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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성골 학살 피해자 유해, 70년만에 유족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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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성골 학살 피해자 유해, 70년만에 유족 품으로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0.12.14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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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성골 발굴 유해 1구 유전자 분석 성공… 14일 유족에게 인계
2018년부터 유해 발굴 및 유전자 감식 노력 결실... 친자 관계 확인
민간인 희생자로서 첫 신원 확인 사례 주목.... 남다른 감회의 후손 김영원 씨
14일 6.25 전쟁 당시 보도연맹학살 피해자인 고(故) 김부한 씨의 유해가 유족 김영원씨에게 인계되고 있다. (사진 제공= 세종시)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세종시 연기면 비성골에 묻혀있던 6·25 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가 유족의 품에 안겼다.  

세종시는 14일 연기면 비성골에서 발굴한 6·25 민간인 희생자 유해 7구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1구의 유해에서 신원확인에 성공했다. 유전자 분석으로 밝혀낸 민간인 희생자는 고(故) 김부한 씨의 유해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14일 절차를 거쳐 70년 만에 유족인 아들 김영원 씨의 품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비성골에서 발굴된 민간인 희생자 추정 유해 7구에 대한 위령제를 매년 거행해온 끝에 맺은 결실이다. 실제 희생자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도록 신원 확인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무신이 뒤엉켜 출토됐다.
보도연맹학살 사건이 일어났던 '수멍재' 일원에서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무신이 뒤엉켜 출토됐다.
보도연맹학살 사건이 일어났던 '수멍재'일원에서 발굴된 고무신 모습(왼쪽_2018년 은고개 지역)과 연기군 남면 수멍재 희생현장(오른쪽). (발췌=비성골 유해발굴 조사보고서, 충남 국민보도연맹 사건 조사보고서)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고 김부한 씨는 지난 1950년 7월 8일 보도연맹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연기군 보도연맹원사건은 1950년 7월 보도연맹원 100여 명이 조치원경찰서에서 트럭으로 실려와 학살당한 사건이다.

학살지역은 연기군 남면 갈운리와 고정리의 경계지역인 '수멍재' 지역으로, 이 희생현장은 갈운리 쪽의 '비성골'과 고정리의 '은고개' 두 곳으로 나눠진다. 지금은 행정도시 개발로 인해 과거의 모습을 많이 상실한 상태다. 

전쟁 당시 연기군 갈운리 '수멍재' 인근에 거주했던 신순용 갈운리 주민은 2009년 진술 면담 보고서에서 "전쟁발발 후 어느 날 저녁때쯤 경찰들이 "사격 훈련하니까 나오지 마라. 나오면 큰일 난다"며 주민들을 집으로 들어가게 한 뒤 보도연맹원들을 학살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시와 LH세종특별본부는 시굴조사팀을 꾸려 지난 2018년부터 유해조사 발굴 사업을 시작했다. 이 시굴조사를 통해 학살지를 확인하고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를 비롯 고무신과 무기 등을 발견한바 있다. 

최근 시는 발굴된 7구의 유해와 유족 2명의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유해 1구와 유족 1명의 유전자가 99.999999999954% 일치하는 것 확인했고, 이들은 부(父)·자(子)관계로 판명났다. 규정상 상염색체의 유전자형이 99.99% 이상 일치해야 법적으로 친자 관계가 성립된다.

이번 신원 확인은 오랜 시간 매립된 뼈에서 유전자 추출이 쉽지 않다는 점과 민간인 희생자 신원확인을 위해 유전자 검사에 동의하는 유족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민간인 희생자로서 첫 신원 확인 사례이기도 하다.

유족 김영원 씨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한을 이제야 풀어드린 것 같다”며 세종시와 세종시의회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이 위령제에서 제를 올리고 있다. (제공=세종시)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난 7월 11일 위령제에서 제를 올리고 있다. (제공=세종시)

지난 2018년 발굴 이후 전동면 추모의 집에 안치돼 있던 고 김부한 씨의 유해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 인계, 배우자가 매장돼 있는 전동면 공설묘지에 합장됐다.

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6구 유해에 대해선 행정안전부, 대전시 동구가 건설을 추진 중인 한국전쟁 전국 단위 위령시설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춘희 시장은 “유전자 분석으로 70년간 매장돼 있던 민간인 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나머지 유해도 하루빨리 유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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