 독자적인 진화과정을 거쳐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풍토성 동식물이 전체의 80~85%를 차지한다.

이 거대한 섬의 고립은 점진적으로 이뤄졌다. 섬은 떠밀려 가는 동안 대륙과의 접촉을 유지했다. 가령 철새와 물, 바람이 종자를 섬으로 날라 줬다. 나무둥치와 함께 동식물이 해안을 따라 밀려오기도 했다.

이 시대의 마다가스카르는 숲이 우거져 있었고, 식물은 아프리카 대륙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대륙과 차별화가 이뤄진 것은 고립 이후부터다. 오늘날 섬에 서식하는 포유동물은 나뭇가지를 움켜쥐고 섬으로 건너온 대담한 식민지 개척자들의 후손이다. 동물의 이주는 3500만 년 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구의 모든 대양에서 해저가 가장 낮았을 무렵이다.

그러나 섬이 남동쪽으로 떠밀려가면서부터 동물의 이주는 불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두꺼비나 도롱뇽, 독사 등이 섬에 정착하지 못했다. 사자나 표범, 들개나 자칼 같은 육식동물도 없다. 뒤늦게 출현한 육식동물들은 이미 넓어질 대로 넓어진 모잠비크 해협을 건널 수 없었던 것이다.
▲ 여우원숭이

포유류의 대다수는 놀란 것처럼 커다랗고 둥근 눈을 가진 여우원숭이(Lemuroid)이다. 사촌 격인 원숭이는 해협을 건너기에는 출현이 너무 늦었다. 원숭이와의 경쟁이 없는 상태여서 여우원숭이는 섬에 정착 후 놀라울 정도로 번창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여우원숭이는 연약하고, 외딴 곳에 떨어져 산다. 야행성인 데다 곤충이나 잡아먹는다. 몸집이 크고 낮에 활동하며, 원숭이 무리에 방해를 받지 않고 가족이나 무리 단위로 사는 여우원숭이는 마다가스카르에서만 발견된다. 섬의 진정한 지배자인 셈이다.

섬에는 30여 종의 여우원숭이가 있는데 그 중에서 인드리(Indri)는 키가 0.8m나 된다. 검고 흰 아름다운 털도 눈에 띄지만 더 주목받는 건 목소리다. 인드리는 노래하는 여우원숭이이기 때문이다. 무리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인드리의 노래는 마다가스카르의 국가(國歌)가 된다. 희귀종인 황금빛의 신사 여우원숭이(Hapalemur)는 1986년에야 발견됐다. 대나무를 먹는다. 이 여우원숭이들은 라노마파나(Ranomafana) 숲에서만 서식한다. 마찬가지로 흰 이마 여우원숭이는 마소알라(Masoala) 반도에서나 만나볼 수 있다. 아이아이원숭이(aye-aye)는 박쥐의 귀, 비버의 이빨, 멧돼지의 털, 여우의 꼬리에 손가락이 하나 더 달린 손을 갖고 있다. 여분의 손가락으로 아이아이원숭이는 가장 놀라운 능력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만지고, 측량하고, 잡아 뜯고, 즙을 짜고, 물건을 끄집어 낼 수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때론 걱정을 끼치기도 하는 행동 때문에 아이아이원숭이에 대해 수많은 전설이 전해져온다. 말해지기를 아이아이원숭이는 한 사람 이상의 목숨을 잃게 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아이원숭이는 야자열매를 차지하기 위해서만 기습공격을 감행할 뿐 평화를 사랑하는 동물이다.

▲ 포니 바오밥
사람의 출현은 2000년 전부터다. 해상을 통해 말레이 군도와 인도네시아로부터, 그리고 아프리카로부터 인간이 넘어왔다. 인간은 섬의 자연환경을 급속도로 변화시켰다. 우리의 먼 조상 격인 영장류와 여우원숭이는 귀찮은 사촌들의 침입으로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여우원숭이들은 서식지 숲으로부터 후퇴하고 말았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아이원숭이에게 노시 망가베(Nosi Mangab) 섬이 주어졌다. 그러나 급속한 황무지 화는 보호정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리하여 이 거대한 섬에는 오직 위기에 처한 동식물만이 있을 뿐이다.

게다가 고릴라 크기의 거대한 여우원숭이 종은 이미 오래 전 멸종했다. 3m에 무게가 450㎏에 달하는 거대한 마다가스카르 타조(Aepyomis)도, 대륙에서 넘어오지 못한 초식동물과의 경쟁이 필요 없어 섬의 풀을 독차지했던 거대한 거북도 사라졌다.

동물계에서처럼 식물계에서도 독자적인 진화과정이 진행됐다. 80%가 넘는 풍토성 종으로 이뤄진 식물군은 다른 곳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놀라운 컬렉션을 형성하고 있다. 가령, 전형적으로 아프리카산인 바오밥 나무는 마다가스카르에서도 자생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산이 유일종인데 반해 마다가스카르에는 그 외에 7종이 더 있다.
▲ 아당소니아 그랑디디에리 바오밥

가죽부대처럼 부풀대로 부푼 줄기를 가진 이 거대한 나무들은 식물계에서 건조한 기후에 가장 잘 적응하는 식물에 속한다. 바오밥의 줄기는 아름답고 물로 가득 채워진 가죽부대다.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건조한 해에 이 나무줄기를 거대한 급수탱크로 사용한다. 나무를 베어 세로로 잘라내면 물통대용이 된다. 아주 큰 바오밥 한 그루는 10톤의 물을 함유하고 있다.

섬에서 가장 큰 바오밥은 전형적인 아프리카산이다. 섬의 북부지역인 마웅가(Mahunga)의 해안선을 따라 자생하는데, 줄기 밑 부분의 둘레가 14m가 넘는다.
▲ 수아레즈 바오밥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오밥은 식물학자 알프레드 그랑디디에(Alfred Grandidier)에 헌정된 그랑디디에리(Adansonia grandidieri)다. 모롱다바(Morondava) 근처의 동쪽 숲에 자생한다. 모롱다바에서 벨로-쉬르-메르(Belo-sur-Mer) 사이에 난 길에 서 있는 이 거인들을 가리켜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악마가 뽑아서 공중에 뿌리를 옮겨 심었다"고들 말한다. 투박하고 불균형한 모습 때문에 이 나무들은 팔다리가 퇴화한 가려한 유전변이 아이를 떠올리게 한다.
▲ 마다가스카르 디디에레아

생김새 때문에 더 놀라운 것은 붉은 꽃을 피우는 수아레즈(Suarez) 바오밥이다. 이 나무의 굵은 줄기와 수평으로 뻗은 2~3개에 불과한 초라한 나뭇가지는 와인따개를 연상시킨다. 섬의 남서쪽 미개간지에서 자생하는 포니(fony) 바오밥도 생김새가 특이하기는 마찬가지. 높이가 2~5m밖에 안 되는 이 작은 바오밥은 줄기가 괴물처럼 두껍고 남반구에 겨울이 와 잎이 떨어지면 나뭇가지가 완전히 뿌리처럼 보인다. 이 때 사람들은 나무를 보고 땅에 가죽부대가 부풀린 채 놓여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아프리카의 유일한 선인장도 마다가스카르에 있다. 선인장에 속하는 식물은 독점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있다. 하나의 예외가 있는데, 바로 립살리스(Rhipsalis). 립살리스는 씨앗이 해류의 흐름에 의해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로 떠내려 왔다. 이 가시 없는 선인장은 생태계의 진정한 곡예사다. 습한 열대림의 나무 위에서도, 건조한 바위 위에서도 아주 잘 살기 때문이다.
▲ 길손나무

거대한 섬에는 선인장을 닮은 풍토성 식물이 11종이나 된다. 이 식물군은 식물학자 알프레드 그랑디디에의 이름을 딴 디디에레아(Didiéréacées)다. 이 식물군은 마다가스카르 남서부에 밀도 있는 총림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의 식물은 거의 100%가 풍토성이다. 이곳은 벌채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지대이기도 하다. 디디에레아의 미래가 막대한 위기에 처해졌다는 얘기다.

디디에레아는 많은 논란 끝에 선인장의 친족으로 분류됐다. 독특한 색소의 변종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식물계에서 오직 유일무이한 집단에서만 발견되는 베타시아닌(betacyanin)이다. 이 성분 때문에 디디에레아를 ‘마다가스카르 선인장’이라고 부르게 만들었다.

마다가스카르의 유명한 식물로 ‘길손나무’(Ravenala madagascariensis)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나무는 잎 때문에 바나나나무와 흡사하지만, 줄기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길손나무의 거대한 잎은 나무에 널따란 부채의 형상을 부여한다. 나무의 밑동에는 물이 고이는데, 이 때문에 이 나무가 길손들의 갈증을 풀어 주는 것으로 간주됐다. 나무의 이름은 여기서 유래했다. 그러나 이 나무는 결코 목마름을 해소시켜 주지 못한다. 물속에는 파리, 모기, 애벌레 등이 우글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풍당당한 풍채 덕분에 세계의 모든 열대식물원에서 길손나무를 구경할 수 있다.

마다가스카르만의 독특한 또 다른 식물 컬렉션을 보여주는 건 난초과 식물이다. 특히 유명한 건 안그라에쿰(Angraecum sesquipedale)이다. 등대풀의 일종인 이 난초는 흰색의 거대한 꽃을 피우는데, 그 꽃의 꿀주머니는 길이가 35㎝가 넘는다.

1862년 난초과 식물에 대해 연구하던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어떤 벌레가 이처럼 긴 꿀주머니에서 꿀을 길어낼 수 있을 정도로 긴 주둥이를 가질 수 있을지 자문했다. 그로부터 41년 후 길이가 30㎝나 되는 주둥이를 가진 박각시나방의 한 종이 발견됐다. 이 나방은 인간이 그 발견을 예언한 곤충이란 뜻의 잔토판 모르가니 프라에딕타(Xanthopan morgani praedicta)란 이름을 얻었다. 이 거대한 야행성 곤충은 섬의 동쪽 습한 숲 속에서 무리를 지어 서식한다. 꽃은 잔토판을 유혹하고 끌어모으기 위해 찬란한 백색을 번득인다.

열대성 난초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없어 자신을 떠받쳐 주는 나무, 자신에게 양분을 주는 버섯, 꿀을 채취하는 곤충, 자신을 지켜주는 개미에게 의존한다. 식물계에서 가장 진화했다는 열대성 난초는 인간의 진화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농촌의 도시화로 인간은 자연보다는 사회에 의존하게 됐다. 인간에게 일자리와 생계대책, 보호 장치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사회다. 새로운 의존현상도 나타났다. 즉 ‘호모 테크놀로지쿠스(Homo technologicus)’로서의 인간은 이제 인위적인 생산품과 떨어져 살 수 없게 됐다. 자동차, 노트북컴퓨터, 스마트폰 등이 현대인의 의족이 됐다. 이런 도구를 갖추지 않으면 인간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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