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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보육교사 사망 사건’, 역대급 청원 의미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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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보육교사 사망 사건’, 역대급 청원 의미 퇴색
  • 이주은 기자
  • 승인 2020.12.15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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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만여명 청원에 지난 2일 응답한 정부.... 양 차관, 보육교사 권익 개선 약속
시민들과 네티즌, 피해자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조치가 없는 점 공통 지적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에 피해자만 억울한 상황” 한목소리
해당 어린이집은 낙인 효과... 최근 행정심판 취소 및 평가인증 복원은 그나마 다행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세종시 어린이집 교사의 안타까운 극단적 선택은 올 하반기 전국적인 반향을 가져왔다. 본지도 5차례 연속 보도로 사회적 개선 요구에 동참했다 

실제 남동생이 올린 ‘아동학대 누명 쓴 보육교사 사건’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달 4일 35만 4600명 참여로 마무리됐다. 

사실상 역대급 청원 앞에 정부도 사태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고, 지난 2일 드디어 답변을 내놨다.

이는 "국정 현안 관련, 국민들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 이상 추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책임자(각 부처 및 기관의 장, 대통령 수석·비서관, 보좌관 등)가 답하겠습니다"란 규정에 따른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이날 청와대를 대신해 정부 입장 및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답변을 본 네티즌과 시민사회는 '청와대 국민청원' 무용론을 제기하는 등 개선 여론을 환기했다. 

양성일 차관은 “누구보다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인사와 함께 이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대책 추진안을 발표했다.

그는 “무엇보다 보육교사 피해사례가 발생할 경우 엄정한 사실조사와 확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보완하겠다”며 “앞으로 보육교사의 피해사례 접수 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수사기관 합동으로 사실 조사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또 해당 교사의 피해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교육정책심의위원회 등을 열어 보육교사 보호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를 위해 앞으로 행정기관 주도의 고발 절차 마련 등 법적·행정적 장치 도입할 예정이다. 

감정 노동자이자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보육교사의 제도적 안전장치를 보완하겠다는 약속을 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것.

양 차관은 보육교사의 사회적 인식 제고 및 권익 보호 기반 강화방안도 약속했다.

앞으로 보육교사 권익 보호 책무를 명문화하기 위해 국회와 적극 협의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보육 교직원 보호자 대상의 권리 인식 교육 등의 체계적 개선과 피해 보육교사에 대한 전문가 심리상담, 법률 상담, 유급휴가 등의 지원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한 어린이집 교사 그리고 가족들 입장에 서보면,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조치로 다가오지 않았다. 

네티즌과 시민들은 대체로 청와대 국민청원의 의미를 되물었다. 

시민 A 씨는 “역시 직접적인 처벌은 없다. 솜방망이 처벌로 가해자가 줄지 않는 형국”이라며 “피해자들은 살기 힘들고 가해자들이 살기 좋은 사회”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 B 씨는 “지금이라도 이렇게 이슈화되고 답변이 나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반면 과연 얼마나 개선될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범국민 청원 동의와 공분을 산 만큼, 많은 시민들의 청와대의 답변에 기대감을 나타냈던 건 당연지사. 

시민 C 씨는 “보육교사의 목숨과 고생이 누군가에게는 고작 2천만 원(벌금)의 가치도 되지 않는 것 같이 화가 났었다”며 “국민청원 답변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뭔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고 속 시원하지 않은 찜찜함이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교사 C 씨의 남동생이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청원 글. 나흘 만에 7만 4000여 명의 동의를 받고 있다. (발췌=청와대)
교사 C 씨의 남동생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청원 글. 나흘 만에 7만 4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발췌=청와대)

청와대 답변을 보고 오롯이 남은 짐을 떠안은 해당 어린이집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한번으로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번 일로 학부모들의 어린이집과 교사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바뀌었음 한다”며 "청와대 답변이 잘 실현됐으면 하는데, 사실 교사의 처우와 복지는 매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교사를 보호하는 장치가 현재 미비한 건 사실”이라며 “교사를 보호하려면, 어린이집 기관도 보호해야 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런 언급은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현재 해당 어린이집에 내걸린 족쇄는 풀린 상태다.  

여교사 사망 이후 가해 부모 민원으로 인해 진행된 '행정 심판'과 '평가인증 취소'가 원위치된 상태다. 시와 보건복지부의 뒤늦은 행정 판단으로 모두 취소되고 복원됐다. 

그럼에도 지역 사회의 낙인 효과는 여전히 남아 있는 후과다. 청와대와 정부의 답변에 이번에는 세종시가 재발방지 등의 노력으로 화답할 때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이 보건복지부와 세종시로부터 받은 공문. 민원으로 어린이집이 피해를 봤지만, 언론 보도 후 뒤늦게 행정 처분이 취소된 상태다. 어린이집 원장은 "언론 보도가 아니었다면 어린이집은 보조금 반환 및 평가인증 취소 등 모든 피해를 다 오롯이 뒤집어써야 했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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