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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시민사회, 가면을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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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시민사회, 가면을 벗다
  • 김재중
  • 승인 2013.04.15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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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노동·여성… 개발에 가려진 시민의제

관변색채 짙은 세종시서 자생단체 태동

세종시에서 ‘얼굴 없는 시민사회’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부 주도의 신도시건설이 이뤄지다보니 권력감시나 환경보전, 노동권 보장, 성 평등, 언론비평 등 시민의제가 개발논리에 가려지고 있다.

무소불위 지방권력을 견제해야할 의회의 역할은 기대에 못 미칠 정도로 미약하다. 언론마저 개발논리에 편승해 각종 이권에 숟가락을 얹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다고 솔직히 고백할 수밖에 없다. 결국 권력견제를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시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세종시에서 성숙된 시민사회의 모습을 기대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옛 연기군 주민 등 토박이 시민들은 개발의 혜택이 고루 돌아가지 않는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과 대전 등 대도시에서 이주해온 새내기 시민들은 이제 겨우 이삿짐을 풀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갖기 시작했다.

때문에 토박이 시민과 새내기 시민의 다양한 이해, 개발과정에서 도외시되고 있는 시민의제를 고루 담아 낼 ‘자생적 시민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세종시에 이미 뿌리내린 ‘시민단체’ 대부분은 관변색채가 짙다. 단체 운영비와 사업비 대부분을 권력에 의존하고 있다면 사실 ‘꼭두각시’ 처지와 다를 바 없다. 과거처럼 선거에 동원되거나 기관의 정책홍보에 주력하지 않는다 해도, 권력에 대해 쓴 소리를 할 엄두조차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가 막 태동한 점은 세종시민의 입장에서 큰 위안이다. ‘사회단체보조금’이라는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시민들이 십시일반 납부하는 회비로 단체를 운영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권력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위해 배고픔을 감내하겠다는 의지다. 오랜 기간 시민운동에 전념해 온 지역의 한 인사는 "세종시가 드디어 시민운동의 얼굴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이야기다.

군부독재 종언 이후 20여 년 동안 우리는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소중한 경험을 갖게 됐다. 그리고 잘못된 권력과 제도를 뜯어고치는 일에 얼마나 큰 희생과 고난이 따르는지도 알게 됐다. 그렇기에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철근과 콘크리트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 진짜 명품도시는 시민의 힘으로만 완성할 수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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