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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영산강 '보 해체'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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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영산강 '보 해체'를 반대한다
  • 이계홍
  • 승인 2021.01.20 15:1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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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잘라버리면 되겠는가
금강 세종보 전경.
금강 세종보 전경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물 한모금이 아쉬운 한반도다. 우리나라는 4계절 중 여름 한철만 집중적으로 비가 내린다. 연중 1300mm 안팎의 강수량 중 여름철에 거의 다 내리고, 이중 80% 이상이 바다로 빠져나간다.

고작 20%의 물이 농업용수, 공업용수, 생활용수로 쓰이고 있다. 조금만 가물어도 물 부족으로 농민은 하늘을 우러르며 한숨을 쉰다. 3계절이 갈수기니 물을 고르게 쓰지 못하는 불편도 겪고 있다. 

빗물이 우리에게는 엄청난 산업 자원이다.

그래서 이것을 가두어서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4대강에 물을 가두어 쓰자는 것도 그런 목적이었을 것이다. 부족한 수자원 확보, 홍수 대비, 수질 및 생태계 악화 방지, 지역경제 활성화, 하천정비 및 수질 개선을 목표로 하여 4대강 개발 사업이 이뤄졌다.

4대강 개발은 △2009년 10월 : 턴키공사 1차분 착공 △2012년 12월 : 주요 공사 완공이란 로드맵을 실행했다. 그 외 낙동강의 합천 창녕보, 강정 고령보, 낙단보는 2013년 준공, 담양·화순 홍수 조절지 및 영주댐·보현산댐, 안동·임하댐 연결 수로가 2014~2017년 차례로 준공됐다.

총 사업비 24조 6966억 원, 유지관리비 4조 286억원, 재투자 2조 3274억 원이 들어갔는데도 개발의 효과는 미미하고, 환경 파괴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심해졌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이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막대한 예산을 강바닥에 쳐박아놓고 녹조 라떼 등 수질만 악화시키고 이익은 없다"며 보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지에 사는 주민들은 농업용수 사용 등 효용성이 크다며 이를 반대해왔다. 

금강 세종보 철거를 촉구하는 환경단체와 정의당.
·금강 세종보 철거를 촉구해온 환경단체와 정의당. 지난 2019년 첨예한 찬반 논쟁이 붙었을 당시 모습

√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기회주의적 대안'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대해 회의를 열고, 금강·영산강의 5개 보 중 △금강의 세종보와 영산강의 죽산보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금강 세종보는 해체하되 시기는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했다. 공주보는 공도교를 유지하도록 부분 해체하되 시기는 상시 개방하면서 지역 여건을 고려하기로 했다. 백제보는 상시 개방하며 계속 관측해 수질·수생태 관련 자료를 확보해 하천 수위와 지하수 수위간 영향 관계를 파악한다고 했다.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되 갈수기에 물 이용 장애가 없도록 개방 시기를 적절히 설정하고, 지하수 및 양수장 등 용수공급 관련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죽산보는 해체하되 시기는 자연성 회복이라는 장기적 안목과 지역 여건을 고려해 정하기로 했다. 

내용을 보면, 이리저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고, 환경단체 요구안을 들어주는 상당히 ‘기회주의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다. 환경단체는 이 같은 결정을 미흡하지만 찬성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천문학적 세금 들여 다시 해체, 정치적 이유 상당 

금강 세종보 해체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금강 세종보 해체에 반대해온 국민의힘당. 사진은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 주도로 '세종보 해체 철거' 운동이 진행된 모습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을 거둬들여 보를 만들었는데, 해체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정치적 이유가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쟁의 도구가 될 수 없다. 여·야 대결이나 보수·진보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 생활인의 문제다. 

결정적으로 위해한 것이 아니라면 또 다시 천억원대의 국민 세금을 들여 보 파괴 작업을 벌인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첫째, 앞에서 지적한대로 우리나라는 1300mm의 강수량으로 세계 평균보다 높은 강수량을 보이고 있지만 대신 물소비량이 많다. 

높은 인구밀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1인당 연 강수량 총량은 2629㎥로 세계 평균의 약 1/6밖에 되지 않는다. 강수량이 부족하다기보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많은 빗물이 바다로 빠져나가버린 반면에 물 사용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이다.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물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4대강 개발을 서둘렀다. 그런데 수질개선 측면에서 녹조가 발생하고 주변의 수생태 환경에 악영향을 미쳤다.

환경단체가 4대강의 보를 해체하라고 주장한 것은 그래서 타당성이 있다. 

강을 막으니 수질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지 않아서 그렇지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 있는 반면에 복원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자기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면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보를 터버리면 강 생태계를 보전한다고 하는데, 수도권의 상수원인 팔당댐, 청평댐은 트지 않고도 잘 보전되고 있다. 물을 가둬놓고 필요에 따라 방류하니 끄떡없이 수도권의 젖줄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환경론자 얘기대로라면 가둬놓은 팔당댐과 청평댐도 환경이 파괴되니 터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팔당댐과 청평댐을 준설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물을 오염시키는 주요인이 아닐까.

세종시 29개 하천의 수질이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개선됐다. 사진은 금강 세종보 전경. (사진=정은진 기자)
수문 상시 개방 상태의 금강 세종보 전경 (사진=정은진 기자)

녹조 라떼 등 강이 오염된다고 때려부수자고 외치는 것은 성급하지 않은가.

어떤 사업도 완전한 것은 없다. 환경을 파괴한다고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간척사업을 한다고 해서 환경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환경이 보전되는 것도 있고 파괴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국토를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간척사업을 벌일 수밖에 없다. 

육지는 지금 아파트 공사로, 도로 개설로, 공장 부지로, 각종 산업 시설로 많은 땅을 잠식하고 있다.

그래서 농토를 개발하고 산지를 파먹기도 한다. 특히 ‘국토의 허파’인 산을 파헤치는 일이 빈번하다. 이로인해 홍수가 날 때 산이 무너지고, 인명 살상 등 재산피해가 엄청 많이 나고 있다. 오히려 그것이 강물 오염보다 더 큰 생태계를 파괴하고 오염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간척사업을 벌여 대체 용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4대강에 보가 건설되었다면, 이것들을 해체할 것이 아니라 유용하게 사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둘째, 해체 비용이 건설 비용에 못지 않다는 점이다. 충남 공주에 사는 보 해체 반대론자의  주장을 보자. 

"4대강 조사위의 발표 내용을 검토하다가 발견했는데, 다리를 유지하고 수문 구조만 없애는데 70억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공주보 해체 비용은 500억원이라고 했다. 2000억 원을 들여서 만든 보를 500억원 들여서 없애야 하나?“

이 때문인지 국가물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정세균 국무총리는 "충분한 모니터링으로 보 개방의 환경개선 효과를 확인해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구하고, 강 주변 주민들의 삶의 터전에 지장이 없도록 주민 동의를 바탕으로 추진해달라"고 당부했을 것이다.

정 총리는 "위원회 결정은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며 앞으로 지역사회, 전문가, 중앙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의 중간 지대에서 어정쩡한 스탠스를 밟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  

토목공사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특혜와 부실 공사 등 문제가 있었다면, 당시의 토건업자와  정권을 탓해야지 기껏 만들어진 것을 부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보를 부수는 것이 부수지 않는 것보다 이익이라고 볼 수 있을까.  

셋째, 우선 생업에 종사하는 현지 주민들이 보 철거를 반대한다는 점이다.

농민 등 지역 주민들이 농작물 재배에 도움이 되고 관광사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그들의 경제 활동을 방해할 권리는 누구한테도 없다. 단 한사람의 경제활동이라도 도와야 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가 아닌가.  

4대강 사업이 실패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보 해체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 더큰 문제다. 필자는 박정희부터 이명박 박근혜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도 구집권 세력을 지지한 적이 없다. 특히 이명박에 대해서는 그 논리의 천박성 때문에 가장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하고 다니는 사람이다.  

그러나 4대강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했다.

물이 많으면 이유야 어떻든지간에 사람을 넉넉하고 풍요롭게 한다. 그래서 유럽의 호수가 많은 나라를 부러워했다. 그리고 그들 나라는 한결같이 풍요롭고 낭만적이다. 사람 사는 동네 같았다.

유럽의 호수들이 깨끗한 것은 관리를 잘 해서일 것이다. 수문과 배수로를 통해 물의 흐름을 잘 유도하여 수질개선을 돕고, 오염원을 철저히 차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된다. 유럽 국가는 되는데 우리는 안된다는 것은 망발이다. 

다시 말하지만, 보의 수문을 통해 수위를 조절하면 된다. 기껏 만들어놓은 것을 까부수는 것이야말로 야만일 수 있다. 그리고 강은 준설 등 부수적으로 수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게 되어 있다. 사람의 관념도 고정되어 있으면 썩게 되어있다.

그래서 흐르게 하자는 데 적극 동의한다. 그러나 폭파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해결할 방법이 있는데, 무조건 지르고 보자는 것은 위험하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잘라버리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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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H 2021-01-25 14:21:51
이열 아저씨 빨갱인줄 알았는데 나름 합리적이네요. 아저씨 글 맨날 깠는데 이 글은 ㄹㅇ 인정합니다.

마이 2021-01-20 17:38:33
그럴 돈 있으면 아름초에서 오송직행 버스 노선이나 좀 만들어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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