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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의 끝없는 탐욕, “패가망신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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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의 끝없는 탐욕, “패가망신을 부른다”
  • 이계홍
  • 승인 2021.03.12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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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LH ‘땅 투기 의혹 사건’과 세종시 단상 오버랩
수도권 3기 신도시를 넘어 세종시 주요 지역 폭넓게 조사해야
공직사회일수록 품격있는 정신의 대전환 절실
LH 세종특별본부 ⓒ정은진
LH 세종특별본부 ⓒ정은진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1960년대부터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장이 있었다.

바로 공기업이다. 안정되고, 대기업 수준의 봉급에 일반 공무원과 달리 우월적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공적 사명감 때문에 나라의 재정이 어려워도 이들에게는 특별 대우를 해주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기업은 대체로 만년 적자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과 코레일(옛 철도청), 한국농어촌공사(농개공), 농업진흥청(농진공), 한국토지주택공사(토개공)와 같은 전통 공기업들이 일부를 제외하고 적자에 허덕였다.

지금은 인수 합병(M&A) 등으로 명칭이 대부분 바뀌었지만, 명칭이 바뀐 이후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은 좋은 대우를 받아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이 되었다. 

물론 만년 적자라고 기계적인 비판을 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국가 서비스 차원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때문에 전기료나 물값을 비싸게 팔아먹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물가 인상 요인을 감안해 공급하는 생산물을 때로는 원가보다 싸게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 공공성을 감안해 사기업과 같은 이윤을 생각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지만 만년 적자로 국민 세금을 끝없이 투입할 수는 없다. 공기업 종사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근무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처우를 대기업 수준으로 해주지 않았던가. 

CEO 중에는 일반 사기업과 같은 경영 기법을 도입해 적자를 면하겠다는 이도 있었다. 이에따라 흑자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사기업적 비즈니스가 도입돼 성과를 올린 결과물이다.  

그런데 여전히 적자가 많다. 여기에 도덕적 해이까지 있다. 개발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는 우월적 위치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태도들이다.

그중 도시개발 과정에서 땅 장사와 주택 장사를 해온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표적이다. 

신도시 부지 조성과 아파트 및 상가 신축의 중심에 LH가 있었다. LH는 2009년 대한주택공사(주공)와 한국토지공사(토공)가 합병돼 탄생한 거대 공기업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직원 9500여명에 자산 규모만 184조원에 달한다.

부동산 개발 붐을 선도해온 LH.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개발 이익을 볼 수 있는데도 공사는 적자인 것이다. 

적자 요인이 왜 생기는가. 경영의 문제도 있고, 공공성을 위한 투자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 여기에 근래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깊은 천착 없이 부당한 부동산 거래의 ‘주범’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 

아마도 일부 임직원들의 끝없는 탐욕에서 생긴 부작용일 것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질주한 끝에 터져나온 비리들이다. 

1970년대 이후 서울 강남 3구가 개발될 때, 관련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이 알게 모르게 개발정보를 빼내 친인척과 학연·지연의 인맥들에게 제공해 많은 혜택을 주었다.

그러면서 함께 이익을 나누었을 것이다. 강남 3구가 비난을 받는 이유는 부의 축적 과정에서 이런 부도덕하고 부정의한 일이 행해졌기 때문이다. 건강한 도시개발이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후 이들은 강고한 기득권을 형성했다.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도 군림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들이 되었다. 사회 계급의 모순이 있건 없건, 기왕에 쌓은 기득권의 벽이 부숴지는 것에 대해 완강한 저항을 한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사회병소라는 ‘부익부 빈익빈’의 과제가 이렇게 해서 구조화되었다.  

이런 틀에서 LH 문제를 사회학적 병소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리를 이용한 부당한 이익과 배타적 운영. 이것을 수십년동안 이어온 그릇된 전통. 

정부는 LH의 투기 의심 사례를 수십 건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그것이 전부라고 믿는 국민은 없다. 해당 공무원 세계도 마찬가지다. 건설업자와의 유착도 뿌리 깊을 것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 2일 LH 직원들의 경기도 광명시흥 신도시 내 토지 투기 의혹을 제기한 이후 드러났지만, 이런 사건들은 단순히 이번에 드러난 사건이 아니다. 수십년동안 뿌리깊게 박혀있는 비리라고 국민들은 보고 있다. 

LH가 여태껏 자발적으로 내부 비리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한다.

관련 부처 퇴직자들이 대표나 임원으로 있는 기업에 전관예우 차원에서 수백억 원대의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LH 개혁을 넘어 해체까지 거론되고 있다.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배나무 밭에서 갓끈 동여매지 말라’는 속담에서 보듯 오해 살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학계에선 “LH에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된 것이 이번 사태를 부른 요인 중 하나”라고 본다. 따라서 도시재생·주거복지·토지개발 등 분야별로 분리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 조직이 비대한 공사를 택지 개발, 주택 공급, 주택 관리, 주거 복지 등으로 조직을 분리해 새로운 전문기관으로 재구성하고, 그런 방향에서 투기 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생활권별 지도
행정중심복합도시 생활권별 개발 지도

LH가 집중 개발한 계획도시 세종시의 경우도 찬찬히 내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당장은 연서면 일대 277만여㎡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세종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일대가 땅투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이에 대해 세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알박기’에서부터 ‘편법 조립식주택(일명 벌집)’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데 이것부터 살펴보기 바란다. 

나아가 세종신도시의 도시 개발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다시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린벨트 지역부터 개발행위허가구역(3곳) 등도 폭넓게 몰아쳐 조사할 필요성도 있다. 금남면 KTX 세종역 검토 지역이나 연서면 항공부대 이전지 등을 포함한다.  

어쨌든 ‘더러운 치부’보다 ‘깨끗한 가난’이 미덕인 세상이 되는 것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인간은 품위를 지키며 사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다. 돈의 포로가 되어서 영혼을 팔고 부박하게 사는 삶이야말로 얼마나 천박한가.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가난한 나라도 아닌 만큼 정직하게 살아도 먹고 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나물 먹고 물마시던 시절이 아니라 풍요의 세상을 사는 때, 끝없는 탐욕으로 패가망신한다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수치다.

공직사회일수록 품격있는 정신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 바닥에 나가서 장사를 해서 돈버는 일에 종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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