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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소상공인의 절규, 그들은 무엇을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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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소상공인의 절규, 그들은 무엇을 원하나
  • 이주은 기자
  • 승인 2021.01.20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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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국내 발병 1주년] 참아왔던 소상공인들의 눈물과 호소 쏟아져
국민청원 이어 20일 국무총리실 앞 심폐소생 집회 등 열고 대책 촉구
소상공인 지원금은 “화투판의 개평” 한탄... 사각지대 소상공인 울분 토로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 나라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 한마디 못하고 살기엔 이 상황이 너무 억울합니다. 많은 자영업자가 빚에 허덕이고 길거리에 내몰리게 생겼습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잠식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우리 사회도 많은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성장통이라면 좋으련만, 많은 이들에게 낙관적 상황은 아니다. 

가장 큰 실의에 빠진 이들은 소상공인이다. 

한때는 K-방역이란 자부심과 함께 집콕과 외출 자제, 밤 9시 영업 제한 등 정부 지침에 성실히 임했다. 이제는 아니다. 버틸 만큼 버텼고, 참을만큼 참았단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사실상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많다. 

코로나 이전부터 과도한 상가 공급과 하늘높이 치솟은 상가 임차료 문제를 겪고 있던 세종시. 지역 상권 침체 상황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요식업은 요식업대로, 카페는 카페대로 업종별 고충과 절규가 숨겨져있다. 

이에 세종시 소상공인들이 20일 들고 일어섰다. 그동안의 억눌린 절망을 풀어내고자 이날 오전 11시 어진동 국무총리실 정문 앞에 모여 들었다. 현장에선 '소상공인 심폐소생 집회'란 구호가 더욱 절박하게 들려왔다.

세종시 상인회연합 회원들. 20일 오전 11시 국무총리실 앞에서 소상공인 심폐소생 집회를 위해 90여 명이 모였다. 

황현목 세종시 상인회연합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상권 붕괴와 정부의 영업 제한 정책으로 폐업과 매출 부진 속에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소상공인은 지난 1년간 무조건적인 희생과 대안 없는 명령에 따른 결과 산더미 같은 빚과 절망만 남았다”고 호소했다.

혹한의 추위 속에 소상공인 90여명은 “너무 힘들어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장사고 뭐고 죽을 것 같아 버선발로 나왔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황현목 세종시 상인회장. 황 회장은 "정부와 시가 요구하는대로 상인들은 순응했는데, 결론적으로 돌아온 것은 빚더미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소상공인 일동은 “오죽하면 추운 날 이렇게 나와서 집회를 하겠냐. 이제는 버틸 수 없는 끝자락에 와 있다”며 “더는 대안 없는 무조건적인 희생요구만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지목하고 나선 내용은 헌법 제2장 23조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다. 버팀목 지원금 등의 한시적인 지원이 아닌, 실질적 ‘보상’을 강조했다. 여기엔 재산권 보장과 공공 필요에 의해 받은 피해에 걸맞은 지원안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밤 12시까지 영업 허용을 요구했다. 현재 세종시 2차 업종인 노래연습장과 (홀덤)바, 호프집 등의 업종 피해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밤 9시까지만 가능하니 내방 손님 1팀을 받기 힘든 고충을 토로했다.

감염원을 분석해봐도 소상공인 영업장이 아닌 곳이 더 많았다는 자체 분석 결과도 내놨다. 

어진동 세종정부청사 국무총리실 정문 앞에 절절한 현수막들

집회에 앞서 총리실 앞에 게시된 현수막만 봐도 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소상공인들만 전쟁터로 보내진 기분이다’, ‘지원 말고 보상을 해라’, ‘아이들 학원을 못 보낸 지가 언제인가’, ‘아이들 장난감이라도 사주고 싶다’ 등 소상공인의 어려운 사정을 담아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함현민 아름동 상인연합회장. 함 회장은 "밤 9시 영업제한 전에는 그래도 매출 50%는 나왔는데, 밤 9시에 문을 닫으니 현재는 매출이 10%도 안나온다. 매달 임대료도 충당하지 못하는 마이너스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들의 아픈 사연은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개됐다.

글을 쓰다 지우다 며칠을 고민했다는 소상공인 A 씨는 “너무나 힘들고 답답해 어디든 토로할 곳이 필요했다”며 '소상공인 지원금 대상자 형평성과 사각지대 재검토 부탁드립니다'란 제목의 게시글(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XmaPAs)을 게재했다.

세종시 소상공인이 지난 1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호소문.

A 씨는 2019년 12월 세종시 나성동에 120평 규모 식당을 차렸다. 젊은 열정과 함께 온갖 대출, 투자를 통해 오픈했지만, 2개월 만에 코로나 상황을 맞았다. 더구나 뷔페라는 명목으로 ‘집합 금지명령’을 받고 쌓아둔 몇천만 원의 음식을 몽땅 버린 채 문을 닫기도 했다.

정부 대책을 묻는 질의에 돌아온 것은 "규모가 크고 직원이 5명 이상이라 지원금은 한 푼도 없다"는 답변. 

A 씨는 “집합금지 명령으로 인해 1달 반이나 매장을 강제로 휴업했는데, 정작 지원금 대상자가 안됐다"면서 “이번 달에도 1800만원 빚을 내서 직원들 월급을 주고 돌아서니 국민건강보험에선 4대 보험비 연체라고 통장을 압류했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A 씨는 3차 소상공인 버팀목 지원금 지급 절차에서 한 푼도 지급받지 못했고, 개업 1년 만에 10억원의 빚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그는 “30대에게 빚 10억은 죽으란 소리란 마찬가지다. 제가 스스로 벌인 일이니 감당할 책임은 저에게 있으나, 국가가 이렇게 코너로 밀어 넣으며 소외감에 짓눌리게 하시면 안 된다”며 “이번 기회에 사각지대 소상공인들이 얼마나 많은 지라도 확인됐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세종시상인회연합 집회 중 상인이 들고 있는 '더는 버틸 힘조차 없다'는 피켓이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도 “문을 열어도 항상 마이너스 손해를 보는 중”이라며 “당장 영업은 하지만 카페 제한, 9시 제한 등 걸리는 것이 많아 한 달동안 임대료의 반의반도 못버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C 씨는 “식사 후 놀러 오시는 곳이 노래방인데, 밤 9시 운영 제한에 걸리니 최근 노래방은 개미 한 마리 안 오는 상황”이라며 “전기세 낼 돈이 없어 지금은 문을 닫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9시 운영 제한이 소상공인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것”이라며 “9시 제한만 아니라도 괜찮은데 영업 제한 이후 숨을 쉴 수가 없다. 코로나 이후 늘어난 빚이 억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중앙정부 방침상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 시 관계자는 “중앙대책본부가 운영 제한시간을 명문화해 내려보낸 사항이다. 시 자자체적으로 조정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20일 스타트를 끊은 소상공인 심폐소생집회는 오는 22일까지 3일간 계속될 예정이다. 혹한의 추위에도 상인들의 들끓는 절규가 울려퍼진 세종시에 과연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지 훈풍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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