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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름으로 들여다보는 '세종특별자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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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름으로 들여다보는 '세종특별자치시'
  • 김갑년
  • 승인 2021.06.2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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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년의 세상읽기]세종시의 마을 이름은 어떤 의미, 어떤 고유성을 지녔나
2020년 9월 19일 전월산 정상에서 바라본 노을지는 세종시 파노라마.  저 멀리 세종호수공원과 중앙공원, 국립세종수목원 등 중앙녹지공간과 금강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은진
세종신도시 전경 ⓒ정은진

인간은 우주의 삼라만상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통하여 생각하고, 느끼고, 다른 인간과 의사소통을 한다.

이름은 기호이며, 기호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추구하는 인간은 철저한 상징적 동물이다. 아기가 출생하면 이름을 지어주듯이, 이름의 유무가 존재의 유무를 의미한다. ‘잡초’는 실제 존재하지만 우리의 의식에는 그냥 잡초로 존재한다. 반면에 ‘민들레’는 민들레라 불리기에 민들레로 존재한다. 이름은 대상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기호학적 시각에서 대중 소비사회에서 인간이 소비하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제품명이나 서비스 명, 즉 기호를 소비한다. 과거에는 제품이 좋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제품의 상징적 가치가 본질적 가치를 앞서는 소비가치의 변천이 이루어졌다.

대상에 영혼(soul)을 불어넣는 작업이 브랜드 제작과정이며, 이 과정이 브랜드 네이밍이다. 상징적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다. 동네 이름도 기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종시 마을 이름은 잘 된 네이밍일까?

세종특별자치시(세종시)에는 1읍 9면 17동이 있다. 조치원읍, 금남면, 부강면, 소정면, 연기면, 연동면, 연서면, 장군면, 전동면, 전의면, 가람동, 고운동, 나성동, 다정동, 대평동, 도담동, 보람동, 산울동, 새롬동, 소담동, 아름동, 어진동, 종촌동, 집현동, 한솔동, 합강동, 해밀동.

과거 연기군 시절 행정구역 명칭의 유래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오래 전 옛날에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동네 이름을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간혹 마을 이름을 이런저런 이유로 바꾸는 사례도 있다.

읍면지역 문화예술 공간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조치원역 광장.
읍면지역 문화예술 공간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조치원역 광장.

‘조치원’은 필자가 연구책임자로 구축한  『디지털세종시문화대전』에 따르면 “조치원읍 일대의 경우 일제강점기에 경부선 조치원역이 들어서 개발되기 이전에는 비만 오면 큰 강을 연상하게 하고 물이 빠지면 군데군데 웅덩이가 생기는 지역이었다고 한다. 또 갈대와 억새가 무성하여 새가 많았기 때문에 ‘새들이 많은 냇가’라는 뜻에서 ‘새내’라 부르고, 한자로 ‘조천(鳥川)’ 또는 ‘조천천(鳥川川)’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장군면은 2012년에 충청남도 공주시 장기면의 9개 리와 의당면의 5개 리 등을 포함하여 세종특별자치시 장군면으로 불리게 되었다. 장군면 금암리에 있는 주산인 ‘장군산(將軍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종서 장군의 출생지가 충청남도 공주시 의당면이고 김종서의 묘가 옛 충청남도 공주시 장기면 대교리에 있어 의당면과 장기면의 화합을 도모해 나가자는 의미에서 명명되었다고 한다.

정부청사가 있는 동지역의 명칭은 세종특별자치시가 건설되면서 여러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한솔동’은 과거에 송원리는 큰 소나무의 군락지였다. 한솔동은 송원리의 소나무를 연계하여 만든 한글 명칭으로 큰 소나무와 같이 곧고 푸른 도시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정부세종청사 인근 어진동 전경. (사진=정은진 기자)
정부세종청사 인근 어진동 전경. ©정은진 기자

‘어진동’은 정부세종청사가 입지한 중앙행정타운으로 어질고 덕행이 높은 사람들이 근무한다는 의미가 담긴 지명이다. 어진동은 순우리말에 해당하는 한뜰 마을로도 불리는데, 이는 연기 지역의 고유어 전래명칭 큰뜰을 활용한 것이라고 한다.

동지역 마을 이름도 이 또한 이미 만들어진 이름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 이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세종시에도 이미 지역에 따른 주거지역의 구별(차별?)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세종시에 살지 않는 필자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 마치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구별하듯이. 지역만이 아니라 사는 동네 이름도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얘기도 있다. 집이 마음에 들어도 동네 이름이 민망하거나 품위 없어 보이면 웬만하면 다른 곳을 선택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한다. 

독일의 철학자 마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Die Sprache ist das Haus des Seins."라고 했다. 언어는 세상에 대한 반영이자 세상에 관한 인간의 사고방식을 결정한다. 언어는 세상 모든 유무형의 사물에 고유한 존재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어가 없으면 존재의 고유성도 사라진다

‘세종시’ 혹은 새로운 동네 이름은 그 동네에 어떤 고유성을 부여할까? 고유성은 이름만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동네 이름에 그 존재의 고유성에 걸 맞는 우리 삶의 문화를 넣어주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곧고 푸르고(한솔동), 어질고 덕행이 높아야(어진동) 한다. 그리고 ‘행복 도시 세종’에 산다면 정말 행복해야 하고 세종대왕의 이상이 구현되어야 한다. 이름이 대상에게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다. 그 이름대로 되려고 한다는 의미이다.

세종시에는 앞으로도 새로운 동네가 생겨날 것이고 그래서 동네 이름이 필요할 것이다. 동네 이름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세종’시라는 이름은 잘 지어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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