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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보수의 길' 걷는 국민의 힘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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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보수의 길' 걷는 국민의 힘의 가능성
  • 이계홍
  • 승인 2021.10.1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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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공동체가 따뜻하게 소통하고 아랑과 포용 가운데서 헌신하는 보수의 길
국민의힘당 대통령 후보 1차 컷오프에 오른 후보들. 왼쪽부터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 후보 ©국민의힘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지난 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1차 컷오프(cutoff: 일정한 점수를 획득하지 못한 선수는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는 방식) 때, 본선 진출을 위한 마지막 티켓(4위) 한 장을 누가 쥐느냐로 관심이 쏠렸다.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은 당내 지지도로 보아 1차 관문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내다보았으나, 마지막 티켓 한 장을 누가 따내느냐에 대한 관심이었다.

마지막 4위 티켓을 확보할 수 있는 주자는 황교안, 최재형, 원희룡, 안상수, 하태경이었다. 모두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다. 이 다섯 사람 중에서 한사람이 본선 진출을 위한 마지막 티켓을 따내야 하는데, 일찌감치 탈락이 예상되는 안상수, 하태경을 제외하곤 누가 4위가 될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래서 이미 정해진 1,2,3위에 대한 관심보다 4위에 대한 관심이 더 컸던 것이다.  

황교안은 국무총리에 대통령 직무대행, 당 대표 등을 지낸 최고의 경력 소유자다. 최재형 역시 감사원장을 지낸 거물이다. 여기에 인지도가 만만치 않은 제주지사 출신의 원희룡이 있다. 누가 마지막 티켓을 따낼 수 있을지를 두고, 사람들은 황교안이 본선 티켓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지세력이 일정 부분 당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보고 내린 전망이다. 최재형은 가족 리스크 때문에 혹시 중도 탈락할지 모를 윤석열의 대체재로 나설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의 가능성도 점쳐졌다.

그런데 원희룡이 본선 티켓을 따냈다. 이때 필자는 국민의힘의 집단지성이 발현되었다고 나름으로 평가하였다. 사실 필자는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다. 보수를 지향한다고 했지만 어느 구석에서도 보수의 가치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날로 변화하고 있는데, 여전히 갈라파고스의 동물처럼 진화하지 못하는 답답함. 단순히 탐욕과 이익 집단에 머물러 있다는 관점을 갖고 있었다.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당의 20대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내세운 문구는 '바꿀 준비 되셨습니까?'다. 단순 정권 교체를 떠나 당내의 보수 물결에 대한 혁신을 내포한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런 국민의힘이 원희룡을 본선 진출 티켓을 쥐어주었다. 국민의힘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본다. 그는 비교적 합리적 보수, 미래보수, 개혁보수의 캐릭터를 지녔다.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의 마지막 개혁보수의 주자였다.

이런 사람이 당내에 많으면 당연히 체질 개선이 될 것이다. 고여있는 보수 정당의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것이다.

현재 윤석열은 반문재인 표, 홍준표는 영남표와 젊은이 표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반면에 유승민과 원희룡이 전문적 식견과 유연한 보수로 확장성이 크다고 평가된다. 이는 30대의 당수 이준석이 지향하는 가치다. 지금까지 타성에 젖고, 냉전 반공 분열의 체질로는 보수의 갈 길이 빤하다. 그래서 황교안이 탈락하고, 황교안의 길을 따랐던 최재형이 탈락했다고 본다. 안상수의 해프닝성 퍼포먼스나 하태경의 좌우충돌식 언어는 캠페인에 다소간의 앙념은 될 수 있었을지 몰라도, 그런 가벼운 처신 때문에 미래를 맡기기엔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국민의힘 당원이 원희룡을 선택한 데는 당원 기류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준석 대표의 변화의 추동력이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징후로도 보인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보수적이다. 안정을 희구하고, 공동체가 따뜻하게 소통하고 아랑과 포용 가운데서 배려하고 헌신하는 것이 보수의 길이다. 옛날 농촌사회의 부잣집 어른이 마을을 추스르면서 가난한 이를 남몰래 돕고, 못된 사람이 있으면 따끔하게 혼내주며 마을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참 보수주의자의 모습이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주의는 이런 보수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 지난 70년 체제동안 제도폭력 아래 국민을 잔혹하게 다루고, 생떼 어거지 군림과 부패 수구 카르텔의 중심이 되어 탐욕을 채웠다. 이제는 이런 것들이 통용되지 않는다. 국민의 지적 수준은 선진국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따라서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고,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없다. 다행히 보수정당이 내부로부터 변화의 길을 가고 있다. 기존 세력의 저항과 발목잡기가 있지만, 원희룡을 선택한 데서 당원들이 가치 변화의 모습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프레시한 젊음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에 승부를 거는 건강한 보수의 길을 가기를 권한다. 그러면 많은 지식인층과 젊은층의 지지가 있을 것이다. 원희룡의 선택은 그의 성공 여부를 떠나 국민의힘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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