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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지선 양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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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지선 양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고
  • 이계홍
  • 승인 2020.11.02 18: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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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본인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았는가
개그우먼 '박지선 양' (발췌=생애 박지선 양의 인스타그램)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그의 사인이야 어떻든 그의 죽음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유명 개그우먼 박지선이 2일 사망했다는 보도를 보고 필자는 한동안 망연자실했다. 어머니와 함께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만감이 교차하지만 아름다운 박지선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것이 두고두고 가슴 아프다. 그의 독특한 캐릭터,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주는 얼굴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의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박지선의 사인은 여러가지일 것이다. 억측을 동원하면 수십 가지일 수 있다. 우울증을 앓았을 수 있고, 신병을 비관했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에게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더 이상 제공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근래 개그콘서트(개콘) 등 여러 개그 프로그램이 방송에서 사라졌다. 한동안 일요일 밤이나 토요일 밤, 안방을 웃음짓게 하던 개그프로가 사라졌다. 그 이유는 소재의 빈곤, 매너리즘에 빠진 개그계 등으로 더 이상 국민을 웃기지 못한다는 데 있을 수 있다.  

시청자의 수준은 올라가는데 개그 소재는 제한되어 있다. 기껏해야 사람 넘어지고, 우스꽝스럽게 표정을 만들고, 바보스러운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개그 프로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한국적 풍토에서는 정치 지형이 완전히 두 개로 쪼개져 있어서 미국이나 유럽의 정치 풍자 개그도 할 수 없다.

한쪽을 비판하면 반대 진영에서 들고 일어나고, 반대 진영을 풍자하면 또다른 세력이 법석을 떨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그러니 정치 개그나 사회풍자 개그를 꿈꿀 수가 없다. 개그의 가장 큰 소재를 우리는 본의아니게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사회적 제약 요인으로 금기시된 소재가 너무나 많다. 

결국 자빠지고 넘어지고, 묘한 엽기적 행동을 벌여야만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슬랩스틱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지라 시청자나 관중은 식상하게 마련이다. 

다음으로 개그맨 뺨치는 정치 사회계가 개그맨들의 밥줄을 끊어놓고 있다고 본다.

개그맨들의 활동이 아니더라도 매일 정치판과 사회현상들이 쓴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개그 프로보다 더한 쇼들이 연출되고 있다.

사회나 정치판이 쓴웃음 자아내는 연기들을 그만두고, 본연의 직업군인 개그맨들에게 그 역할을 맡길 때가 되었는데, 갈수록 더 열심히 하고 있다. 개그맨들에게는 더 이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방송계에서도 개그 프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할 시점에 와있다.

과감히 서구의 개그 프로를 벤치마킹하라는 것이다. 소재의 영역 확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리고 개그맨은 물론 개그작가들도 창발력을 발휘해 옛 명성을 되찾기를 바란다. 웃음은 역시 만인에게 친하다. 

숨진 박지선 양에게 거듭 진실로 미안하다.

우리 모두 좀더 가까이 그에게 다가갔어야 하는데, 개그 프로가 사라지면서 그를 외면했다. 아울러 오늘의 개그맨들에게 간곡히 권하고 싶다. 절대로 비관하지 말라는 것이다.

남에게 웃음을 위해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는지를 박지선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무대가 주어지지 못한다는 현실, 그러나 갈고 닦으면 브라운관만이 아니라 연극 무대에서, 크고 작은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나올 수 있다.

이런 무대를 만들기 위해 개그맨 본인들도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본다.  

거듭 말하지만, 혹 무대에 나서지 못한다 하더라도 재주를 갈고 닦으면 반드시 빛을 본다는 긍정성을 믿기를 바란다.

우울할수록 주변 친구들과 자주 대화하기를 바란다. 친구들 역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기를 바란다.

무대에 서야만 각광을 받는다는 강박관념보다 때로는 몇발짝 뒤로 물러나 세상을 관조하는 마음도 갖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박지선 양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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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윤 2020-11-17 11:41:54
개그우먼 박지선님이 왜 돌아가셨는지는 모르지만 마땅한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곳에선 부디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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