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성조기 부대'와 대한민국의 '태극기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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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성조기 부대'와 대한민국의 '태극기 부대'
  • 이계홍
  • 승인 2021.01.08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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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트럼프 대통령 선동에서 비롯한 '막가파 미국' 풍경
경찰 대응은 인종 차별의 전형... 언론과 여·야 비판 한 목소리
성역없는 비판 인상적, 미국이 부러운 이유... 대한민국은 어땠을까
새해 벽두인 1월 6일 일어난 '미국 민주주의 치욕의 날' (발췌=CNN방송)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2021년 새해 벽두인 1월 6일(미국시간)은 ‘미국 민주주의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마치 새로 뽑힌 국회의원들처럼 의장석에 무단으로 달려가 앉아 호령하는 등 난장판을 벌였다.

이 희화 소극(笑劇)을 보고 사람들은 ‘깡패 세상이 되었느냐’고 고개를 내저었을 것이다. 시위대는 상원 의장석에 앉아 의사봉을 두둘겨보기도 하고 하원 의장석을 짓밟고 으름장을 놓고, 기념품을 떼서 가져갔다.

막가파도 이런 막가파가 없다. 

이날 의사당에서는 상원 의장인 펜스 부통령의 사회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려 제46대 대통령 당선자 조 바이든의 대통령 인증 절차를 밟아나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의원들은 총소리가 터져나오고, 유리창을 부수고 떼거리로 난입하는 시위대를 보고 지하 비상 대기실로 도망가 의자 밑으로 숨었다.

이런 치욕이 낱낱이 생중계되었다. 민주주의 전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미국은 이제 서부 활극에서처럼 총잡이들의 나라가 되었다는 말인가.   

이번 폭동은 트럼프 대통령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가 자극한 것이다. 의사당 난입에 앞서 백악관 앞 광장에서 열린 대선 불복 집회에서 트럼프는 “도둑맞은 대통령을 내놓으라” “우리는 선거 사기를 당했다”고 울분을 토하며 사실상 폭동을 선동했다.

흥분한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약 1km 떨어진 의회 의사당으로 몰려가 대통령 인증 절차를 밟는 의사당 점거 난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쏜 총에 네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하는 무법천지가 되었다. 

이것이 우리가 존경해마지 않는 미국이란 나라의 모습이다.

저 아득한 야만 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폭력을 미국 민주주의 전당에서 우리는 가슴 졸이며 목격했다. 백인들이 무기를 들고, 람보처럼 의사당을 누비는 모습은 얼핏 보면 서부개척의 사나이들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느껴졌다. 미국 경찰이 진압에 대단히 소극적이다. 완전한 치안 부재를 보았다.

만약 흑인들이 자신들의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기 위해 이렇게 의회에 무단 침입했을 때 어땠을까. 시위대 가슴은 총알로 벌집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잡히는대로 때려눕혀 곤봉으로 머리통을 날리고, 숨통을 조이고, 개패듯이 팼을 것이다. 그런데 백인 시위대에 대해선 비호하는 듯이 함께 사진 촬영까지 하는 경찰도 있었다.  

백인 우월주의, 기득권 패권주의, 가진 자 우선주의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찔해진다. 백인이면 통하고, 돈있으면 통한다.

이런 차별주의도 여과없이 미국 사회에서 살펴보았다. 

정말 인종차별과 불평등을 항의하는 시위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밟아버리는 경우와 비교하면 너무도 차별적이다.

CNN 방송은 이를 두고 "최루가스와 폭력, 대규모 체포로 진압했던 지난해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s) 시위 때와 완전히 다른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여타 언론 매체들도 이런 편파적 대응에 일제히 비난 논평을 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미국 민주·공화당을 막론하고 이런 불법 시위를 하나같이 규탄했다는 점이다.

펜스 부통령을 비롯해 의회와 행정부 안팎에서는 트럼프에게 앞으로 남은 2주의 임기를 보장하지 말고 틴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냈다.

트럼프가 선동하고, 폭도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도 펜스 부통령은 끝까지 꿋꿋하게 의회 절차에 따라 조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인증했다. 그런 것을 보면, 한국이 쫓아가기에는 아직도 요원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트럼프의 폭주에 그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이 더 분노하고,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이 앞장서 2주일 밖에 안남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를 박탈하자고 탄핵을 거론한 것은 우리 정치문화에서 볼 때 부러운 일이다.

미국 언론 또한 하나같이 미국의 장래를 우려하며 트럼프와 막가파 시위대를 비판하고 나섰다. 

정말 우리와는 완전 딴판의 풍경이다. 그래서 미국 민주주의는 상처를 받았지만, 더욱 성숙해갈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우리를 거울에 한번 비춰보자.  

자유한국당(국민의 힘 전신)-태극기부대-극우 유튜브 삼각 편대가 광화문을 점령해 때로는 폭력과 기물을 파괴하고, 온갖 폭언과 행패를 부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언론들이 침묵했다. 

2019년 12월에는 태극기 부대가 국회에 난입했다.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태극기 부대를 국회 경내로 끌어들였다. 태극기 부대는 정의당 사람들 머리채를 잡고 침을 뱉었다.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을 폭행하며 “빨갱이 잡았다”고 환호성을 올렸다.

이때 언론은 침묵했다. 스케치성 기사로 소개한 것이 그나마 보도의 전부다. 

미국이 선진국으로 느껴지는 것은 저렇게 의사당에 무단 침입한 폭력 시위대들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규탄하고, 민주주의 위기를 경고했다. 특히 언론이 ‘반민주주의 쿠데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한 목소리로 준엄하게 꾸짖었다.  

사회의 목탁이자 시대의 감시견이라는 우리의 언론은 어떤가.

미국과 유사한 상황을 저지른 태극기 부대와 특정 종교집단의 불법 시위에 대해 왜 외면했을까. 폭력 시위로 갈 것이 분명한 시위 안내 광고까지 보수신문 전면에 깔아주기까지 했을까.

긴 설명이 필요없다. 니 편, 내 편, 편가르기 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진영논리, 그리고 기득권 대 반기득권의 대결에서 기득권 편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기득권이든 아니든 잘못하면 누구나 상관없이 호되게 나무라야 하는 것이 언론의 기능인데, 이런 기제들이 작동하지 않았다.

자기들 편에 이익이 되는 세력은 불법을 저지르고 부도덕하고 타락해도 옹호하고, 반대 세력은 없는 흠도 잡아 조져버리는 이중 잣대.

이러니 미국의 민주주의 위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말이 나온다.

모든 것이 이익 대 불이익의 관점으로 사물을 본다. 그러면서 객관적인 잣대로 보도한다고 말한다. 그 객관성이 정말로 객관적인가. 객관을 가장한 편파와 왜곡이 아닌가.

한국의 언론은 1000억을 훔친 놈이나 1000원을 훔친 놈이나 똑같이 나쁜놈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때 누가 이익을 보는가. 1000억 훔친 놈이 이익을 볼 것이다. 1000억 훔친 놈은 1000억 훔친 만큼의 죄값을 물어야 하고, 1000원 훔친 놈은 1000원 훔친 만큼의 벌을 받아야 정당한 보도다. 그런데 똑같이 나쁜 놈이라고 보도한다. 그것이 객관적이란다. 

그런데 1000억 훔친 놈이 자본력과 자금력이 있으니 언론을 매수하고 검찰과 사법부를 매수할 개연성은 높다. 언론보도는 결국 물타기용으로 거악을 눈감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이러니 태극기 부대가 준동하는 것이 아닌가. 

못배우고 하층민으로 살면서 자기 게으른 것은 외면한 채 유색 인종이 백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시골의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미국 의사당을 난입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폭력사태를 미국 여야 의원이나 언론 등 지식인 계급이 준엄하게 꾸짖는다. 참으로 부러운 모습이다.  

그들에 의해 무너진 미국 민주주의가 굳건해질 것을 나는 믿는다. 여론 지도층이 진영과 계층에 상관없이 잘잘못을 따져주는 데서 미국의 건강성은 찾아질 것이다.

반면에 우리는 멀었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사회 엘리트층이 타락했기 때문이다.

여론을 이끌어가는 지식인이 이익으로 사물을 볼 것이 아니라 가치로 세상을 보는 눈부터 길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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