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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민 '보편적 복지', 새 바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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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민 '보편적 복지', 새 바람 예고
  • 이계홍
  • 승인 2020.10.1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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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인터뷰] 김미곤 세종시 사회서비스원 초대 원장
“32년 사회서비스 연구자로 살았던 경험을 현장에서 실천” 포부
8월 취임 이후 창의적인 복지 서비스 위해 고군분투 중
김미곤 세종시 사회서비스원 초대 원장이 새롬동 본부 사무실에서 인터뷰 후 사진을 촬영하며 활짝 웃고 있다.

[대담=이계홍 주필, 정리=이주은 기자] 세종시 복지재단이 사회서비스원으로 전환한 뒤 맞이한 초대 원장. 바로 김미곤(61·사진)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 부원장. 그는 지난 8월 20일 이사장인 이춘희 세종시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첫 임무에 들어갔다. 

김 원장은 보사연에서 32년동안 연구직 외길을 걸어왔다. 박사학위(성균관대)를 받고 출발한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이 오직 보사연에서 근무한 것이다. 요즘처럼 잦은 전직과 이직, 명예퇴직이 직장문화의 한 패턴이 된 세상에 한 직장에서 내리 32년동안 근무했다는 것은 그만큼 뚝심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근무하는 동안 사회서비스와 사회갈등, 사회통합 등 주로 사회 관련 부서에서 연구위원, 연구실장, 부원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정년 퇴임했다. 그래선지 사회를 보는 눈이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이다. 그만큼 소외받고 외로운 사회 취약층 개선을 위한 개인적 연민이 크다는 반영일 것이다. 

이런 뚝심으로 근무하는동안 그는 ‘포용적 복지의 철학과 정책 방향’(2017년), ‘정책영향자의 사회통합 인식에 관한 연구’(2015년), ‘공공부조의 한계와 대안’(2011년) 등 굵직한 연구 집적물을 내놓았다. 그리고 1991년에는 ‘소득인증액’ ‘소득평가액’ ‘소득환산액’ 개념을 창안해 보건복지부 기초연금 보장 제도 등에 도입되고, 학술용어 및 행정용어로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세종시 사회서비스원은 그동안 민간영역에 맡겨졌던 장기요양, 보육 등의 사회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새출발한다. 이를 위해 신규 직원 채용 및 본부 사무실 리모델링 등 준비 단계를 거쳐, 연말에는 장기요양, 노인돌봄 등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종합재가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인생관을 설파하는 김미곤 원장. 사회 서비스 정책의 다양한 시각이 세종시 복지 서비스의 새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4일 김 원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원장실을 방문하자, 그는 인류 문명사 변천 과정부터 설파한 뒤 “인공지능을 지배한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서구문명사를 기준으로 볼 때, 알렉산더, 징기스칸에 의한 땅의 지배문명 시대가 있었고, 영국 스페인의 해양문명 시대, 뒤이어 미국과 소련(러시아)에 의한 하늘 지배 시대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인공지능을 지배한 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 알파고가 벌써  4가지 단계로 진화하는데, 그 속도가 6개월 단위로 바뀌고, 지금은 바둑의 줄만 인지시켜도 인간과의 대결에서 백전백승하게 되었다. 앞으로 가장 우수한 인공지능을 가진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과학문명이 성장 지상, 물질 지상을 초래해 코로나19라는 인류 재앙을 가져왔지만, 역설적으로 첨단의 과학문명을 활용하지 않고는 세상을 지배할 수 없다는 ‘역설’로 읽힌다. 

“코로나 19는 왜 생겼나? 인간의 무한한 욕심이 자연파괴-환경파괴-기후변화에서 온 것이다. ‘팬더믹스’가 경제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에피데믹(국지적 유행)에서 팬데믹(대유행)을 거처 엔데믹(풍토변화)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929년의 대공황 사태로 가고 있다.”

이 결과 공동체 위기, 높은 실업률 등 기존의 사는 방식이 근본부터 바뀌고 있다. 성장지상, 물질지상의 목표로 살아왔던 생활방식을 전환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인생관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 여기에 사회 서비스 정책이 있다고 말한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 일답. 세종시 사회서비스 관련한 내용을 중심으로 엮는다. 

김미곤 세종시 사회서비스원 원장.

● 취임을 축하드린다. 취임 소감은?

“32년 동안 사회보건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있다가 ‘세종시사회서비스원’이라는 복지 현장에 오게 됐다. 그동안 연구에 매진하면서 고민했던 것을 현장에 녹여보고 싶다. ‘강물은 바다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간다’는 전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과 ‘바다는 물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신을 결합한 리더십을 선보이고 싶다. 바다는 강물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정신으로 복지 현장에 녹여보겠다.”

● 세종시 사회서비스원은 어떤 곳인가?

“세종시복지재단에서 세종시사회서비스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시민들에게 보편적 복지서비스를 통합해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세종시 사회서비스원이 됐다. 아이돌봄지원사업, 긴급구호 파랑새 기금, 다 함께 돌봄센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유기적으로 통합된 공공복지서비스 제공이 목표다. 사회서비스원은 17개 시·도에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다. 기존의 복지재단이 복지연구와 복지사업에 초점을 맞췄다면, 세종시 사회서비스원은 전국의 시·도에 하나씩 거점이 되어 시민들에게 더욱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책임있게 복지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의의가 있다.”

● 다른 시·도 서비스원과 다른 차이점을 말한다면?

“17개 시·도에서 가장 선도적이고 독창적이고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구상 중이다. 어쨌든 민간이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공공에서 주도하는 복지 서비스의 질이 더 높아져야 한다. 결국, 시민들이 느끼는 복지서비스 질과 만족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복지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고, 종사자들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시민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서라도 서비스제공자의 직업 안정과 임금 안정성도 확보되어야 할 문제다.” 

● 세종시 사회서비스원의 앞으로 계획은?

“함께 소통, 연대, 살기 좋은 세종시를 만들려고 한다. 일단 오는 11월에 ‘세종시 복지자원 플랫폼’이 생길 예정이다. 시민의 복지 정보제공을 위한 플랫폼이다. 이곳에서 세종시 사회서비스원의 사업소개와 광고, 양방향 소통 플랫폼, 사회복지 인력뱅크 등 다양한 사업이 펼쳐지게 된다. 또 민간기업과의 연대로 더욱 차별화된 사회복지, 취업 서비스 제공 등 세종시 취업난 해소도 일조할 계획이다. 세종시 사회서비스원은 내년 2021년에 아이돌보미, 교사, 돌봄센터 선생님 등 359명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2021년 사회복지서비스 대상인구가 세종시에서만 6만 4천 명으로 예측된다. 보다 ‘행복한 사회’를 위해 현장 중심의 정책을 펴겠다.”

본지 이계홍 주필과 오랜 시간 나눈 인터뷰. 32년 연구자의 삶을 담담하게 돌아 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나눴다. 

● 그동안 어떤 연구를 해왔는지?

“‘포용적 복지철학과 정책방향’, ‘정책 영향자의 사회 통합 연구’ 등 보편적 복지와 통합을 키워드로 한 연구를 주로 해왔다. ‘빈곤’과 ‘행복’이라는 주제에 천착했다. 모든 사람이 빈곤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지금 내가 하는 일과 딱 맞아떨어지는 주제다. 물질주의를 뒤로하고 각자의 ‘행복’에 초점을 맞춰 모든 사람이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세종시 사회서비스원에서도 사회적 틈 없이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책 연구와 함께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세계적인 세종시 사회서비스원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소망이다.”

●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나?

“지금까지 학연과 지연, 혈연과는 상관이 없고, 오직 ‘흡연’(?)이라는 인연만 갖고 있다.(웃음)평소 연구를 빈곤과 불평등, 기초보장제 그리고 행복을 주로 다뤘다. 그동안 연구했던 주제를 기반으로 나이가 드니까 사회 정책에 관심이 간다. 특히 요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정책과 패러다임의 전환,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와 성장주의를 이제 ‘행복’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삶의 질과 건강, 원만한 생활, 꿈과 희망이 있는 삶을 행복이 아니겠는가.”

● 오직 한 직장에서 평생을 근무했다는 것은 ‘문화재급’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연구자의 삶은 어땠는가.

“연구자는 자기가 만든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있다. 적확한 문장 하나가 주는 기쁨을 알고 있다. 91년도에 연구보고서에 ‘소득인증액’, ‘소득평가액’, ‘소득환산액’이라는 키워드를 처음 만들어 활용했다. 이후 이 단어가 보건복지부 모든 자료에 이 단어가 쓰이고 있다. 연구원 시절 흔히 ‘사랑은 연필로 쓰고, 보고서는 담배로 쓴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고뇌의 산물이지만, 완성하고 났을 때의 보람은 크다.”

●업무적인 일보다 CEO의 인생관, 취미 활동, 가족 관계 등 퍼스날 스토리에 독자들이 관심이 많다. 

“나는 지리산 촌놈으로 경남 함양 출신이다. 평생 서울에서 전세로 살다가 보사연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내 집을 갖게 되었다. 서울의 전세금으로 세종시 도담동에 내 집을 마련한 것이다. 앞으로 퇴직하게 되면 고향인 함양 남덕유산에 가서 자연인 생활을 할 계획이다. 내 고향은 도인이 많이 나는 곳이다.”

이렇게 소개하고 “두 아들들에게는 공부할 때까지는 도와준다고 공언했고, 그래서 나중에 집 한 칸은 주택연금으로 다 쓰고 나머지는 사회에 기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불만이 없겠느냐고 묻자 “애들이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말했으니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원장은 독서에도 남다른 취향을 갖고 있다.

“역시 감명깊게 읽은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다. 사회의식이 짙게 깔려있어 연구에도 영감을 주었다. 러시아 작가의 작품은 스케일이 크다. 읽고 나면 웅장함이 느껴진다. 그 묵직함이 지금 나를 지탱하고 있다.”

그는 “대학교 1학년에 율곡 이이의 <자경문>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율곡이 20세 때 쓴 책인데, 나의 20세는 무엇인가. 그래서 스스로 인생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10가지를 정했다.”

해야 할 것 10가지 중 일부는 "1. 부모님께 효도하자 2. 공부하자 3. ‘빈민의 동지가 되자’ 등이다. 반대로 하지 않아야 할 것은 1. 환경을 위해 자가용 운전하지 않기 2. 골프를 하지 않는다 3. 바람을 피지 않는다 4. 담배를 피지 않는다 등이다. 그런데 연구직으로 근무하면서 담배를 피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골초’가 되어있다. 그러나 자가용 운전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키기 위해 운전면허증을 따지않았다. 골프도 물론 쳐보지 않았다. 

김 원장의 좌우명은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 :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는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처럼 ‘자연스럽게 살자’이다.

김 원장은 아내 오미식(60) 여사와의 사이에 대학원생과 대학생인 두 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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