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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을 거부하는 사람들…"날 추적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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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을 거부하는 사람들…"날 추적하지 말아요"
  • 정해준 기자
  • 승인 2021.05.05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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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이루다를 서비스하며 대화 기록 등 개인정보 유출논란을 겪은 스캐터랩은 결국 개인정보위원회로부터 1억33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뉴스1

20세기 대중문화의 꽃은 TV다. TV의 등장은 '이성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인간의 지성을 마비시켰다. '바보상자'라는 오명이 붙었다. 하지만 TV가 주도한 대중매체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우리 사회 곳곳을 바꿔놓았다. 21세기의 새로운 아이콘은 유튜브(YouTube)다. 유튜브가 방송국이고 도서관이고 놀이터고 학교고 집이다. 수많은 '당신'(You)과 연결되는 '관'(Tube)이 거미줄처럼 촘촘한 세상이다. '취향저격'을 위해 인공지능(AI)까지 가세했다. 개인화로 요약되는 디지털 미디어의 총아인 유튜브. 유튜브가 만든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적인 '멋진 신세계'일까.

[세종포스트 정해준 기자]  "오늘도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또 이 영상으로 데려왔다."

유튜브 영상 댓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같은 댓글은 일종의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으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의 영상 추천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어떤 사람은 '알고리즘이 한 건 했다'는 댓글로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에 대해 만족감을 표하기도 한다. 실제로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할만한 영상'을 콕 집어 추천해주는 등 정확도는 낮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나는 이같은 '편리한' 알고리즘이 무섭다. 나는 내 취향을 수집해가 분석하는 유튜브가, 구글이, 네이버가, 다음이, 페이스북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분석한 내 정보를 어디에 넘길지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IT기업들이 가져가는 개인정보, 관리는 잘될까…글쎄

기자는 모든 종류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가입할 때마다 '개인정보 수집 동의' 항목을 꼼꼼하게 보면서 체크를 해제하는 편이다.

유난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같은 성향은 IT업계를, 방송통신위원회를 출입하며 강해진 것이다. IT업계에서의 데이터 활용·관리 문제를 알면 알수록 기업에 최대한 내 개인정보를 넘기고 싶지 않아졌다.

알게 모르게 수집된 내 정보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생각보다 빈번하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업들은 규제 기관이 나서지 않는 이상, 책임을 지기보다는 회피하려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공지능(AI) 이루다를 서비스하며 대화 기록 등 개인정보 유출논란을 겪은 스캐터랩은 결국 개인정보위원회로부터 1억33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스캐터랩 측은 개인정보위의 결정 직전까지 "(대화 내용 기록은) 진실을 담보할 수 없는 내용으로 구성된 정보들"이라며 개인정보로 단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었다. AI와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들이 자체적인 기준으로 개인정보의 범위를 판단해 수집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월에는 카카오가 서비스하는 카카오맵의 '장소 즐겨찾기' 기능이 이용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돼 회원들의 집주소, 직장 주소, 자녀의 학교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카카오 측 역시 "즐겨찾기는 개인정보로 보지 않아 기본설정 값을 비공개로 해두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언론을 통해 문제가 커지고, 정부에서 조사를 검토하자 그제서야 기본설정을 비공개로 변경했다.

기업들은 언제든지 돈벌이를 위해 사용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아직 관련된 법·제도가 걸음마 수준인 지금, 기업들이 내 어떤 정보를 어디에 쓸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2019년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조사'(방통위 제공)© 뉴스1

 

 

◇"우리 사회 개인정보 보호수준, 5년 전보다 악화" 답변 늘어나

이같은 기업들의 개인정보 관리를 믿지 못하게 된 사람은 기자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2019년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거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우리 사회의 개인정보 보호수준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에 '악화됐다'고 답한 사람은 11.2%로 3%포인트(p) 늘었다.

특히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6.3%는 '내 개인정보를 OTT 등 동영상 서비스 제공회사가 갖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답했다. 더 나은 추천서비스를 받기 위해 내 취향정보를 OTT 등 동영상 서비스 업체에 제공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사람들도 57.1%에 달했다.

이용 흔적이 남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온라인 서비스 이용을 피했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응답자들은 Δ음성인식 시스템에 목소리를 남기는 것(43.4%) ΔSNS에 좋아요, 공유하기 누르기(39.6%) Δ음악·영화·동영상을 시청하거나 청취하는 것(34.9%) 등을 자제했다고 응답해 지난 2018년에 비해 증가했다.

기술 발전으로 개인정보를 넘겨서 받는 '편익'이 커지고 있지만, 그만큼 많은 개인정보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는 기업들에 대한 '불안감' 역시 점차 커지고 있는 셈이다.

 

 

 

 

 

유튜브 앱의 '계정' 메뉴로 들어가 'Youtube의 내 데이터'의 메뉴로 들어가면 'Youtube 시청 기록'과 'Youtube 검색 기록' 메뉴가 있다. 각각의 메뉴에서 '기록' 옵션을 끄면 사용 이력 추적을 막을 수 있다. © 뉴스1

 

 

◇유튜브의 사용기록 추적 끌 수 있어…애플은 '앱 추적 투명성' 기능有

그래서 가장 먼저 유튜브의 추천동영상 서비스를 껐다. 어느 서비스들이나 그렇듯, 내 정보를 제공한다는 옵션은 첫 화면에서 동의를 받지만 끄는 방법은 깊은 곳에 숨겨져있다.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앱)의 경우 우측 상단의 '계정' 메뉴로 들어가 'Youtube의 내 데이터'의 메뉴로 들어가면 'Youtube 시청 기록'과 'Youtube 검색 기록' 메뉴가 있다. 각각의 메뉴에서 '기록' 옵션을 끄면 된다.

추가로 구글이 앱 및 웹에서 수집하는 정보까지 거부하고 싶으면 그 아래에서 Δ웹 및 앱 활동 Δ위치 기록 Δ광고 개인 최적화 옵션까지 모두 끄면 된다.

이렇게 유튜브의 정보 수집 옵션을 끄고 반년 정도를 지냈다. 달라진 점은 두 가지다. 일단 유튜브가 추천하는 동영상이 '랜덤'이 됐다. '좋아할만한 영상'을 만날 기회 자체는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유튜브에서 쓸데없이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또 다른 차이는 영상에 붙는 광고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생필품이나 좋아할만한 제품에 대한 광고가 떴다면, 이제는 전혀 관심없는 '중국산 게임', '술', '공동구매 플랫폼' 등 에 대한 광고가 뜰 뿐이다.

애플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있다. 애플이 iOS14.5부터 제공하는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애플은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을 통해 다른 앱과 웹사이트가 광고를 목적으로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도록 하거나 데이터 브로커에게 사용자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사용자의 승인을 받도록 만들었다.

애플 측은 해당 기업을 적용하며 "기업들이 수집한 사용자의 데이터는 짜깁기되고, 공유되고, 합쳐지고, 실시간 경매에 활용돼 업계에 연간 2270억달러(약 254조8075억원)의 수익을 안겨준다"고 지적한 바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에서 자신이 만든 유튜브 알고리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 구글 개발자 기욤 샤슬롯(넷플릭스 갈무리) © 뉴스1

 

 

◇'추천 알고리즘'에 길들여지지 말라 경고한 다큐 '소셜 딜레마'

이처럼 추적되고 수집된 개인정보를 통해 제공되는 추천서비스가 기업의 돈벌이에 활용될뿐 아니라 인간을 퇴화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한 추천 서비스 등 유튜브·페이스북 등의 '개인화' 기능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트리스탄 해리스 전 구글 디자인 윤리학자는 "IT기업들은 우리가 불편하거나 외롭거나 불확실하거나 두려울 때 디지털 젖꼭지를 찾도록 한 세대 전체를 훈련하고 길들이고 있다"며 "우리가 본래 가진 능력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튜브 알고리즘 개발팀에서 일했던 인공지능학자 기욤 샤슬로 역시 "유튜브 추천을 끄고 직접 선택해서 보라"고 조언한다.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결국 광고 매출을 위해 체류시간을 늘리는 목적이 있는만큼, 사용자가 자극적이고 흥미를 느낄 '좋아할만한' 콘텐츠지만 결국 여기에 의존하게 되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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