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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아리랑’과 비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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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아리랑’과 비틀즈
  • 이계홍
  • 승인 2020.09.14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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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빌보드 H100 2주 연속 1위, 그 의미 이상인 이유는
대한민국의 자존심, 아리랑에 녹여낸 방탄소년단... 한국 팝의 세계화 기대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2년 전, 깊어가는 가을 밤(2018년 10월 6일),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에 마련된 특설무대에 방탄소년단(BTS)이 등장하자 경기장 꼭대기 좌석까지 꽉 메운 팬들이 일제히 야광봉을 흔들며 열광했다. 관객은 5만여 명이었다.  

이 경기장은 폴 매카트니와 비욘세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공연했던 곳이다. 한국 가수로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이지만 매카트니나 비욘세보다 더 많은 팬들이 찾았다고 보도되었다. 

이때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200에 두 차례 1위를 차지하고, 유엔에서 세계 평화를 호소하는 연설을 한 직후였다.  

그리고 2년 후인 최근에는 빌보드 “HOT 100’에서 1위를 2주 연속 차지했다. 싸이가 두차례 2위에 올랐지만 끝내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기록을 깬 것이다. 빌보드 차트 100년 역사상 아시아에서는 일본 가수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그만큼 팝 세계의 정상에 오르기란 쉽지 않다.  

필자는 이같은 기록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뉴욕 메츠 야구장에서 불렀던 우리의 ‘아리랑’을 말하고자 한다. 

2018년 10월 6일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에 마련된 특설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BTS). (발췌=인문학 포럼 밴드에 올라온 영상 캡처)

그 공연에 ‘아라랑’이 발표되었다는 보도를 얼핏 본 적이 있지만, 자세히 소개되지 않아 지나쳤는데 최근에 공연 영상을 보고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슴이 먹먹하고 뭉클했다. 

전통 ‘아리랑’과 ‘진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 등을 믹싱한 노래와 함께 짧은 랩. 그리고 탈춤을 변형시킨 안무와 우리의 전통 문양이 각인되듯 영상에 찍혀나오는 장면을 보고, 방탄소년단은 단순한 그룹이 아니라는 걸 단박에 알아차렸다.

백만년 지켜왔지 
긍지와 자부심
모든 걸 이겨왔지 
꺾인 적 없어 한 번도 
한번 큰 걸음 시작한 여기
뜨거운 해가 떠오르는 밝은 땅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피날레로 접어들 때의 이 율조는 새삼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비’가 뉴욕 카네기홀 공연에서 발표회를 갖고 싸이도 공연을 갖고 또다른 가수들이 뉴욕 무대에 섰지만, 크게 각광을 받지 못했던 것은 미국의 팝을 미국 가수들과 똑같이 부르니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미국의 팝을 잘 노래해도 미국 가수를 뛰어넘지는 못할 것이다. 

자기 나라나 자기 고향의 노래를 보편화시키는 것, 예술은 그것을 요구하지 않을까. 세계 무대에서 자기 정체성과 자기 영혼을 전달하려는 것이 예술의 궁극적 목표가 아니겠는가. 그 바탕은 조국이다.

영국의 비틀즈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레전드 록밴드’로 평가받는 것은 그들의 노래에 혼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60년대 말 베트남전이 한창일 때, UC 버클리, 스탠포드, 예일대학에서 대학생들이 전쟁 반대를 외치며 불렀던 노래가 밥 딜런, 존 바에즈에 이어 비틀즈의 ‘렛잇비’ 등이었다. 

‘오블라디 오블라다’ ‘헤이 주드’ ‘예스터데이’에서 보듯 노랫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던 비틀즈는 1965년 베트남전 확전 이후 밥 딜런처럼 노랫말에 반전 평화의 속마음을 내보였다. 

이들은 초기의 대부분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노래에 기반한 것으로 가사 내용은 단순했다. 그런데 시대 상황에 따라 어느결에 ‘평화’를 가지고 나온 것이다. ‘평화’라는 기제는 동양적 가사와 리듬에서 찾았다. 그래서 비틀즈의 노래는 도교적 철학성이 담겨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대중음악의 대중성과 예술성, 그리고 사회성-반전 평화-을 노래하니 결국은 미국 패권주의만을 강조한 ‘람보’와 ‘마초’식 월남전을 종식시키는 데 일조했다.  

우리의 방탄소년단이 반전이나 사회성 짙은 노래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광주 5.18 등 사회적 메시지를 간간이 발송하지만, 음악의 주류는 대중성과 예술성과 안무에 있다고 본다. 비틀즈가 갖지 못한 안무라는 무기에 더해 조금씩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려는 것이다.  

다음으로 필자가 방탄소년단을 평가하는 것은 각자의 스펙이 2002 월드컵 때의 우리 국가대표팀을 연상케 한다는 점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 (발췌=BTS 공식 홈페이지)
방탄소년단 멤버들. (발췌=BTS 공식 홈페이지)

이들은 대체로 학력 별무, 출신 별무, 소속 별무라는 특징을 지녔다. 다시 말해 철저히 한국적 현실에서 마이너리티라는 점이다.

2002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은 연고대 출신 등 내노라 하는 축구팀의 스타들을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았다. 지방 대학에 다니고 있거나 조그만 클럽팀에서 뛰는 선수들의 활약을 몰래 살펴보고, 하나하나 선발해 잠자고 있는 재능을 일깨워주었다. 

박지성 김남일 설기현 안정환 최진철 김태영 이영표 이천수 이을용이 그들이다. 히딩크가 뛰어난 감독인 것은 이런 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20대 초중반의 방탄소년단의 프로필을 한번 보자.

RM(본명 김남준)
출생 : 서울 동작구 상도동
학력 :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방송연예학과 
포지션 : 리더, 메인 래퍼

 

진(본명 김석진)
출생 : 경기도 과천
학력 : 한양사이버대학교 대학원
포지션 : 서브 보컬]

 

슈가(본명 민윤기)
출생 : 대구시 북구 태전동
학력 :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방송연예학과
포지션 : 리드 래퍼

 

제이홉(본명 정호석)
출생 :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동
학력 :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방송연예학과
포지션 : 서브 래퍼, 메인 댄서

 

지민(본명 박지민)
출생지 : 부산광역시 금정구 금사동
학력 :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방송연예학과
포지션 : 리드 보컬, 메인 댄서
    
뷔(본명 김태형)
출생 : 대구시 서구 비산동
학력 :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방송연예학과
포지션 : 서브 보컬

 

정국(본명 전정국)
출생 : 부산시 북구 만덕동
학력 :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방송연예학과 
포지션 : 메인 보컬, 서브 래퍼, 리드 댄서

위에서 보듯 방탄소년단은 내노라 하는 스펙을 지닌 청년들이 아니다. 그리고 서울의 유명 기획사에서 다듬어진 스타들이 아니다.

방시혁 기획자가 작은 카페를 시작으로 주로 인터넷 방송망을 통해 선보였다. 말하자면 제도권에서보다 언더그라운드 길을 걸으며 차곡차곡 실력을 쌓았다. 그리고 외국에 나가 명성을 쌓아 국내에 상륙했다.

이런 그들이기에 소외받고 아파하는 사람들 곁에 가려고 노력하는 것같다. 이번 ‘다이나마이트’ 발표도 그 일환일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19에 고통받고 있는 세계인에게 위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나아가 고국의 팬들에게 ‘아리랑’을 세계에 선보이며, 자긍심을 잊지 말라고 용기를 준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이들을 잘 몰랐다. 이런 놀라운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을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간에 묵살했다. 그래서 뉴욕에서 ‘아리랑’을 불렀다는 것조차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나라가 작은 나라지만 거인국이 되었다는 자신감을 ‘아리랑’을 통해 세계에 당당하게 소개했다.    

비틀즈에게서 세월의 간극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방탄소년단도 영원성을 향해 길을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의 가락과 한국적 안무로 새롭게 세계의 지평을 열어가는 것이다. 

한국 팝을 세계화하는 작업은 우리의 것을 스탠다드화(보편화)하는 것, 그것은 뉴욕 무대에서 ‘아리랑’을 발표했을 때 현실이 되었다. 아리랑 가락과 춤에 뉴욕에 몰려든 세계의 젊은이들이 열광하지 않았는가.  

우리의 민요와 함께 K트롯도 이렇게 세계에 소개하면 어떨까.

아일랜드 민요 ‘오 대니 보이(아 목동아)’,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랭 샤인(석별의 정)’, 미국 민요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넓고 넓은 바닷가에)’ 못지 않은 보편성을 가질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화음과 수준높은 안무로 가능하다고 본다. 이들이 세계에 가지고 나가면 세계 젊은이들이 뜨겁게 응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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