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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도심 출몰 '멧돼지' 위협, 사실상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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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도심 출몰 '멧돼지' 위협, 사실상 무방비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0.10.27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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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없는 멧돼지, 개체수 점점 늘어나... 도심 출몰 빈도 높아져
주택가에선 총기 사용 불가능, 사실상 맨손으로 잡아야 하는 한계
멧돼지 관련 연구 비롯 전문가 양성 등 대응 부재... 관련 정보도 현저히 부족
마구잡이로 잡으면 외려 환경에 악영향... 체계적 대응 마련 시급
(이미지 자료 발췌=환경부)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세종시 도심에 멧돼지가 잇따라 출몰하며,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1달 사이 사실상 신도시 전역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사이 인명피해가 없었던 건 천만다행이다. 다만 나성동 한 상가에 돌진해 유리창 부순 일은 피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다가온다. 

세종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출몰한 멧돼지는 종촌동을 비롯해 다정동, 고운동, 새롬동, 한솔동 등에서 잇따라 발견됐다. 시민 민원에 의해 집계된 멧돼지만 총 9~10마리에 달했다.

도심 안으로 멧되지 출현은 이번 달만 4번째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세종시 추이를 보면, ▲2017년 167마리 ▲2018년 185마리 ▲2019년 382마리로 매년 증가했다. 2020년의 경우 지난 20일까지 242마리를 잡았으나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름동과 한솔동, 나성동, 대평동, 보람동, 다정동, 종촌동 등 신도심 대부분에서 출몰하고 있어 체계적인 도심 접근 방지·포획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세종시는 시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32명으로 구성된 멧돼지 피해 방지단을 꾸리고, 23일부터 25일까지 집중 포획작업을 벌이기도 했으나 역부족인 단면을 노출했다. 일제 포획 기간이 종료되자 마자 소담·반곡동에서 4마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은 '집중 포획작업으로 인해 멧돼지가 외려 도심으로 내려오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원수산과 전월산을 피해 괴화산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 아니냐는 분석에서다. 또 다른 풍선효과로 바라볼 수 있는 대목. 

통상적으로는 큰 덩치에 비해 멧돼지의 이동 속도가 워낙 빠르고 출몰 범위가 워낙 넓은 탓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멧돼지 생태 특성을 다루는 전문가도 부족하고, 환경부를 비롯한 지자체의 정보자료 또한 과거에 머물러 있어 일제 포획 외 별다른 대응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도심 주거지 100m 이내에선 총기 사용도 안돼 수색대원들이 그물망이나 맨손으로 포획을 해야하는 어려움도 분명하다. 

마구잡이로 잡게될 경우,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있어 체계적 대응책 마련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멧돼지 어떤 동물인가? 

멧돼지는 몸길이 1m~1.8m, 높이 55~110cm의 포유류로 몸무게는 최고 280kg에 달한다.

임신기간은 140일 정도로 1회에 7~13마리까지 낳는다. 번식기는 12월에서 1월로 출산시기는 5월이다. 본래 초식동물이었지만 왕성한 식욕으로 인해 토끼와 들쥐 등 작은 짐승부터 어류와 곤충까지 먹는 잡식성으로 변했다. 

우리나라에는 호랑이와 곰 같은 천적이 없어 개체수는 점점 늘고 있다. 

질긴 나무 뿌리를 자르거나 싸울 때 큰 무기가 되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있는데, 특히 자신이 부상 당하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반격하는데 사용한다. 이 송곳니에 받히면, 사냥개도 죽음에 이르기 쉬우며 수렵가들도 뼈가 노출될만큼 큰 상처를 입는다.

가을과 겨울에 일어나는 번식기에는 수컷 여러 마리가 암컷 1마리의 뒤를 쫓는 쟁탈전이 벌어지기 쉽상이고 이때 성질이 난폭해지며 자주 민가에 출몰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잠자리 또한 일정하지 않아 포획이 어렵고 뛰는 속도가 무척 빨라 경험 없는 포수는 실수할 때가 많다. 타 지역에서 총기 오인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는 배경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기는 주범으로 알려진 멧돼지는 적게는 농작물 피해, 크게는 인명피해를 내는 동물이다. 그러나 먼저 공격한다는 정보는 오해며 자신이 위태롭다고 느낄때만 공격한다. 

"멧돼지가 위험한 유해동물이 맞는가?"는 본지 질문에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이재환 주무관은 "멧돼지는 유해 야생 동물이다. 멧돼지는 인가 주변에 출현해서 인명과 가축에 피해를 준다. 이는 야생생물보호에 관련한 법에 지정되어 명기되어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유해동물 포획 시, 1두당 2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지난해부터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멧돼지가 유해 동물로 지정됐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잡게되면 환경에 외려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그러면서 야생동물 포획에도 윤리기준과 체계적 대응마련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살처분과 포획 등 동물을 죽여 막으려는 방역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합리적 방역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선 "유해동물 맞나? 멧돼지가 공격할까봐 불안하지만 멧돼지도 불쌍하다",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멧돼지보다는 사람이 먼저다", "왜 민가에 내려오는지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찬반 양론이 활발하게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도심 잇단 출몰, 시민 불안감 가중... 왜 내려오나?

멧돼지는 산에 사는 야생동물이나 최근 도심 출몰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산에서 서식한다면 문제는 없지만 도심으로 출몰하는 것이 문제. 

환경부는 약 10년 전 도심 출몰 빈도가 늘어나는 멧돼지에 대해 서식지 파악을 비롯한 관리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10년 전 자료라 세종시에 관련된 부분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멧돼지에 관련된 전문가나 연구를 비롯 관련 자료도 현저히 부족한 상황. 

본지는 출몰 빈도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환경부 야생동물질병관리팀에게 물었다. 

팀 관계자는 "세종시에 짧은 기간 내에 개발이 많이 이뤄져 서식지 파괴를 통해 도심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을 같은 경우에 영역싸움을 하는 시기인데, 싸움에 밀리는 개체들이 도심으로 내려오기도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기후 변화로 인한 먹이 부족 현상이 원인이냐는 질문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먹이 부족은 아닌 것 같다. 가을 산중에는 먹을게 많다. 굳이 가을 출몰 빈도가 높은 것은 먹이 부족이 원인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다. 

다만 "이는 행정적 견해에 불과하며 야생동물 구조와 교육, 밀렵 신고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야생생물관리협회에 자문을 구하는 것이 어떤가"라는 제안도 했다.

이에 따라 야생생물관리협회에 전화를 연결했으나 연락이 닿지 못했다. 

멧돼지 포획 대응 방식 미비.. 체계적 대응 시급

도심 출현 멧돼지 긴급 대응 시스템 (자료=환경부)

실제 지난 24일 다정동 멧돼지 출몰시 정작 출몰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도 많았다. 

시는 재난 문자를 발송하기도 하고 아파트에서 방송을 하기도 하며 해당 지구대가 나서서 계도했으나 전파력은 코로나19처럼 빠르지 않았다. 

멧돼지가 옆에 지나가는데도 아이와 애완견을 데리고 여전히 산책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이는 대응방식의 헛점을 보여주는 현주소라 할 수 있다.  

현재 세종시를 비롯 지자체마다 멧돼지를 포함한 유해야생동물을 잡기위해 피해방제단을 구축, 운영 중이다.

환경부 지침 아래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고는 하나, 실질적 포획 방식은 수렵면허 소지가 가능한 유해조수구제단에 의존하고 있다. 대응 시스템이 과거에 머물러 있으니, 비체계적이란 일각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해조수구제단은 단순 봉사활동 수준인데도 불구, 본인 생계와는 상관없이 밤낮없이 출동해야 하는 등 열악한 처우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이 하나의 원인이 되는 양상이다.

잡는 방식을 유해조수구제단에 의존하다보니 엽사들의 오발로 인명사고가 나기도 한다. 최근 동료 총에 맞아 숨진 엽사들에 대한 뉴스가 여러차례 부각되기도 했다. 민가 주변에서는 총을 쏠 수 없도록 규제되어 있어 도심 내에선 그물로만 잡아야 하는 실정. 

환경부 관계자는 "유해조수구제단이 눈에 잘 띄는 조끼를 입고 안전 수칙을 준수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더해 멧돼지나 도심 출몰에 대한 연구와 대응요령, 전문가 양성도 전무한 수준이다.

국내에는 양돈수의사 서울대학교 이성민 박사가 유일한 전문가로 꼽히며, 최근 안동에서는 AI기반 멧돼지 포획기를 개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멧돼지 출몰 직후 환경부 지침 대응요령, 실효성 있나?

야생멧돼지 발견 시 주민 대처요령 (출처 = 환경부)

환경부와 지자체에서 배포하는 '야생멧돼지 발견시 주민 대처요령'에 따르면 뛰거나 소리 지르기보다는 침착하게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멧돼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봐야 한다. 뛰거나 소리치면 멧돼지가 오히려 놀라 공격하기 때문. 

달아나려고 등을 보이는 등 겁먹은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이 경우 야생동물은 직감적으로 상대가 겁을 먹은 것으로 알고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돌을 던지거나 멧돼지에게 해를 입히기 위한 행동도 절대 금물이다. 멧돼지는 적에게 공격을 받거나 놀란 상태에서 흥분하고, 움직이는 물체나 사람에게 저돌적으로 달려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결국 가까운 주위의 나무와 바위 등 은폐물에 몸을 신속하게 피하는게 상책. 시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점을 고려, 검은 장우산을 들고 다니며 멧돼지를 만났을 때 펼치면 바위로 오해한다는 견해도 있다. 지그재그로 도망가라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다만 이런 지침이 실제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 제대로된 효과를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최근 다정동에서 멧돼지와 마주친 시민 정 모(아름동) 씨는 "막상 마주치니 너무 놀랬고, 멧돼지 속도는 너무 빨랐다. 키와 덩치가 큰 편이나 막상 마주치니 나도 모르게 '으악!'하는 소리와 함께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소리를 내지 말라는 건 실제 상황에선 어려운 부분"이란 실제 경험을 전했다. 

시 환경녹지국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멧돼지는 아주 위험한 유해동물은 아니다. 야생동물도 생존권이 있는데 상위 포식자가 없어 번식이 많아진다. 멧돼지가 하는 유해행동은 밭작물을 망가뜨리고 먹는 수준이다. 자신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느낄 때만 달려들며,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스스로 피한다"고 안내했다. 

시는 향후 대처요령 자료를 만들어 시정소식지에 실는 등 주민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주민들 스스로 조심하는 방법만이 최선안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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