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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날씨로 풍농을 점치는 날씨 점(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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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날씨로 풍농을 점치는 날씨 점(占)
  • 정규호기자 전통장류명품화 사업단사무국장
  • 승인 2013.01.1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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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오늘 날씨 참 좋다!’라는 한 마디 말속에는 오늘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과 더불어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점(占)을 본다. 그 속에 일 년을 살아가면서도 많은 점(占)을 보게 된다. 오늘날 과학적인 사고에서 점(占)이 일종의 허구적이고, 비현실적인 사고(思考)라고 치부를 하지만, 점은 단순히 미래의 기대감을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면서 풍성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잘 관찰하여 부족한 것을 사전에 예측하여 생활의 패턴을 조절하고 필연적으로 다가올 고난의 생활을 개척해 나갈 의지를 갖는 문화적 장치라 할 수 있다. 즉 과학적 사고방식의 하인 진취적인 미래지향적 사고패턴인 것이다.
전통촌락사회에서는 입동을 시작으로 이듬해 입춘이 오기까지 농한기인 겨울철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겨울철이 생업을 위한 생산활동은 하지 않지만 다가올 한 해의 풍농을 위한 제의적 활동을 영위하면서 정신을 가다듬는 시기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날씨 점을 보는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날씨는 일 년의 풍흉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겨울철 날씨의 변화를 잘 관찰하여 일 년의 일기를 예측하고 작물의 작황정도를 예측하여 미리 대비책을 준비할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바로 겨울철 날씨 점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풍농을 점치는 겨울철 날씨점이 많이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눈 점’이다. ‘눈 점’은 입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서 소설과 대설을 지내면서 많은 눈이 오게 되는데 겨울에 내리는 눈(雪)의 양과 그 모양을 보고 이듬해 농사의 풍흉과 강우량을 점치는 풍속이다.
눈점(多雪點)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려사(高麗史)』 기록을 보면, 12월에 눈이 오기를 기원하는 기설(祈雪) 풍속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조선시대 이황의 『퇴계선생문집(退溪先生文集)』과 유만공의 『세시풍요(歲時風謠)』에는 2월에 눈이 많이 내리는 것으로 풍년을 예측하였다라고 사례와 함께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눈 점은 눈이 많이 내리면 이듬해에 보리농사가 잘 되고, 비가 많이 내려 농작물이 잘 자란다고 믿는 것인데, 충남에서는 섣달에 눈이 많이 오면 오뉴월에 비가 많아 농사짓기에 유리하다고 하였으며, 충북에서는 함박눈이 많이 내리면 이듬해 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여겼다. 눈 점 풍속은 자연 현상에 대한 농민들의 세심한 관찰과 농사 경험을 통해 얻어낸 유용한 지혜인데, 실제로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보리밭은 눈으로 인해 단열효과를 갖게 되므로 보리뿌리가 썩지 않아 작황이 좋다고 한다. 또한
눈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흙 속에 있던 각종 병충해가 제거되는 효과가 있으며, 초봄에 녹은 눈으로 토양의 수분이 적당하게 유지되어 고사 피해를 막을 수 있어 보리의 풍작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겨울철의 강설량과 여름철 강우량은 상관관계가 있어서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모내기 시기인 6월에도 비가 많이 와서 적기에 모내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눈 점과 더불어 겨울철에 보는 날씨점이 ‘고드름 점’이다. 소설과 대설이 지나고 소한과 대한추위가 오면 처마 끝에 고드름이 달리는데, 고드름이 달린 상태를 보고 이듬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것이 ‘고드름 점’이다.
고드름 점은 눈 점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고드름은 눈이 내리지 않으면 생길 수가 없다. 눈이 많이 내리고 날씨도 추워야 고드름이 크게, 많이 열리게 되는 것인데 바로 고드름점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는 속신이 고드름에까지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고드름 점은 겨울에 처마 끝에 열린 고드름의 길이나 굵기, 모양, 개수 같은 고드름의 상태를 보고 이듬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풍속이다. 호남지방에서는 처마 끝에 고드름이 길게 열리고, 굵게 많이 열리면 이듬해에 풍년이 들고 고드름이 적게 열리면 시절이 별반 좋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또한 영남지방에서는 처마 끝에 고드름이 가지런하게 달려 있으면 이듬해에 농사가 잘 되고, 듬성듬성 달리거나 들쭉날쭉 달리면 농사를 망친다고 점쳤으며, 충남에서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많이 열리면 이듬해에 풍년이 들고 적게 열리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이러한 고드름점 또한 농사를 중시하는 전통사회의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겨울철은 농사를 짓지 않는 농한기이지만 관심은 여전히 농사에 있었고 할 수 있다. 고드름점 또한 자연 현상에 대한 해석을 통해 얻어낸 지혜로 날씨가 추워야 고드름이 많이 열리게 되는데, 날이 추우면 논과 밭의 벌레가 모두 얼어서 죽게 되므로, 이듬해 농사에서는 병충해가 적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풍년이 들게 되는 자연의 섭리를 고드름을 통해 읽는 것이다.
이 외에도 나무그림자 점이 있다. 나무그림자점은 대보름날 달이 떴을 때 키만한 나무를 마당 가운데에 세워 놓고 그 나무에 비치는 그림자 길이로 한 해의 풍흉을 점치는 것으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그림자가 여덟 치가 되면 바람과 비가 순조로워 대풍이 들고, 일곱 치나 여섯 치가 되면 대체로 모든 것이 좋다. 그러나 다섯 치가 되면 좋지 않으며, 네 치가 되면 수해와 해충이 성행하고, 세 치면 곡식이 여물지 않는다.’라고 전하고 있다. 이런 나무그림자 점은 정월 대보름날 밤 자정 무렵 달에 비친 나무막대 그림자의 길이를 재어 그 길이를 가지고 점을 치는 것인데, 대체로 그림자의 길이가 길면 풍농으로 판정하고 길이가 짧으면 흉농으로 판정하였다.
아울러 겨울의 시작인 동지에는 팥죽으로 점을 치던 팥죽 점이 있었다. 팥죽 점은 팥죽 점은 팥죽을 쑤어 그릇에 담아놓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 팥죽의 표면이 갈라지는 상태를 보고 이듬해 농사의 풍흉이나 기후를 점치는 행위인데, 경남의 어촌 지역에서는 동지팥죽 열두 그릇을 부뚜막에 올린 후 벌어지면 가물고 안 벌어지면 시절이 좋다고 생각하는 ‘열두 점’이라는 풍속이 있었다. 이때 물이 적셔지는 팥죽이 있는 달에는 비가 오고, 표면이 마르거나 갈라진 달에는 가뭄이 든다고 점치기도 하였다. 또한 호남지방에서는 열두 달을 상징하는 열두 개의 그릇에 1월부터 차례로 팥죽을 담은 후, 팥죽의 표면에 아무런 금이 생기지 않고 접시 가장자리에 물기가 돌면, 이 접시에 해당하는 이듬해의 달은 물이 흔하여 풍농이 든다고 믿었었다.
전통사회든 현대사회든 일상을 영위하는데 날씨는 매우 중요한 자연의 섭리이다. 한 해가 시작되는 연초에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일기의 변화를 세심히 관찰하여 일 년의 날씨를 예측하고, 봄부터 농사일이 시작되면 미리 대응책을 강구하던 ‘날씨 점’은 다가올 시련을 미리 극복할 방안을 강구하면서 생활을 개척해 나가던 조상들의 미래지향적 사고방식이 함축된 정신문화유산이다.
한 해가 시작되면서 많은 계획을 세우지만 흔히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미래를 위한 의지는 바로 현재의 생활을 잘 관찰하고 인식하여 생활의 패턴을 조절하고 개척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우리 가정의 날씨로 한 해를 점쳐 보고 풍작을 위한 마음가짐을 다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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