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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가 주택 처분할 수 있는 퇴로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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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가 주택 처분할 수 있는 퇴로 열어라”
  • 이계홍
  • 승인 2021.06.07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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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시선]조건반사적 단속과 억제와 제재 조치가 만병통치약 될 수 없다
세종시 아파트 ⓒ정은진
세종시 아파트 ⓒ정은진

[세종포스트 이계홍주필] 아파트 전세 보증금이 평당 1억원을 넘어섰다. 아파트 매매가가 아니다. 한때 서울 강남의 아파트 매매가가 평균 1억원을 넘어섰다고 해서 악! 소리를 낸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전세가가 1억원이 넘는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한다. 이제 악! 소리도 나오지 않을 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 아파트 전용면적 219.96㎡(66.6평형)는 지난 2월 19일 보증금 71억원(5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 아파트 평당(3.3㎡) 보증금은 1억 671만원이다. 

중소형(84㎡)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3월 중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모 아파트(84.97㎡)가 23억원이었다고 한다. 전세가가 평당 8000만원을 넘어선 수치다. 이는 물론 특수지역, 특정 아파트에 국한된다고 하지만, 나중에 보면 결국 일반화로 가는 것을 우리는 수차 목격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해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세를 모두 올리는 ‘중과세 세트’를 내놓았다. 그리고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 양도세 중과를 1년 가까이 유예했는데, 이번달 그 기간이 만료되었다.

정부 당국자는 “다주택자들은 무거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감당할 수 없어 유예기간 만료 전(2021.6.1.)에 매물을 쏟아낼 것이다. 그러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다주택자들이 부동산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폭등이 다주택자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본 단견도 단견이지만, 중과세를 못견디고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본 것 또한 대단히 단견이다. 

앞에서 말한바대로 이달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0.6~3.2%→1.2~6.0%)와 양도소득세(최고세율 65%→75%)가 크게 올랐다. 한 보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모 아파트 82.51㎡(전용면적)와 마포구 아현동 모 아파트 전용 84.89㎡를 보유한 2주택자 A 씨는 올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로 7923만원을 내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3297만원)보다 2.4배 늘어난 금액이다. 이 정도라면 2주택 보유했다는 ‘징벌적 보복 조치‘쯤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심한 불만을 가졌을망정 버티고 있다. 

보유세가 감당이 안돼도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로 견딘다는 것이다. A 씨처럼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다주택자들이 유예기간 내에 집을 내놓지 않은 것은 또 팔면 손해라는 인식 때문이다. 언젠가 정책은 바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집을 팔면 그때 비싸게 팔았더라도 서울의 부동산 시장의 속성상 나중에 보면 헐값에 팔았다는 후회가 나온다는 것이다. 과도한 세금보다 값이 오른 부동산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경험치에서 버티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전세로 돌리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나가다 보니 전세 시장의 폭등현상을 낳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론의 본질을 흐리려는 기득권층의 반발과 중앙언론의 뻥튀기식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대한민국의 미친 집값으로 통하는 서울 강남구 전경. (제공=서울시 강남구) 
서울의 부동산 문제로 인해 지방은 벼락을 맞는 것이 한국의 부동산 시장 현실이다. 세종시도 예외가 아니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의 아파트들 ©서울시 강남구

근래 다주택자들이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한다고 한다. 매매에 따른 양도세보다는 자녀에게 증여하는 증여세가 염가라는 것이고, 어차피 집을 누가 가지고 있든 가족이 가지고 있으면 ‘부동산 불패’의 영향을 받아 나중에 더 높은 값을 받는다는 계산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면서 서울에선 아파트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4194건으로 한 달 전보다 6.7% 감소했다. 올해 1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이자, 지난해 4월(3699건) 이후 가장 적은 거래량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내놓는다고 한다. 매물을 받아줄 수요자층이 없기 때문이다. 천정을 뚫고 치솟는 아파트 값을 내고 들어갈 수요층이 극히 제한적이고, 실제로 사고 싶어하는 서민과 중산층은 엄두를 못낸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세금 폭탄과 양도세 부담 때문에 집을 내놓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양도세율 75%(지방소득세 포함땐 82.5%)는 투자 원본을 훼손할 정도로 징벌적이라는 것이다. 보유세가 감당 안돼 팔고 싶어도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내년 대선에 따른 선심성 규제완화를 기대하며 버틴다는 사람도 있다.  

자료에서 보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부동산 세금은 보유세가 비싸면 거래세가 싸고, 거래세가 비싸면 보유세가 싼 것으로 되어있다. 부동산 시장을 죽이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이루어진 현실적 대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보유세와 거래세 모두 징벌적 수준으로 세계 최고라고 한다. 2018년에 부동산 보유세·거래세 합산 세수가 GDP의 2.9%로 OECD 평균(1.6%)의 두 배에 가깝다는 통계도 있다. 이러니 건전한 부동산 시장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집이란 자기 삶의 변화에 따라 선택하는 주거공간이다. 자식들이 크고, 또 삶이 나아지면 아파트 평수를 늘려가는 것이 자연스런 주거 선택의 과정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 부동산 제재 조치로 인해 평수를 늘려가겠다는 사람, 다른 곳으로 이주하겠다는 사람을 꽁꽁 묶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것은 진정한 부동산 정책이 아니다.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악법이라고 해도 변명할 수 없다.    

서울의 부동산 문제로 인해 지방은 벼락을 맞는 것이 한국의 부동산 시장 현실이다. 세종시도 예외가 아니다. 근래는 묘한 여론몰이로 세종시가 ‘부동산의 비리 도시’로 인식될 정도다. 그리고 부동산 폭등의 전진기지인 양 오도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와보면 정반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비하면 세종시는 문자 그대로 한가로운 시장이다. 일부 특혜와 특별공급(특공)의 부작용 때문에 부동산 폭등의 희생양으로 삼는 언론의 과도한 보도로 피해를 받고 있다. 세종시의 부동산 시장은 극히 제한된 일부를 제외하고는 절간처럼 조용하다는 것이 이곳 부동산 업계의 주장이다. 

주택시장이 안정화되려면 다주택자가 물건을 처분하고 빠져 나올 수 있도록 양도세 완화 등 퇴로를 열어주고, 주택거래가 활성화되도록 취득세 등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 이런 조치들이 강구되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세수 증대가 이루어져 과도한 세금정책으로 거둔 세금보다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이라는 것이 조건반사적인 단속과 억제와 제재 조치. 이것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라도 제대로 처방해 현실에 맞는 대책이 강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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