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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증폭되는 ‘택배 갈등’ 해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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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증폭되는 ‘택배 갈등’ 해법 없나?
  • 이주은 기자
  • 승인 2020.11.25 09:3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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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1생활권서 불거진 문제, 이제는 3생서 재현... 택배기사 이·삼중고
A와 C 아파트, 최근 지상 출입 불가 고지... B 아파트, 일부 진입만 허용
수레·카트로 옮겨 배송 유도... ‘보행 안전 가치 VS 노동여건 개선’ 재충돌
지상도, 지하도 출구 없는 형국... 2.3미터 이하 지하 주차장 출입 딜레마
최근 불거진 택배 문제로 택배차가 단지 입구에 개별 배송을 위해 세워져 있는 모습. 해당 택배기사는 초겨울의 추운 날씨에 짐을 별도로 실어 가가호호 배송을 하고 있는 처지다.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주차장과 차량 통행’ 없는 아파트 단지, 즉 안전도시로 나아가고 있는 세종시 신도시. 

아이들이 많은 도시 특성상 보행 안전 측면에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여느 도시보다 유모차 끌기 좋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배달·택배’가 빈번히 이뤄져야 하는 단지 현실에서 비롯한다. 배달·택배는 코로나19와 맞물려 더욱 우리 생활 가까이에 다가섰다.  

이런 현실은 차량 출입을 불허하며 문 앞 배송을 요구하는 일부 아파트 단지의 이상과 정면 충돌하고 있다.

택배 기사들은 열악한 노동여건 아래 불가능한 처사임을 호소하며 맞서고 있다. 잦은 인력 교체가 그 단면을 드러낸다. 지하 주차장으로 차량 진입을 고려해볼 수 있으나, 대부분 출입구 높이가 낮아 불가능한 일이 허다하다. 

결국 지난 2년 전 1생활권 한 아파트에서 불거진 갈등이 이번에는 3생활권에서 수면 위에 올라오고 있다. 

#. “이럴 거면 택배 받지 말지! 택배 잔뜩 시켜 놓고 이러면 되나?”

C 아파트 측에서 택배사에게 지상배송을 금지하면서 개별 세대별 배송을 입주민에게 요청한 공지문. 

최근 다시 불거진 배송 문제를 놓고, 일부 택배 기사들은 이 같은 볼멘 소리를 내놓고 있다. 

단지별 수십세대를 일일이 발로 뛰어야 하는 가혹한 노동여건을 맞이하고 있어서다. 물품 주문은 다량으로 해놓고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은 불허하며, 지하 주차장마저 높이가 낮아 통과 불능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 세종시 3생활권 C 아파트는 지하 층고가 2.3M로 택배 탑차가 출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저상형 차랑 배송과 주문자 문 앞 배송을 강력히 요구하는 안내문을 공지했다. 관리소나 경비실 직원의 택배 물품 대리 수령도 금지했다. 

결국 택배 기사들은 코너에 몰렸다. 저상 차량으로 택배를 운반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세대별 배송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저상 차량으로 하자니 차량 구매 비용과 수송 물량의 한계가 분명하고, 일일이 발로 뛰자니 시간과 체력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한 택배기사는 “개인 사업자로 운영하는 택배기사에게 저상차량을 요구하는 건, 다시 차량을 사라는 뜻”이라며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차를 다시 사서 택배 일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비현실적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을 다투는 직업 특성상 차에서 내려 수레로 옮기거나 다른 수고를 하는 것은 일의 부담이 2~3배 늘어나는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 단지 측의 ‘분명한 갑질’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배송을 해야 하는 고충도 이만저만하지 않다. 

그렇다고 택배비를 더 받는 것도 아니다. 현재 세종시 택배기사들은 건당 택배비를 적게는 600원에서 평균 700원 정도 받는 실정이다.

#. ‘안전한 지상’ 가치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입주민들 

A 아파트 측이 제공하는 카트. 택배차에서 물건을 일일이 이동 후 따로 배송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요즘같이 추울 때는 바람막이밖에 없어 노동 여건을 더욱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 아파트는 신임 동대표 선출과 함께 지상 차량 진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단지 내 ‘카트(골프 카트와 비슷한 차량)’로 아파트 내 배송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세종시 아파트 단지 중 처음이다. 

신생아부터 학령기 아이들이 많은 도시 특성상 안전한 지상 환경을 누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는 대목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택배 업계와 절충안 등 긴밀한 협의 과정이 부족했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또 다른 B 아파트는 지상 배송을 일부만 허용해 절반만 진입한 뒤, 택배기사가 수레를 이용해 세대 내 배송을 하고 있다. 그나마 나은 여건이다. 

반면 C 아파트 역시 A 아파트처럼 지상 출입을 아예 금지하고 단지 입구에서 전 단지를 수레를 이동해야 한다. 이유는 모두 동일하다. 

역으로 이들 단지를 오가는 택배 기사들의 불만은 숨길 수 없다. 공교롭게도 모두 3생활권 단지들이다. 

C 아파트 단지 택배 기사는 “택배기사들이 제일 들어가기 싫어하는 단지라서 소장이 직접 배송을 하고 있다”며 “차에서 수레로 싣고, 또 걸어서 일일이 다니면 배송 시간이 다른 곳보다 1시간 이상은 더 소요된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저 또한 이런 곳은 배송하기 싫다. 물건을 시켜놓고,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사람을 너무 하찮게 보는 것 같아 일하기 힘들 때가 많아 빨리 접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안전 보행 VS 노동 여건’ 무엇이 우선일까? 상생 대안은 없나? 

지난 2018년 국토부가 지하주차장을 2.7M 상향을 발표한 자료 내용. (발췌=국토부)

세종시에서 다시 한번 불거진 택배 이슈는 해묵은 과제로 남아 있다.

본지 취재 결과 1~4생활권 아파트 단지들의 대체적 경향은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 허용으로 흐르고 있다.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2년 전 갈등을 빚은 1생활권 단지도 이 방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안전 보행 VS 노동 여건' 우선 가치 충돌은 일부 단지에서 여전한 상황. 

국토교통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 지난 2018년 아파트 지하주차장 높이를 2.7M 이상으로 상향하는 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아파트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불편이 택배기사와 입주민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택배기사 D 씨는 “우리도 지하로 들어가면 편하다”며 “한꺼번에 배송을 쉽게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못하니까 이렇게 문제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택배차가 지하 주차장만 들어갈 수 있어도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단 뜻이다. 

시 관계자는 “‘택배 중심’의 사회변화가 너무 갑작스레 찾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해 택배 물량은 더욱 늘었다”며 “사전에 예측하지 못하고,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정비를 놓친 부분이 있어 이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2018년 이후 세종시에서 준공된 아파트는 총 45개 단지. 해당 단지들은 다행히 지하로 택배 배송이 이뤄지고 있어 택배 갈등은 확연히 줄어든 상태다.

높이제한 2.3M로 표기되어 있는 세종시 C 아파트. 낮은 층고로 택배차가 진입하지 못해 입주민과 택배기사간 갈등은 계속 현재진행형인 형국이다. 2018년 이전 준공된 아파트 다수가 이 같은 현실에 놓여 있다.

문제는 2018년 이전 준공된 층고 2.3M 이하 아파트 단지로 모아진다. 이들 단지 내 주민들과 택배 기사들간 상생 해법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른 지역 배송을 맡은 택배기사 E 씨는 “지상 배송 시, 우리도 서행으로 조심해서 운전하게 된다”며 “안전을 생각해서 카트 배송이나 수레 배송을 요청하시는데, 우리의 안전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대안 제시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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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태 2020-11-27 11:54:59
기사에 제시한 단지랑 사진이랑 모두 일치하나요? 기사 내용의 사실 유무 판단하시고 사진도 내용과 일치하도록 작성해 주세요. 언론인이라면...

헬세종 2020-11-26 23:54:56
이래나 저래나 문제 덩어리네 세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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