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0주년 ‘전통 회혼례’, 금남면에서 개최돼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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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60주년 ‘전통 회혼례’, 금남면에서 개최돼 화제
  • 이주은 기자
  • 승인 2020.11.18 13:5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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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신랑과 87세 신부 연지곤지 찍고 전통 혼례 치러
전통 옛 방식으로 거행된 혼례식, 이색 체험 화제
“100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진귀한 구경”
결혼 67주년을 맞은 '금남면 노부부'의 회혼례식 모습. 신랑의 인사에 신부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br>
결혼 67주년을 맞은 '금남면 노부부'의 회혼례식 모습. 신랑의 인사에 신부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지난 14일, 날씨도 청명한 가을하늘.

수많은 인파가 금남면 언덕에 위치한 세종시 문화재자료인 모인당으로 모였다.

동네 어르신들도 들뜬 마음으로 "좋은 구경 하러 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기저기 한복을 입고 연출된 잔치 분위기. 대체 무슨 일일까?

67년 전 헌병대 남편, 92세 할아버지 되다

모인당에 연지곤지를 찍고 다소곳이 앉아계신 두 부부. 67년 전 헌병대에서 휴가 나온 일주일 사이 신랑은 신부와 처음 만나 바로 결혼을 했다.

그리고 백년해로를 기약하는 ‘회혼례’를 다시금 치르게 됐다.

혼례식에 앞서 순서를 기다리는 강기찬, 임헌동 어르신 부부. 새신랑신부 못지않게 들뜬 마음으로 혼례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회혼례는 유교적인 예속으로 부부가 결혼한 지 60주년을 기념하는 흔히 볼 수 없는 행사에 속한다.

수명이 짧은 시절에는 그렇게 오래 사는 경우가 드물었고, 집안에 슬픈 일 없이 부부 금실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탈하게 60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를 축하하는 진정한 잔칫날이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전통혼례를 비롯한 회혼례를 구경할 일이 없어 이런 풍습과 잔치도 드문 일이 됐다.

우리 문화를 복원하는 힘, ‘문화재 사랑’

동네 어르신 말씀대로 ‘흔히 할 수 없는 구경’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우리 옛 문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한 사람에게서 비롯됐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윤선희 인앤인연구소장.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 문화 복원에 다양한 방법으로 앞장서고 있다.

지난 7월 문화재청에서 선정한 ‘세종시 1호 문화재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윤선희 인앤인연구소장이 그 주인공. 

윤선희 소장은 문화재청 문화향유 어르신 대상 프로그램으로 이번 ‘회혼례’ 식을 진행하게 됐다.

윤 소장은 “요즘 세상에 회혼례 대상자도 많지 않고, 섭외조차 어려웠지만 이번 ‘강기찬·임헌동 부부’는 90세가 넘어서까지 해로 하시며 건강하고 바르게 살아오신 모습에 존경심이 들었다”며 “세종시 최초로 회혼례를 알릴 수 있어서 기쁘다. 많은 시민이 회혼례의 의미를 통해 ‘가족의 사랑’을 느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별한 행사가 전국 팔도에 소문이 났는지, 회혼례 날에는 금남면 전체가 들썩들썩했다. 

강준현 국회의원을 비롯해 채평석 시의원, 면장을 비롯해 동네 어르신도 총출동했다.

(좌) 평소 친구 아버지인 강기찬 어르신과의 친분으로 회혼례식을 찾은 강준현 국회의원 (우) 모처럼 귀한 구경했다고 칭찬하신 금남면 도암리 어르신들. 회혼례식 후에는 잔치떡도 함께 나눠 먹었다.

도암리 어르신들은 “100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진귀한 구경”이라며 “요즘 어디 가서 이런 좋은 구경 하겠느냐”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KBS 방송사와 유튜브 채널에서도 노부부의 혼례식 전 장면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회혼례식은 전통 방식 그대로 진행됐다.

전안례, 교배례, 서천지례, 서배우례, 합근례 등 정안수에 손을 씻고 혼례를 준비하는 의식, 서로 한결같이 살겠다는 약속을 담은 표주박 합치기 등 90세 어르신이라고 봐주는 것 없이 하나하나 그 순서만의 의미를 설명하며 ‘혼례’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으로 진행됐다.

다만 새신랑이 말을 타고 오는 의식은 아들의 친구들이 손으로 말을 만들어 마을 한 바퀴를 돌아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좌) 신랑이 혼례에 앞서 정안수로 손을 씻으며 몸을 가다듬는 의식 (우) 혼례 전 꽃가마와 말을 타고 입장하는 모습을 재현한 풍경.

회혼례를 치른 강기찬 할아버지와 임헌동 할머니는 “60여 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친다”며 “10년 동안 자식이 안 생겨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는데, 이런 날도 오다니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새신부·새신랑보다 가슴 뭉클한 노부부의 고백에 회혼례 객석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시는 분들도 속출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6번이나 넘게 겪으신 진정한 ‘백년해로’ 부부의 저력.

세월이 묻어나는 ‘회혼례’ 현장이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 세종시 곳곳에 전통의 아름다운 향기가 퍼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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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나 2020-11-19 21:15:17
세종시에 이런 행사가 있었다니 가보고 싶네요... 아이들에게도 보여주면 정말 좋겠네요. 모인당이란 곳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문화행사가 많아졌음 합니다

hyelin 2020-11-19 09:43:46
너무 감동적인 행사네요^^
이런 행사가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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