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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입법·사법·행정' 분리, 행정수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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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입법·사법·행정' 분리, 행정수도가 필요하다
  • 성낙문
  • 승인 2020.12.01 15: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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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문의 세종교통실록 1편]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이 풀어내는 세종시 이야기
미국과 네덜란드, 호주 등의 행정수도 이전 사례 반면교사... 멈출 수 없는 담론
청와대 전경 (제공=청와대)
청와대는 꼭 서울에 있어야할까. (제공=청와대)

지난 2004년 '관습헌법 배치'란 멍에를 덮어쓴 '행정수도론'.

법률가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논리로 수도 이전이 좌절된 이후, 세종시는 16년째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단언컨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회와 중앙정부간 거리가 150km 이상 떨어져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 우리와 비슷한 사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수도는 가장 번창한 곳에 위치한다. 수도라서 가장 번창했을 수 있고, 가장 번창해서 수도로 명시했을 수도 있다.

예외도 많다. 미국이 대표적인 예다. 과거 뉴욕이나 필라델피아 등 몇 개의 도시가 수도 역할을 한 적이 있으나 지금은 워싱톤D.C로 수도가 정해졌다.

수도 역할을 하던 몇 개의 도시들이 너무 비대해졌고, 위치상 한쪽에 치우쳐 있어 영속적인 수도로 삼기에는 부적당하고 생각해 인근 몇 개의 주에서 토지를 제공받아 수도를 아예 새로 건설했다.

현재 미국의 워싱톤D.C는 1800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도시계획이 잘 되어 있고 경관이 뛰어나다.

백악관을 중심으로 중앙정부의 각 부처들이 배열되어 있다. 백악관과 상·하원과 대법원이 반경 2~3km 내에 아주 가깝게 위치해 있다.

워낙 가깝게 위치한지라 하얀 셔츠 차림의 대통령이 백악관을 나와 주변 인파에 손을 흔들며 도보로 상⋅하원 등 주요 관청을 방문하기도 한다. 경호하는 입장에서는 참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그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네덜란드는 좀 특이하다.

헌법에는 수도가 암스테르담임을 명시하고 있지만, 중앙정부와 대법원은 물론 의회까지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헤이그에 밀집되어 있다.

헌법상 수도는 암스테르담이지만 국가 운영은 헤이그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호주의 수도는 인구가 500만이 넘고 경제적으로 번창하는 시드니나 멜버른이 아닌 '캔버라'라는 인구 40만의 중간 규모 도시다.

폭 400~500미터 호수를 사이에 두고 의회와 외교부 등 주요 정부부처는 남쪽, 나머지 시설은 북쭉에 위치하고 있다. 걸어서 20~30분이면 갈수 있는 거리에 있다.

우리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청와대는 광화문에, 국회는 여의도에, 대법원은 강남에, 중앙정부는 150km 이상 떨어진 세종시에 위치해 있다.

미국이나 유럽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말이 안된다. 이들 기관들이 도보거리에 위치해 있어야 자주 만나 얼굴을 맞대고 국가의 대소사를 논할 수 있는 것이지, '어찌 저런 상태로 국가가 굴러갈수 있느냐?'라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오전에는 세종에서 서울로, 오후에는 세종에서 서울로, 길과장이니 카톡국장이니 자부심 강한 중앙 공무원들의 절망감은 말할 것 없이 길에서 뿌리는 시간과 비용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지난 10년간 출장비만 대략 5000억 원, 길에서 날리는 기회비용과 피로감으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므로 생기는 손실까지 합치면 그 피해는 실로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필자는 '관습헌법'이 뭔지를 잘 모른다.

국회나 청와대가 꼭 서울에 있어야 그곳이 '관습헌법'에 부합하는 수도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네덜란드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거 같으니 말이다. 암스테르담은 헌법상 분명 네덜란드의 수도다. 하지만 내각을 총괄하는 수상의 집무실은 헤이그이며 입법, 사법, 행정부의 주요 기관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기관들이 이웃에 위치했기 때문에 일하기 참 편리하다. 수상이든 장관이든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업무 출장을 간다.

정부세종청사 인근 어진동 전경. (사진=정은진 기자)
입법, 사법부가 멀리 떨어져 덩그러니 놓여지 있는 정부세종청사. (사진=정은진 기자)

어영부영 하는 동안 16년이란 세월을 낭비했다.

최근들어 몇가지 의미있는 움직임이 있으나 큰 추진력은 보이지 않는다.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보다 과감한 전략과 대책들을 강구 할 때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중앙부처 몇 개 옮기려고 그 큰 갈등을 겪고 예산을 써가며 세종시를 구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워싱톤 D.C., 호주의 캔버라, 네덜란드의 헤이그가 행정수도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세계인의 찬사를 받는 것은 곱씹어볼 문제다. 세련된 도시미와 함께 그곳이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데 있다.

입법⋅사법⋅행정 관련 주요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각 국의 국제기구, 대사관, 언론사 등이 몰려 있다. 행정수도로서 세계와 통하는 관문인 셈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계기로 수도권과 맞짱 뜰 수 있는 중부권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현재 세종시 반곡동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세종시 신도시 1생활권에 거주하며 나라키움국책연구단지까지 수시로 자전거 통학을 택하는 등 도시 교통 문제를 몸소 겪고 있다. 이에 따른 최선의 교통정책 방안에 대한 제언도 쏟아놓고 있다. 

그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과 World Bank 선임전문위원을 지냈다.

앞으로 성낙문 부원장은 본지를 통해 2개월에 한 번 '세종교통실록'이란 기록을 써내려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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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바위 2020-12-01 15:36:33
핵심적 사례와 근거로 매우 설득력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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