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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의 공존 택한 세종시의 '긍정 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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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의 공존 택한 세종시의 '긍정 한걸음'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0.11.26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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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전 동물원 퓨마 탈출 사건... 세종시의 동물보호 시스템 현주소 환기
본지, 지난해 야생동물보호센터 부재 지적... 지역 사회 변화 목소리 확산
세종시. 이 같은 요구에 화답... 지난 25일 '유기동물 공공분양 시행업소' 첫 탄생
대전 동물원의 원숭이. 유리펜스에 사람들의 손때가 가득하다. (사진=정은진 기자)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약 2년 전 대전 동물원의 퓨마가 탈출해 전국적 이슈가 된 사건이 있었다. 

퓨마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맹수로 분류된 터라, 아이를 둔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특히 컸다. 전 행정력이 동원된 탓인지, 퓨마는 탈출 몇 시간만에 사살됐다.

동물원 우리에서 처음 탈출한 퓨마는 예상과 달리 인근 산 어귀에서 겁에 질린 상태로 발견됐다. 

"퓨마는 위험한 동물이다, 조심해야한다"는 경계심이 최고조에 달한 뒤 애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배경이다. 평생 자유없이 갇혀 살아온 퓨마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겁에 질려서 발견됐다던데 꼭 사살했어야 했나", "자유가 그리웠을 것이다" 등 실제로도 사살된 퓨마 뽀롱이의 빈소에는 죽음을 애도하는 많은 메모지가 적혔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죽음을 슬퍼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사건은 우리가 갖고 있는 동물에 대한 인식을 뒤흔들어 놓았다. 

'관찰'과 '위험', '보호'라는 명목 아래 철창 안에 가둬져 관상용으로 전락한 동물들. 이를 관리하는 인간 사회의 딜레마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딜레마는 어떤 동물은 반려로서 일생을 사랑받으며, 어떤 동물은 도축되기 위해 길러지고, 퓨마와 같은 동물은 철창 안에 갇혀 지내야하는데서 비롯한다.  

이는 어쩌면 풀리지 않는 매듭과도 같다. 동물 보호와 혐오의 두 인식 아래 지펴진 사람과 사람간의 불신 또한 여전히 지역사회에 풀리지 않는 매듭이다. 


#. 본지가 2019년 지적한 길고양이 보호 문제, 현재는 

세종시에는 그동안 야생동물 보호 단체나 시설이 전무했던 상황.

본지는 2019년 세종시의 길고양이 보호와 야생동물보호센터 부재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고, 1년여가 흐른 현재 긍정적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길고양이 보호 필요성은 신도심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다. 시민사회는 '보호 vs 혐오'로 갈라져 주민회의를 거쳐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을 막는 등 부정적인 방향도 나타났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고양이를 보호하고 중성화수술(TNR)을 시켜주는 등 공존의 길을 모색했다. 

일부의 노력이 결실로 맺어졌다. 올해 '세종시 길고양이보호협회'가 인터넷 카페로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또 다른 언론(디트뉴스 한지혜 기자)에서도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이순열 의원도 지난 12일 제66회 정례회에서 반려동물 문화 개선과 유기동물 보호 체계에 대한 대안 추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소영 길고양이 보호협회 대표는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유기동물에 대한 부분은 현실적으로 끝이 없는 일이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는 분들과 함께 세종시 환경을 개선하고자 카페를 만들게 됐다"며 "지인이 당진시 길고양이보호협회와 대전시 유기동물협회를 하고 있어 함께 교류하며 세종시에서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순열 시의원은 "지속적인 아파트 내부 갈등을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 공무원과 시의원, 아파트 입주자 대표 연합회장간 지속적인 간담회를 통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전국 유기동물의 안락사 평균 비율이 21.8%인 반면 세종시는 2배가 넘는 49.4%다. 안락사 대신 분양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조규표 농업정책보좌관은 "분양공고 기간을 10일에서 15일로 늘리고, 유기동물 인식 개선과 홍보를 더욱 실시해 분양율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실제 그동안 유기동물 공고기간은 10일로 이 기간 입양·반환되지 않을 경우, 안락사를 하고 있으나 개체 증가로 안락사 되는 동물도 덩달아 늘고 있다. 

3개월 전에 문을 연 세종시 길고양이보호협회 카페(왼쪽), '유기동물 공공분양 시행업소'로 선정된 '플러피'오른쪽). 

#. 언론과 시민사회 노력에 지자체 '긍정적 화답'

이 같은 시민사회의 노력에 지자체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난 25일 공모를 통해 '유기동물 공공분양 시행업소'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기동물 공공분양 시행업소로 지정된 조치원읍 소재 ‘플러피’는 안락사 예정인 유기동물을 열흘간 위탁 보호하면서 목욕·미용 등을 통해 시민에게 입양을 적극 홍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입양이 결정된 개체는 동물 등록·서약서 작성 후 시민에게 무상 분양한다. 또 입양일로부터 6개월 이내 유기동물 입양비 지원사업을 신청하면, 중성화 수술비 등 최대 10만 원의 입양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시는 시행업소에 지정 표지판 부착과 보호·목욕·미용·등록비 등 지속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 내년 도심지역 내 업소 추가지정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세종시가 위탁하는 동물보호명예감시원 인원도 현재 4명에서 10명으로 확충해 동물보호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광태 농업축산과장은 “올바른 입양 문화 정착을 위해 동물보호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유기동물 문제에 시민들도 더욱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 야생 동물과 공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최근 세종시 신도심에 지속적으로 출몰해 시민사회의 큰 화두로 부각된 멧돼지 문제. 

지난 9월 아름동에서 출몰한 멧돼지는 어미와 새끼 멧돼지였다. 자신이 위협을 받을때는 난폭한 동물이 되는 것은 확실하나, 이는 자기 새끼를 지키려는 어미의 본능으로도 다가온다.

사살로 생명이 꺼져갈때까지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서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를 비롯한 지자체는 멧돼지와 야생동물의 신도심 출몰에 대해 근본적 대책 없이 무작정 '포획 후 사살'만으로 대처하고 있다. 퓨마 뽀롱이를 대했던 방식과 다를 것이 없다. 이에 전국동물보호협회는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김소영 대표는 "멧돼지 등 유해동물을 사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는 하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은 아니다"며 "세종시가 설계 당시부터 환경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로 지어졌으면 어떠했을까. 야생동물의 이동통로와 차단 경로를 적극적으로 고려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을 드러냈다.

결국 미래 사회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는 이 같은 동물들과 최대한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여는데 있다. 


대전 동물원 어귀에 마련된 사살된 퓨마 '뽀롱이'의 무덤 (사진=정은진 기자)

"보문산 양지 바른 이 곳에 모두의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리." -퓨마 뽀롱이를 추모하며...

우리에게 쉽지 않은 숙제를 남기고 떠난 퓨마 뽀롱이는 현재, 철창 안도 초원도 아닌, 돌보던 사육사들의 따뜻한 문구 아래 고요히 잠들어 있다. 

앞으로도 동물과 인간의 완벽한 공존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다만 어떤 것을 추구해야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는 많은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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