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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 조어 경쟁, 언어 시장 희화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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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 조어 경쟁, 언어 시장 희화화하지 않을까
  • 이계홍
  • 승인 2021.09.28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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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신세대 조어에서 어대명·무야홍·홍찍명·유치타 정치 조어까지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애빼시, 솔까말, 대유잼, 일코노미가 나오더니 요즘 대선 경쟁 과정에서 정치적 신조어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어대명·무야홍·홍찍명·유치타...

나이먹은 사람들은 암호문자같은 이런 언어들에 어리둥절해한다. 재미있게 다양한 언어소비를 촉진하는 측면도 있지만, 휴대폰과 인터넷이 대중화한 시대, 간명하게 의사전달을 하기 위해 나온 조어들이라지만 모국어도 아니고, 외래어도 아닌 정체불명의 이런 문자들이 건전한 우리말을 오염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서두에서 소개한 조어들 중 애빼시는 “애교 빼면 시체”란 뜻이고, 솔까말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대유잼은 “대(大)와 유(有)와 '재미'의 합성어로,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뜻이다. 일코노미는 1인과 Economy가 합성된 신조어로 ”1인 가구로 인해 나타난 경제 현상“을 가리킨다. 요즘 1인 세대가 증가하면서 나온 유행어다.

정치 신조어 어대명은 "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무야홍은 "무조건 야권후보는 홍준표" 홍찍명은 "홍준표 찍으면 이재명 된다", 유치타는 "몸을 웅크렸다가 도약하는 치타 유승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억지로 만든 용어들도 있고, 그럴싸한 조어들도 있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헷갈리기 일쑤다. 대선 정국으로 치달아갈수록 이런 정치 조어들이 남용되고 있는데, 입에 오르내리기 좋게 축약해 부른다고 하지만 도가 지나쳐 정치 시장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연합뉴스는 "프레임 싸움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일종의 '입소문 마케팅'으로, 각 후보 진영뿐 아니라 열혈 지지층들이 SNS에 실어나르며 확산하는 구조다"라고 진단했다. 쏠림현상 효과를 통한 '대세론 굳히기'에 활용하거나, 상대 후보에 대한 비토론을 부추기는데 역이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최근 연합뉴스가 취합한 대선 정국의 정치 조어는 이밖에도 많다. '홍찍명'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층 일부가 당내 경쟁자인 홍 의원의 상승세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견제성 조어라고 한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윤나땡'(윤석열이 나오면 땡큐), '홍나땡'(홍준표가 나오면 땡큐) 등의 키워드도 회자된다고 했다.

이런 정치 신조어는 2017년 대선 정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문재인 지지자를 두고 '문빠'와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는 조어가 남발되더니, 요즘에는 ”윤빠“(윤석열 지지자), 홍빠(홍준표 지지자)로 확대되고,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을 빗대 ‘어대명’ ‘윤대명’이 나오고 있다. 2017년 당시 국민의당 대표였던 박지원 현 국정원장에 대한 정서를 겨냥해 만든 '안찍박'(안철수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된다)도 대선판을 달궜다고 연합뉴스는 전한다.

코로나바이러스 19로 촉발된 비대면 시대에 홈쇼핑 방송에선 걸러지지 않은 외국어 신조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되었다.

‘item’에서 따온 ‘~템’을 접미어처럼 갖다 붙인 표현들이 그것이다. 온라인 게임 사용자들이 무기를 획득했을 때 ‘득템(得+tem)’이라는 은어가 쓰이더니 ‘희귀품’을 ‘레어템(rare+tem)’이라고 쓴다.

‘주목받는 상품’이라는 의미의 영어 ‘it item’을 ‘잇템’ 등 영어에도 없는 표현들이 난무한다. ‘뷰티템(beauty+tem)’ ‘기본템(기본+tem)’ ‘장비템(장비+tem)’ ‘소비템(소비+tem)’ 등 불분명한 신조어가 사용되고 있다.

"우월적 지위나 권력 관계를 악용하여 은폐한 성폭력 범죄를 피해자의 목소리로 고발하고 사회적 연대를 이루는 운동"을 말하는 '미투'에 빗댄 '빚투'라는 용어도 있다. ‘빚투’는 신세대들이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어뷰징(언론사가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거나, 내용과 다른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포털 사이트에 게재해 의도적으로 클릭 수를 늘리는 행위), 인터넷 조어 남발 등은 트래픽(특정 통신장치나 전송로 상에서 일정 시간 내에 흐르는 데이터의 양, 전송량) 늘리기에 급급한 무리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터넷 조어들이 언어 변질과 파괴를 조장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청소년들이 흔히 쓰는 신조어를 알아보자.

 

-태연, 크리스마스엔 믿듣탱(믿고 듣는 태연의 약칭).

-‘난닝겐’은 아니지만, 오늘 만나게 된 건 개이득이야.

-헐랭! 문상은 꼭 전해줄게.

-"낄끼빠빠(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져라!)

-아~장미단추!(장거리 미인, 단거리 추녀)...

-"나 여사친이 여소해줬어. 심멎 당해서 또 만나려고 전화했는데, 고답이래.”

-"개잡침! 노잼, 핵노잼!(기분 잡쳐 재미가 없고, 대단히 없음)”

- "어디서 오징어 같은 게 갑툭튀해서... 네 얼굴이 노답이야..."

-너 얼굴이 많이 아파. 엄마 닮았니, 아빠 닮았니?

-몰아! 야, 돼지(뚱뚱한 사람) 잡자”

어원을 알 수 없고, 어법에도 어긋나는 은어들이지만 알듯말듯한 이런 언어들은 나이든 사람들에겐 생소하기만 하다. 톡톡 튀는 용어도 있으나 역시 통역을 해야만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들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겨난 대표적인 신조어가 ‘언택트’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un’을 넣어 만든 신조어로, 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식 합성어다. 그런데 언택트에서 한발 더 나아간 ‘온택트’가 있다. 이는 콘택트에 온라인을 뜻하는 ‘on’을 넣어 만든 단어다. 언택트’는 ‘비대면’으로, ‘온택트’는 ‘영상·화상 대면’으로 표현하지만 그 말이 그 말이다.

미디어는 우리 삶의 가치관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올바른 언어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침이나 규제도 중요하지만, 미디어 스스로 언어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고려해 바른말을 전파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국적불명의 언어들 때문에 우리말이 설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 잘못된 언어 사용이 우리말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국민 정서를 오염시키는 무분별 신조어는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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