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장이 다녀간 후 계족산 맨발축제가 세계에 알려졌다. 관광공사가 4개 국어로 제작한 15개국 27개 해외지사에 비치한 홍보축제에 대한민국 대표축제 중 하나로 소개한 것. 올 5월에도 계족산 맨발축제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5월 11일은 맨발문화예술제, 12일에는 마사이마라톤이 각각 열린다.
대전을 대표하는 계족산 맨발축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소주를 만드는 회사가 주관한다. 충청도 향토소주 업체인 ㈜선양. 이 회사는 ‘벤처창업의 영웅’ 조웅래(54) 회장이 인수한 뒤 사람들에게 술을 마시라고 광고하는 대신 ‘에코힐링(Eco-healing)’을 권한다.
한 때 국내 최대의 모바일콘텐츠 업체 ‘5425’를 이끌던 사람이 소주 회사 경영자로 탈바꿈한 것도 역설적이지만 술 만드는 회사가 자갈이 섞인 계족산 길에 황토를 깔고 맨발로 걸으며 건강을 챙기라고 강조하는 건 반전 그 자체다.
사실 ‘에코힐링’이란 개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이 조 회장이다. 자연(ecology)과 치유(healing)를 합성해 만든 신조어다. 요즘은 자연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의미로 흔히 쓰이지만 상업적으로 함부로 쓰면 법적 제재를 받는다. 조 회장이 2007년 6월 상표로 출원해 놓은 상태다.
해발 423m의 평범한 계족산이 세계적인 명물이 된 사연은 이렇다. 조 회장이 선양을 인수하고 대전에 정착한 뒤 대구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종종 그를 방문했다. 그 때마다 그는 도시락을 들고 계족산 트래킹을 즐겼다. 그러던 2006년 4월 고교시절 자취할 때 친하게 지내던 여자친구 2명이 찾아왔다. 여느 때처럼 계족산에 갔는데 하필이면 여자 친구들이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동행했던 남자친구와 운동화를 벗어주고 맨발걷기를 처음 경험하게 됐다.
자갈이 섞인 길을 5시간이나 걸었으니 발이 성할 리 없었다. 그런데 몸 전체가 후끈거리고 잠도 푹 잤다. 이런 상태가 2~3일 동안 계속됐다. 그는 널리 알려진 마라톤 마니아다. 42.195㎞ 풀코스를 40차례나 완주했다. 맨발의 효험을 알게 된 그는 이때부터 맨발로 뛰었다.
그는 ‘이 좋은 걸 나 혼자 할 순 없다’며 2006년부터 계족산에 황톳길을 조성하고 맨발걷기캠페인과 맨발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주말마다 계족산 숲속음악회도 열어 계족산을 맨발문화공원으로 만들었다. 8년째 지속해온 선양의 노력으로 지금은 계족산 황톳길이 세계적인 맨발명소로 알려졌고, 주말이면 1만여 명의 관광객으로 붐비는 관광지가 됐다. 선양이 이런 식으로 7년간 쏟아 부은 돈이 50억 원이 넘는다. 선양은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 경영으로 지난 1월 중소기업문화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마사이족은 육식을 주로 하는데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일반인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루에 20㎞ 정도를 걷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이미지를 차용해 마사이마라톤이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충건 기자 yibido@sjpost.co.kr
맨발축제 주관하는 선양은 어떤 회사?
산소 넣어 한 시간 빨리 깨는 오투린 이어 커피, 주스 등 섞어 마시는‘맥키스’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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