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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철학자’ 채현국 선생 정신, 지금이 되새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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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철학자’ 채현국 선생 정신, 지금이 되새길 때
  • 이계홍
  • 승인 2021.04.06 10: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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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대선, 지선 연연할 때 아냐
굽힘없는 개혁의 가치는 국민의 자산... ‘개혁의 레일’을 탄탄히 깔고 밀고 가길
기득권 카르텔과 현실론에 무릎꿇지 않는 그 길... 그것이 바로 채현국 선생 정신
지난 2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난 채현국 선생 (사)민족미학연구소
지난 2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난 채현국 선생 ⓒ(사)민족미학연구소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지난 2일 86세를 일기로 타계한 ‘거리의 철학자’이자 ‘숨은 사회 기부자’ 채현국 선생이 많은 화제를 남기고 묻혔다.

‘민주화운동 숨은 후원자’, ‘신용불량자가 된 거부’, ‘시골학교이사장’(효암학원) ‘5척 단구의 거인’... 그에 대한 수식어는 이렇게 많다. 

채현국 선생의 타계는 이 시대 진정한 어른이 사라졌다는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각종 집회장에서 60-70대 할아버지들이 가스통을 들고 나와 극렬 시위를 벌이던 장면을 보고 “저런 노인들을 이해하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젊은이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도 똑똑히 봐두어라”라고 비판한 것은 너무 유명한 레토릭이다. 

채현국 선생은 1935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61년 KBS에 입사했으나 아버지가 경영하는 부도 직전의 강원도 탄광회사를 살리러 사표를 내고 산골 오지로 들어갔다.

그는 몇 년후 탄광회사를 굴지의 업체로 키우고, 조선·화학·해운 등 24개 기업을 운영하며 소득세 납부액이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재벌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이익금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때 그가 남긴 말이 있다. 

"재산은 세상의 것이다. 이 세상 것을 내가 잠시 맡아서 관리했을 뿐이다. 그러면 세상에 돌려줘야 한다. 자식한테 물려주는 것이 아니다.“

그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도피생활을 하는 후배들을 숨겨주고 지원했다고 한다. ‘보수의 진원지’라고 하는 대구 출신이 박정희 독재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지원했다는 것은 요즘 시각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특히 기업인이 그랬다는 것은 용기 이상의 무엇이 있다. 

1972년 10월 유신 직후 정권의 위협에 결국 재산을 처분해 동업하던 친구들과 광부들에게 나눠주고 표연히 사라졌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사람들에게 이렇게도 말했다.

“아비들도 처음부터 썩은 놈은 아니었다. 그놈들도 예전엔 아들이었는데 아비 되고 난 다음에 썩은 것이다.”

“세상의 모든 옳은 소리에는 반드시 오류가 있다. 잘못 알고 있는 것만 고정관념이 아니라 확실하게 아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세상엔 무수한 해답이 있는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리다’라는 건 군사독재의 악습이다.”

우상과 허상을 배격한 ‘거리의 철학자’는 사람들에게 생각없이 살지 말고 변화하고 개혁하라고 요구한다. 특히 나이를 벼슬로 알고 군림하는 노인들에게 호되게 꾸짖는 ‘영원한 청년’이 되었다. 

나이 든 사람들의 국가관과 애국관을 의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대변화에 조응하지 못하고 자기 경험에 비추어 자기만이 옳다고 고함지르는 태도는 오만이다.

화석화된 시각으로, 옛 관성에 젖어 자기 의견만이 옳다는 것은 독선이고 무지다. 세상은 진화하고, 다양한 역사해석이 존재한다.

채현국 선생은 늘 이 점을 지적해오셨다고 전한다.  

모든 사물을 선악으로 구분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데 그동안 보수가 악이 되었다. 땅투기 원조에서부터 친일로 민족의 자존심을 망가뜨리고, 독재로 국민을 묶어 자유를 억누르고, 이익의 사유화에 익숙한 이기적 집단으로 정의되었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가 달라졌다.

보수에게 씌워진 악평들이 문재인 정권에 고스란히 덧씌워지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음해의 결과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하간에 그런 말을 듣는 것은 문재인 정권의 책임이다. 

기득권 세력은 변화나 양심적 삶을 못견뎌 한다. 현 상태가 유지되어야 이익이 담보되는데 변화라니? 그런데 문재인 정권이 여기에 딱 걸려들었다. 깨끗한 것 같지 않은데 양심과 정의를 팔며 완장차고 다닌다고 보는 것이다. 

도덕적 선명성이 문 정권이 내세우는 깃발이라지만 더 타락하고 불공정 불공평하며, 비리 온상이라고 공격한다. 보수매체가 그 선봉에 선다.

이들이 보수 카르텔의 선봉에 선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에 맛본 달콤한 이익 때문일 것이다. 이들 정권에 비해 문정권 하에서는 이익이 없다. 더군다나 언론개혁으로 사회변화를 일으킨다니 그동안 누려온 ‘특권’이 무너질 위기에 있다. 

국민은 도덕적 완결성을 요구하고 민주당을 선택했다.

이 점을 언론이 노린다. 도덕적 무결점성을 절대 기준으로 하여 부정하고 타락한 정권이라고 몰아붙인다. 다행히도 문정권은 이런 공격에 국민 설득이 부족하고, 디테일한 전략적 사고도 떨어져보인다. 

현 정권이 부정과 비리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보다 낫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구정권은 그런 부도덕성 때문에 정권을 빼앗긴 것이 아닌가. 그들보다 나을 것이라고 보고 국민이 문정권을 선택한 것이고, 그래서 더 높은 도덕적 가치를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언론과 구세력의 과도한 공격이 있다.

생떼 어거지, 모함, 이간질, 잔혹성과 표독성이 근저에 깔려있다. 이런 엄청난 공세 때문에 돌파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외쳤으나 도리어 덜미가 잡혀 개혁을 부르짖지 않은 것만도 못하게 되었다.  

요즘 젊은이들도 문 정권으로부터 떠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기득권 세력의 집요한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자신도 모르게 세뇌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기득권 세력의 부정과 비리는 원래 그런 집단이니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 문 정권은 작은 티끌마저 용서치 않겠다는 태도. 

그것은 아버지 세대가 제공한 풍요를 맛보고 자란 보수적 멘탈리티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정당한가를 따지기 전에 이는 문 정권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짐이 되었다.

본래의 지지자들이 왜 이렇게 돌아섰는가. 단순히 보수 매체의 선전선동에 세뇌되어서 그렇다고? 일부는 맞지만 상당 부분 틀린 정의다.  

청년실업, 부동산 문제, 코로나로 인한 소통의 단절까지 겹쳐 청년들의 탈출구가 사실상 차단되었다. 이런 것들을 심도있게 생각해보았는가.   

민생을 살피고 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은 실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나 기왕에 내건 개혁에 정면 승부를 걸 필요가 있다. 미적거리다 밀린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물론 일부 언론과 보수세력의 공격은 가히 테러 수준이다. 그러나 180석의 국회 의석을 갖고도 개혁의 추동력을 살리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거듭 말하지만 적폐는 청산되어야 한다.

그러나 적폐 청산의 전리품까지 챙기려 해서는 안된다. 그 과실까지 따먹으려고 하면 개혁의 가치는 소멸된다. 국민의 것으로 돌려준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것이 타계한 채현국 정신이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지금 서울시장, 부산시장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대선과 총선에도 연연할 필요가 없다. 돌이킬 수 없는 ‘개혁의 레일’을 깔아 굽힘없이 밀고 나가면 된다. 그럴 때 젊은이들이 돌아올 것이다. 

재보궐 선거가 끝나면 개혁의 허리끈을 다시 조여매야 한다. 특별히 실패한 것도 없으면서 망한 정권처럼 비쳐지는 것이 억울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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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H 2021-04-09 10:41:00
"특별히 실패한 것도 없으면서 망한 정권처럼 비쳐지는 것이 억울하지 않는가. " 아직 덜 망해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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