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세 남매, 검정고시 전원 합격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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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 세 남매, 검정고시 전원 합격 화제
  • 이주은 기자
  • 승인 2020.09.15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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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교 출신 아버지의 결단, 승진 대신 세 남매 교육을 택하다
세 남매, 2020년도 제2회 초중고졸 검정고시 나란히 합격
홈스쿨링의 새로운 사례 환기... 포스트코로나시대 학교와 가정의 양립 교육은
좌측부터 첫째 지성 군, 둘째 지예 양, 셋째 지훈 군, 아버지 이현(49) 씨. 홈스쿨링으로 검정고시 전원 합격이란 영예를 안은 세 남매가 세종포스트를 방문해 소감을 나눴다.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홈스쿨링으로 검정고시에 나란히 합격한 세종시 세 남매가 지역 사회에 화제를 전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연은 지난 11일 세종시교육청이 발표한 2020년도 제2회 초중고졸 검정고시 합격자 명단에서 포착됐다. 

본지는 이중 초졸 검정고시 최연소(11세) 합격자인 이지훈 군에 주목했고, 보통 13세에 이뤄지는 초등학교 졸업보다 2년 정도 빨리 졸업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아보고자 했다. 

이 군을 만나기 위한 과정에서 부모님과 연락이 닿았고, 우연찮게 가정사(?)의 비밀에 다가섰다. 

이 가정의 세 남매 모두가 가정에서 학습하는 ‘홈스쿨링’으로 이번 검정고시에 전원 합격했던 것. 이지훈 군과 이지예(15·중졸) 양, 이지성(18·고졸) 군이 그 주인공. 

코로나19 이후 학교 현장의 등교 수업이 어려워진 요즘. 세 남매의 홈스쿨링 스토리는 교육 현장에 시사하는 바가 적잖아 보인다. 

이에 본지는 15일 세종포스트빌딩에서 세 남매와 아버지 이현(49) 씨를 직접 만나 홈스쿨링과 검정고시에 대한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편, 이번 시험은 229명의 지원자 중 205명이 응시, 이중 총 181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88.3%로 지난 제1회 검정고시보다 8%p 높아졌다.

초졸 검정고시에는 응시자 16명 중 14명(87.5%), 중졸 검정고시에는 40명 중 36명(94.4%)이 각각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지원자 173명 중 153명이 응시한 고졸 검정고시에선 133명(86.9%)이 합격의 대열에 합류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세 남매의 홈스쿨링 계기는?

이현(아버지) 씨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령으로 근무하다 보니 밤늦게 퇴근하고 새벽 3~4시에 출근하기 일쑤였다. 어느 날 둘째 딸이 나를 몰라보고 내게 오지 않더라. 이런 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결단을 내렸다.

중령으로 진급을 앞두고 보직이 정해 있었지만 전역했다. 군 생활은 15년을 했는데, 그 가운데 8년은 교육 관련 업무를 했다. 그동안 육사에서 배웠던 좋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아내도 동의해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 '가보지 않은 길', 아이들은 잘 따라왔나?

이현 씨 "첫째는 초등학교 입학을 안 하고 8살부터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학습 습관이 몸에 배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스스로 공부를 하더라. 첫째 아들이 잘 해내니 자연스럽게 둘째와 셋째도 공부하는 분위기에 잘 따라왔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제일 중요하다. 아이들이 서로를 통해 스스로 보고 배워서 하게 된다."

● 홈스쿨링의 장점은 무엇인가?

이현 씨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좋다. 각자 공부할 분량은 스스로 소화하고, 다른 시간은 운동하거나 취미 활동을 하면서 다양하게 시간을 활용하게 된다. 가족끼리 평일에 여행을 갈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지성 군·지예 양 "잠을 충분히 잘 수 있어 좋다. 공부하는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지훈 군  "무엇보다 친구들과 실컷 놀 수 있어서 좋다. 아빠와 테니스 치고 운동도 충분하게 할 수 있어서 좋다. 아빠가 우리의 체육 선생님이다."

가정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모습. 세 남매는 각자의 컴퓨터로 EBS 학습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공부를 하고 있다.

● 어려운 점은 없나? 학교 가고 싶었던 적은?

지성 군 "딱히 어려운 점은 없다. 스스로 공부를 하다 보니 내가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 편하다. 학교 가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친구들은 다른 모임에서도 충분히 만나고 있다. 요즘은 치어리딩에 빠져있다."

지예 양·지훈 군 "학교 가고 싶은 적은 없었다. 주어진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다. 댄스 동아리 등을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하는 기쁨이 있다. 만족한다."

● 초·중·고 전 과정의 홈스쿨링, 어떻게 해냈나? 

이현 씨 "처음에는 초등학교 기간에만 홈스쿨링을 하고, 중학교 진학 시에는 (또래 아이들과 한데 섞이라는 뜻으로) 학교를 보내고 싶었다. 처음부터 다부지게 밀어부친 것이 아니라 소박하게 시작했다.

첫째가 잘 따라와 주고 성과도 좋으니, 둘째와 셋째는 자연스럽게 동참했다. 첫째가 고등학교까지 검정고시 할 줄은 몰랐다. 고졸 합격 후 이번에 수능을 바로 접수했다. 내년에는 큰아들과 함께 수능을 같이 보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기쁨이 크다."

● 검정고시 합격 소감은?

지성 군·지예 양 "합격해서 뿌듯하다. 더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시원하다. 이제 수능과 고입을 준비해야 한다."

지훈 군 "첫 검정고시여서 떨리고 두려웠지만 합격해서 기뻤다. 만점을 못 받아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뿌듯했다. 이제 중학교 과정을 공부할 차례다. 형과 누나가 있어 든든하다."

● 사교육 걱정은 없나? 

이현 씨 "모든 것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아이들을 지도해왔다. 사교육도 제한하지 않았다. 수학은은 직접 가르쳤고, 영어는 한번 학원을 보내봤다. 그런데 첫째 아이가 가르쳐주는 대로 배우기만 하는 공부는 재미가 없다고 해서 한 달 다니다 그만뒀다. 그 이후로 셋 다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체육만 특별히 신경 써서 함께 한다. 특히 테니스를 많이 가르치고 있다."

● 각자 취미생활은 어떻게 하나?

지성 군 "친구들이 게임을 많이 해서 한번 해봤는데, 요즘은 안 한다. 게임이나 스마트폰을 할 시간이 없다. 공부하기도 빠듯하다."

지예 양 "댄스동아리에서 공연도 하고, 주로 음악을 듣는다. 요즘은 ‘엔마리’라는 가수를 좋아해 팝송을 주로 듣는다."

지훈 군 "놀이터에서 자전거 타면서 친구들과 논다. 게임은 안 한다. 재미가 없다. 아빠랑 테니스 칠 때가 가장 재밌다."

● 홈스쿨링에 관심있는 가정에 제언한다면 

이현 씨 "분위기가 제일 중요하다. 부모가 해줄 것은 별로 없다. 그저 함께 있어 주는 정도? 초기에 체계를 잡아가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아이들을 믿는 마음으로 기다려주면 스스로 하게 된다.

요즘 EBS 프로그램이 워낙 잘돼 있어서 무료로 공부할 수 있다. 대신 끈기 있게 해야 한다. 능동적인 자세로 ‘자기주도 학습’을 하게 되면 효과를 많이 볼 수 있다.

큰 가이드라인만 주고, 작은 결정들은 아이들을 존중하면 스스로 하게 된다. 10년 이상하고 보니 내가 한 것은 별로 없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늘 감사하다."

이현 씨 가족 그리고 세 남매가 써내려간 '홈스쿨 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혼돈의 교육 현장. 이들의 사례가 학교와 가정이 양립하는 조화로운 교육의 시발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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