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군도에서 인간의 출현은 16세기 포르투갈 사람들에 의해서다. 이후 1609년 루이 15세 시절, 장 주르댕(Jean Jourdain)이 니콜라 마리옹 뒤프레슨 탐험대의 일원으로 군도에 상륙한 뒤 이 섬들이 자이언트거북, 악어, 거대한 도마뱀 무리, 수많은 새의 천국임이 밝혀지게 된다.
이 군도에 인간이 항구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 건 1770년부터다. 이후 나폴레옹의 치욕으로 이 군도가 프랑스인에서 영국인의 손으로 넘어갔고, 1814년 모리셔스 섬에 병합된 식민지가 됐다. 이처럼 수차례에 걸친 변화는 숲에 대한 착취와 외래식물의 도입을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외래식물 7백종 이상이 군도에 들어왔고, 포르투갈 인들이 처음 발견했을 때의 원시 식물 종은 차츰 사라져갔다. 그 결과 수많은 식물들이 멸종했고, 섬에 유입된 식물 종보다 터무니없이 적은 250여종의 풍토성 식물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마저도 산꼭대기, 화강암 절벽 등 약간의 토양이 남아 있는 곳에서만 발견될 뿐이다.
짙은 갈색과 두 조각으로 나눠진 '암시적인' 형태 등의 이유로 사람들은 그 열매를 '검둥이 여자의 엉덩이'라고 불렀다.
마리옹 뒤프레슨 탐험대가 프랄린이란 세례명을 얻은 세이셸 군도의 작은 섬에서 코코드메를 발견한 것은 1768년이었다. 그 섬은 바로 루이 15세 시대의 해양부 장관, 가브리엘 드 수아죌, 즉 프랄린 공작에 헌정된 섬이다. 기자가 코코드메를 발견한 것도 이 섬의 유명한 발레드메(Valée de mai/5월의 계곡) 국립공원에서다.
수천 그루의 코코드메가 계곡의 비탈을 덮고 있고, 가장 오래된 나무는 족히 800년은 족히 넘었다고 한다. 높이도 35미터까지 클 수 있다. 나뭇잎은 야자열매의 크기에 따라 길이가 4~6m에 이르고, 폭도 2~4m나 된다. 그 나뭇잎들은 식물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나무들은 암나무와 수나무로 나뉜다. 수나무에는 1~2m 길이의 원통형 이삭들이 있고, 이는 미소한 노란색 별모양으로 된 꽃들로 뒤덮인, 일종의 '페니스'다. 이 원통형 이삭 위로 화분(花粉) 생성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 초록 제코(gecko/도마뱀)들이 습관적으로 배회한다.
암 야자수는 25년이 되어서야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자연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는 교훈을 주는 듯하다. 각 씨앗은 여무는데 7~8년이 걸리고, 싹이 트려면 3년 이상이 걸린다. 발아과정은 그야말로 스펙터클이다. 거대한 씨앗이 숨김없이 음부를 노출하고, 싹이 2개의 조각을 각각 구분하는 접합부의 털 뭉치에서 드러날 때는 자극적이기까지 하다.
씨앗이 미숙할 때는 너무 무거워 바다에 떠 있을 수 없고, 모든 발아 가능성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바다에 뜰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세이셸의 어떤 코코드메도 몰디브나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멀리 떨어진 연안에서는 결코 발아하지 못했다. 코코드메가 세이셸의 섬에서만 발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코코드메 열매 중 정말 번식력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종을 영속시키려면 암수의 씨앗이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한다. 통계학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 코코드메가 족생(簇生), 즉 뭉쳐서 번식하는 종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코코드메의 학명은 '로도이세아 말디비카(Lodoïcea Maldivica)'. 1768년 마리옹 뒤프레슨 탐험대에 이어 1771년 식물학자 코메르송이 루이 15세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루이(Louis)'의 라틴어 명칭인 '로도이세아'를 부여한 것이다. 이 이름 뒤에 따라붙는 말디비카는 앞서 말했듯 코코드메가 서쪽 해안에서 발견되다보니 몰디브 섬에서 온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코드메가 세이셸에서만 자라며, 결코 몰디브에서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명칭은 국제식물용어 규칙에 따라 유지되고 있다.
최근 몇 세기 동안 세이셸의 야자수는 지나친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급격하게 쇠퇴했다. 이를 자각한 세계는 이 종을 보호할 목적으로 그 때부터 직접적인 수확을 통제했고, 열매의 판매는 세이셸 정부의 독점대상이 됐다.
세이셸 군도의 희귀한 코코드메를 발견할 수 있는 프랄린 섬의 또 다른 특권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의 서식지라는 것이다.
기자가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을 처음 만난 것은 프랄린 섬의 한 해변에서였다. 이 거북은 덩치가 세계에서 가장 커 유럽의 식민지 개척자들이 선상에서 식량으로 활용하기 위해 마구 잡았기 때문에 멸종 직전에 이르렀었다. 지금은 산호섬인 알다브라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 중 희귀종이다. 프랄린 섬이나 라디그 섬 등 해변가에서 이 거북을 발견 할 수 있는 건 세이셸 정부가 관광객을 위해 일부를 옮겨놓은 덕분이다.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은 세이셸 코끼리 거북이라고도 한다. 코코드메를 세이셸 야자수라고 하듯, 세이셸이란 이름을 굳이 앞에 붙이는 이유는 세이셸에서만 볼 수 있는 거북이기 때문이다. 이 공화국의 제임스 미셸 대통령이 박성효 전 대전시장에게 선물로 준 암수 한 쌍을 대전동물원에서도 볼 수 있다.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을 보면 왜 우리가 하나뿐인 지구를 가꾸고 보전해야 하는지 깨닫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번영 뒤에는 자연에 대한 탐욕스런 지배가 있었다. 이 거북들이 멸종 위기 동물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게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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