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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떠난 '어린이집 교사', 하소연 창구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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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떠난 '어린이집 교사', 하소연 창구조차 없었다
  • 이주은 기자
  • 승인 2020.10.06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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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어린이집 교사 사망 사건으로 대두된 '교권 침해' 문제
무혐의 처분에도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이집과 교사에게 전가
영유아보육법상 교사 권리 조항 조차 없어... 재발 방지 시스템 절실
사진은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들을 데리고 현장 교육에 나서는 모습. 기사와 관계 없는 부분이라 모자이크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본지가 지난 5일 <세종시 ‘어린이집 교사’ 극단적 선택, 누구 책임인가> 제하 기사로 보도한 어린이집 교사 C 씨 사망 사건. 

대전지법 1심에서 무혐의를 선고받은 C 씨의 극단적 선택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학부모 A 씨와 조부모 B 씨가 항소했고 이 사건을 둘러싼 공방전은 앞으로도 불가피하나, 대법원 판결까지 법률적 종결이 이뤄지더라도 양측간 후유증은 치유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문제는 지역 사회에서 이 같은 일이 앞으로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데 있다. 

지역 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을’의 위치에 놓여진 어린이집 교사의 ‘감정 노동’ 현실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유사한 사건 발생 시, C 씨와 같은 일방적 피해 몰이를 구제할 방법은 요원하다는 판단에서다. 

C 씨도 지난 2년 가까이 자신의 고충을 상담해주거나 구제해줄 창구는 전무했다. 비록 1심이나 무혐의 선고를 받고도 개인의 문제로 자책하며 우울증 약으로 감내해왔다는 게 국민 청원을 올린 동생과 어린이집의 전언이다. 

종착지가 서서히 극단적 선택지로 향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제동 장치’는 작동하지 못한 모습이다. 

다른 경우는 어떨까?

과거 세종시의 또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반에서 여아 2명이 놀다가 미는 일이 발생했다. 

학부모 A 씨는 이 아이들의 싸움이 교사 B 씨의 잘못에서 기인했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집요하게 잘못을 질책하는 학부모 A 씨 원성에 결국 교사 B 씨는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고 그렇게 사태는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도 교사 B 씨가 자신의 상황을 상담하거나 구제해 줄 창구는 어느 곳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B 씨는 개인 상담을 받으며 스스로 이겨내야만 했다. 스스로라도 해결 방안을 마련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D 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 교사는 어려움을 이야기할 만한 창구가 전혀 없다”며 “유치원 교사는 교원으로서 학습권이라든지 법적인 보장을 받는데, 어린이집 교사는 보육교사로서 보장해줄 법 조항이 전혀 없다”며 보육교사의 어려움을 성토했다.

그는 “어린이집 교사는 일반인과 같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번 교사 사망 사건도 사전에 구제 창구가 있었다면 비극적인 일은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표했다.

현재 우리나라 규정상 유치원은 ‘교육’, 어린이집은 ‘보육’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이유로 행정기관도 서로 다르다. 유치원은 교육청에서 담당하지만, 어린이집은 시청 소속이다. 행정기관만 다른 것이 아니라 처우와 복지도 판이하다.

유아교육법에는 교원의 권리가 명시돼있는 반면, 영유아보육법에는 교사의 권리 부분이 없다.

그것도 2020년 들어 영유아보육법에 ‘보호자가 폭행 시 퇴소를 시킬 수 있다’란 조항이 추가됐지만, 교사의 권리 부분이 아닌 학부모의 부당한 행동 시 이행할 행정상 내용밖에 없다.

E 어린이집 관계자는 “80년대부터 동일하게 전혀 안 바뀌고 있는 것이 어린이집 교사 대우에 대한 부분”이라며 “어린 아이를 돌보는 일일수록 더 대우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어릴수록 대우가 박하다. 도리어 대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만 대우받는 사회가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시 한번 현행법상으로도 보육교사의 목소리를 내고 들어줄 창구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이번 사건처럼 민원인이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면, 그 피해는 교사와 어린이집에 대부분 전가되는 구조만 되풀이될 뿐이라는 하소연도 흘러 나온다. 

교사 C 씨가 사망한 어린이집 같은 경우도 가해 부모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행정처분을 받고 어린이집 평가인증도 취소된 상태다.

어린이집을 담당하는 행정부서인 시청이 분쟁을 중재하거나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민원인이 제기한 문제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다반사란 지적도 나온다. 행정기관 입장에선 가장 편한 선택을 내린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이유로 감독기관인 시청이 어린이집 교사와 어린이집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는 것은 현실과 먼 이야기로 다가온다. 

육태유 세종시 어린이집 연합회장은 “이번 사건은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라며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부모들의 민원 및 교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세종시 어린이집 연합회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다.

안타까운 교사 사망 사건으로 조명된 어린이집과 교사의 척박한 대우의 실태.

“유치원 교사는 스승의 날에 쉬지만, 어린이집 교사는 근로자의 날에 쉰다”는 한 어린이집 교사의 한숨섞인 이야기가 가슴 아픈 메아리로 울려퍼지는 배경이다. 

그는 “아이들은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세상은 우리를 ‘노동자’로 지칭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는 동일한 ‘선생님’이지만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 ‘교육’과 ‘보육’의 차이. 이번 어린이집 사건은 앞으로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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