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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없는 아파트 단지’와 공동체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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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없는 아파트 단지’와 공동체 의식
  • 이계홍
  • 승인 2020.12.07 11: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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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보도 통행 금치 조치 놓고 세종시 아파트 단지간 충돌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옆 단지 차량들에 통행료 부과' 갈등 오버랩
'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현상... 열린 소통의 자세로 해결했으면
최근 보도 통행을 놓고 갈등 양상인 아름동 A아파트와 B아파트 단지. (사진=이주은 기자)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가 단지를 통과하는 외부 차량들로부터 통행료 2천 원씩을 받기로 했다고 해서 뉴스가 된 적이 있다.

단지 내 도로를 이용하는 외부 차량이 많아져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야박하다”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개인 도로라면 그럴 수 있다”는 의견이 서로 맞섰다. 결국 아파트 측이 차단기를 세워 외부 차량에 통행료를 징수하자, 일부는 통행료를 내고 지나가지만 대부분의 차들이 차단기 앞에서 돌아나오는 일로 더 많은 혼선이 빚어졌다고 한다. 

외부 차량 진입이 많은 이유는 그 길이 편리한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아파트 단지내 도로를 이용하면 통과 시간이 6분 정도 걸리는데, 외부로 돌아서 같은 장소에 가면 14분 정도 걸렸다고 한다.  

이로인해 차량들이 단지 내를 통과하고, 따라서 아파트 주민들이 차량 소음과 매연을 못견딘 나머지 통행 제한의 일환으로 통행료를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아파트 뒤쪽에 사는 주민들은 "그동안 통행료 징수 없이 왕래했는데 통행세를 받는다는 게 어이없다"고 반발하고, 아파트 상가 상인들도 "외부 차량 손님들이 끊기면서 손님들의 통행료를 대신 부담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끝내 법정 소송으로까지 간 모양이다. 인근 주택단지 주민들과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급기야 차단기를 맞설치한 데 이어 법정 다툼으로까지 이어지자 통행료 징수는 이후 잠정 중단되었다고 한다. 

최근 아름동(1-2생활권) 범지기마을 두 단지간 주민 통행문제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의 단지가 통행 금지 입간판을 세워 놓은 모습.
최근 아름동 A와 B 아파트 단지간 주민 통행문제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의 단지가 통행 금지 입간판을 세워 놓은 모습. (사진=이주은 기자)

세종시는 차량 통행이 아니라 주민들의 인도 통행 문제로 통행료 징수 얘기가 나오고 있다.

본지의 지난 3일자 보도(해묵은 ‘아파트 통행’ 갈등, 관리비 부과 카드 등장)에 따르면 ‘아름동 A 아파트 단지가 B 아파트 주민 통행 문제로 피해가 있어 울타리 설치 및 관리비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상가와 인접한 600여 세대 A 아파트 단지는 2000여 세대의 B 아파트 주민들이 A 아파트 단지 인도를 수시로 왕래하면서, 쓰레기장 무단 사용 및 도로 손상, 저녁에는 고성방가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관리 차원에서 최소한의 비용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사람이 통행하는 것을 가지고 일종의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차량 통행이 시빗거리가 되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사람이 통행하는 것을 가지고 ’통행료‘를 말하는 것은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한다.  

공공기관과 상가를 지름길로 가면 돌아서 가는 것보다 훨씬 시간절약도 되고 편리할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 설계자도 내부 인도를 만들어 서로 편리하게 이용도록 길을 냈을 것이다. 아파트 단지내 인도를 연결시켜 놓은 것은 공동체의 친화와 소통, 편리를 감안했을 것은 미루어 짐작할만하다. 

아파트 주민들이 왕래하면서 쓰레기장 무단 사용 및 도로 손상, 야간 소음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데,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소통과 친화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설계자는 길을 냈을 것이다. 

쓰레기장 무단 사용과 도로손상, 야간 소음 등도 있을 수 있지만, 혹 명분을 쌓기 위한 과장은 아닐까. 

B 아파트 단지도 A 아파트 단지 못지않게 쓰레기 처리장이 설치되었을 것이고, 다만 지나가면서 휴지를 떨어뜨릴 수는 있다. 그것은 꼭  B 아파트 단지 사람들이 투기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리고 그 정도를 감내하지 못한다면 좀 각박하지 않을까. 그런 정도는 양쪽 아파트 주민 계몽을 통해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어떤 농촌마을을 가면 지름길을 가기 위해 이웃 마을 사람들이 마을 복판을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길을 막거나 통행료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길은 그렇게 다정하게 소통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세종시는 시 출발 당시부터 울타리와 담장 없는 도시를 설계해왔다. 닫히고 갇힌 사회로 가기보다 따뜻한 소통과 넉넉한 인심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한 아파트 단지가 인도를 막으면 반대 아파트 단지도 막을 것이다. 

이용 비율로 보아 누가 더 많이 이용하고 적게 이용하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두 단지 사람들이 서로 길을 차단하면 서로 불편할 것은 당연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립상과 분열상, 감정 대립의 피해는 오히려 더 클지 모른다.  

아름동과 도담동 사이의 동산 터널을 뚫어 통행하자는 주민들 제안이 있었다고 한다. 

이것 역시 편리와 소통을 염두에 둔 주민 민원일 것이다. 막힌 것도 뚫자는데, 서로 소통하라고 설계된 길을 막고 통행료를 받는다? 백보 양보해서 혹 차량 통행이라면 몰라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 이걸 막는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본지 보도는 A,B 아파트 양 당자자의 입장을 균형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이런 기계적인 중립 보도만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 

행복도시건설청이 지향해온 세종시 건설 기본 콘셉트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 

'울타리 없는 도시'로 계획됐다는 것이 세종시 건설 정신이다. 행복청 도시정책과는 “행복도시는 계획 당시부터 울타리 없는 도시로 설계됐다. 현재 시점에 울타리 설치는 위법사항”이라고 했다. 

이런 유권 해석으로 문제를 해결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양 아파트 관리 담당자들이 만나 길의 의미를 되새기고, 소통의 열린 자세가 무엇인지를 살피면 문제없이 해결되리라 본다. 

세상이 각박하다고들 말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 섬처럼 닫거나 갇혀있기 때문이다. 

문제 아닌 것을 문제로 만들어 고민하고, 작은 불편을 못견디고, 그것을 이용해 욕망을 채우려는 마음이 각박하게 한 것은 아닐까. 작은 이해가 갈등을 낳고, 그로인한 갈등이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마음까지 닫게 만들고, 결국 개인이나 지역 공동체의 단절까지 가져온다. 

길은 바로 마음이자 열린 창이다. 그리고 공동체 모두 유용하게 사용하라고 존재하는 공간이다.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다. 

그래서 길은 우리 사회의 공공재다. 아파트 단지 설계자도 이런 인본주의적 철학으로 길을 냈을 것이다. 이것저것 따지기 전에 길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단지 내 인도가 설치되었다면 애초의 설치 취지대로 그 철학을 살려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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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주민 2020-12-08 08:58:03
그거 조금 이해하고 넘어가면 좋을 것을 정말 추하네요. 못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각박하다더니 별 시덥지도 않은 거 가지고 싸우고 있군요. 그거 피해보는 게 금전적으로 얼마나 된다고 난리들인지 모르겠네요. 각 세대당 1000원 정도만 걷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지 않나요? 그리고 길이 막혀 못 간다면 모를까 있는 길 놔두고 다른 길을 뚫어줘야 할 명분도 이유도 없는 것입니다. 쌍방에서 합의하는 수 밖에 없겠지요... 정 안되면 두 단지 모두 세대별로 돈 걷어서 해결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데.... 거 얼마나 한다고... 쯧쯧.... 없이 살면 저러나....

고고 2020-12-07 13:11:55
연일 고질적인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이유는 아파트간 자체의 일이라기보다는
사실은 그동안 해묵은 보행통로 개선안이 통과되지 않아서입니다.
산을 뚫어 평지 보행통로를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고운동에서 아름동 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이런 일에 쓰이면 좀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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